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의 메타버스 사업이 부침을 겪으며 엇갈리고 있다. 가상세계와 현실세계를 통합한 새로운 생태계로서 사업 범위를 넓혀가는 기업들이 나오는 반면, 해당 사업에서 철수하는 기업도 보인다.이들의 명운을 가른 건 글로벌 시장에 대한 장악력으로 풀이된다.
구조조정에 서비스 중단까지
28일 ICT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의 메타버스 사업을 추진하던 증손회사 '컬러버스'는 모바일 3D 메타버스 서비스인 '퍼피레드' 운영을 내달 1일 중단한다. 이용수 컬러버스 대표는 최근 이용자 대상 공지를 통해 "현재 회사를 정리해야 하는 상황까지 오게 되어 퍼피레드 서비스 또한 종료하게 됐다"고 밝혔다.
재정 문제가 컸던 것으로 보인다. 이미 작년에만 115억원 이상의 영업적자를 냈기 때문이다. 컬러버스는 카카오게임즈의 개발 관계사인 넵튠이 지분 44.30%를 보유했다. 카카오게임즈의 넵튠 지분율은 39.50%다. 당초 이들 카카오 계열사와의 시너지를 예고했던 전진기지였던 만큼, 카카오의 메타버스 플랫폼은 동력 손실이 불가피해졌다.
올해 7월에는 싸이월드 메타버스 플랫폼인 '싸이타운'이 출시 1년 만에 서비스를 접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메타버스 공간을 스토리로 연결하는 새로운 플랫폼을 계획했지만 서비스 연기와 오류를 반복하다 문을 닫게 됐다.
컴투스는 자회사인 컴투버스가 메타버스 서비스 공간을 출시한 지 두 달도 안 된 지난 9월 구조조정 결정을 내렸다. 다만 회사는 최근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전략적인 구조조정을 거쳐 가벼워진 만큼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글로벌 시장 기반 빠른 성장 '대비'
그러나 이런 가운데서도 메타버스에 신기술과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며 성장을 꾀하는 기업도 여럿이다. 시장의 부침 속에서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성패는 주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순항 여부가 좌우하는 추세다.
네이버의 메타버스 플랫폼인 '제페토'는 올해 3분기 매출이 전 분기보다 10.3%나 성장했다. 올해 월간활성이용자수(MAU)만 2000만명에 이르는데 90% 이상이 해외 유저다. 글로벌 누적 이용자 또한 4억명에 달해 외국 시장에서 막강한 파워를 자랑한다. 제페토는 사진 1장만 올리면 메타버스 세계에서 자유롭게 쓸 수 있는 4가지 테마의 AI 아바타를 만들 수 있게 하는 등 자체 기술력으로 사업 고도화에 한창이다.
SK텔레콤의 메타버스 서비스 '이프랜드' 또한 MAU가 올해 3분기 420만명을 돌파했다. 이 중 절반은 해외 유저다. 1년 전 세계 49개국에 이프랜드를 선보이며 현지에 진출한 회사는 최근 말레이시아 '셀콤 디지' 등 동남아 3개 기업과 이프랜드 퍼블리싱 파트너십을 맺는 등 글로벌 메타버스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도입한 인앱결제 기반의 경제 시스템은 수익과 직결될 것이란 평가다.
김수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이프랜드에) 1만6000여개의 신규 프리미엄 콘텐츠를 추가하는 동시에 인앱결제를 도입한 게 눈에 띈다"며 "'이프홈'(메타버스 이프랜드 내 개인공간)과 함께 수요가 확대돼 수익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고 짚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리서치앤마켓이 발간한 '한국 메타버스 시장 정보보고서 2023'에 따르면, 우리나라 메타버스 산업은 2030년까지 연간 34.2%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시장규모 또한 올해 7조2000억원가량(55억4370만달러)에서 2030년 약 56조2000억원(433억6210만달러)까지 성장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