가상자산 거래소의 잇따른 폐업으로 투자자 보호에 경고등이 켜지자 금융당국이 뒤늦게 주의를 당부하고 나섰다. 하지만 이마저도 법적 구속력이 없는 권고에 그쳐 이용자 보호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다.
캐셔레스트, 코인빗 등 경영난이 심화된 코인마켓 거래소가 연이어 폐업을 선언하면서 금융당국이 부랴부랴 이용자 보호 권고안을 발표했다.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은 21일 "가상자산사업자는 영업 종료 방침을 결정하더라도 사업자 지위가 유지되는 한 특금법·이용자보호법상 의무사항을 준수해야 한다"며 "FIU의 심사를 거쳐 신고가 직권 말소되어야 특금법에 따라 신고된 영업종료가 마무리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가상자산사업자가 영업종료를 결정할 경우 이용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업무처리절차를 수립해 이행하고, 영업종료일로부터 한달 전 관련 내용을 홈페이지에 공지하고 이용자에게 개별 통지할 것을 당부했다. 공지 직후 신규 회원가입과 예치금과 가상자산 입금도 즉시 중단하라고 권고했다.
이용자의 가상자산·예치금 출금은 영업종료일로부터 최소 3개월 이상 전담창구를 마련해 적극 지원하고, 보존기간이 지난 개인정보를 파기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용자에게도 영업이 종료된 후 자산보유 현황을 확인해 즉시 반환받아갈 것을 당부했다.
법적 구속력 없는 권고만...이용자 피해 우려
FIU가 급하게 이용자 보호를 위해 거래소의 폐업 절차 등에 대한 권고를 내놨지만 폐업 거래소들은 이번 권고와 무관하게 이미 자체적으로 폐업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번 권고안은 뒤늦게 나온데다 법적 구속력도 없어 사실상 사업자가 지킬 의무가 없어 앞으로 이용자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제기된다.
FIU는 사업자에게 영업종료일로부터 최소 3개월 이상 출금을 지원할 것을 권고했지만, 최근 폐업한 두 거래소 모두 이를 지키지 않았다. 캐셔레스트는 다음달 22일까지, 코인빗은 다음달 29일까지만 출금 서비스를 지원한다. 서비스 종료일로부터 두 달도 채 되지 않는 짧은 기간이다.
이렇게 사업자들이 업무처리절차를 수립하지 않거나 출금지원 기간을 짧게 둬도 실제 제재할 방법이 없다. 가상자산사업자가 폐업신고를 하고 난 뒤 FIU직권말소 심사를 받는 것 외에는 FIU에 알려야 할 의무도 없다. 그나마 FIU에 따르면 캐셔레스트 운영사인 뉴링크는 가상자산 중개 서비스 중단을 미리 금융당국에 알리고 면담을 진행했으나, 코인빗의 운영사 엑시아소프트는 아무 소통 없이 중개 서비스를 중단했다.
FIU 관계자는 "위의 사항들을 권고했지만 서비스를 종료하는 사업자들이 권고를 완벽하게 지키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서도 "사업자들과 꾸준히 소통도 하고, 필요하다면 모니터링과 현장 점검을 하는 등 이용자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