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전자 진단 업체들이 태국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태국이 의료 관광산업을 국가적으로 육성하며 유전자 진단서비스 수요가 늘어난 데다 현지 의료기관의 폭넓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주변 동남아시아 국가로 진출할 기회를 확보할 수 있어서다.
GC녹십자그룹의 임상 유전체 분석기업 GC지놈은 최근 태국의 의료기기 전문 유통사 MP그룹에 건강검진 유전자 검사 서비스 '지놈헬스'를 기술 수출했다. 지놈헬스는 혈관 속에 존재하는 DNA를 분석해 암, 심혈관계 질환 등 최대 45종의 질병 발병 위험도를 확인하는 서비스로, GC지놈이 아시아 국가에 기술수출한 첫 성과다.
네이버의 스타트업 육성조직 D2SF의 투자를 받은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아이크로진은 지난달 유전자 검사 솔루션 '아이디닥터 타이'를 태국 현지 베터 빙 병원에 제공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아이디닥터 타이는 국내 병·의원에 제공하던 질환 예측 유전자 검사 솔루션을 태국 시장에 맞춰 제작한 서비스다.
유전자 검사 전문업체 랩지노믹스는 지난 10월 태국 지노믹랩과 손잡고 개인 유전자 검사(DTC) 서비스를 현지에 출시하기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DTC는 의료기관을 거치지 않고 개인이 직접 검사기관에 유전자 검사를 의뢰할 수 있는 서비스다. 랩지노믹스는 현재 70여개의 DTC 검사 가능항목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 유전자진단 기업들이 이처럼 태국 시장에 활발히 뛰어드는 이유는 태국 정부가 의료관광 산업을 집중 육성하면서 지역 내 유전자 진단서비스 수요가 늘어난 데 있다. 태국 정부는 2012년 자국을 아시아 의료관광 허브로 키우기 위한 프레임워크를 발표한 후 세제 인센티브 등 관련 지원 정책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태국 카시콘 은행에 따르면 태국의 의료관광 시장은 2037년 최대 1500억바트(5조5000억원)에 달해 2019년보다 530% 커질 전망이다. 태국은 저렴한 의료비용과 고품질의 의료 서비스로 국제 의료관광협회(MTA) 기준 한국(33위)보다 높은 세계 5위의 의료 관광지에 위치해있다.
유전자 검사는 건강검진, 만성질환 치료 등과 함께 이같은 태국의 의료관광 산업을 이루는 핵심 축이다. 태국의 최대 의료관광 기관인 범룽랏, 비엣타니, 베즈타니 병원은 암 등의 질환부터 피부, 수면 등을 관리하는 다양한 종류의 유전자 진단 프로그램을 구비하고 있다.
태국은 이들 유전자 진단기업이 주변 아세안 국가로 시장을 확대하는 데 유리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이 태국의 의료관광 산업을 벤치마킹하고 있는 데다 태국에서 의료관광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형 병원들이 동남아 전반에 걸친 의료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태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은 저마다 차별화된 전략으로 현지 경쟁력 확보에 한창이다. GC지놈은 지놈헬스, 지니프티 외 장내 미생물 검사 서비스인 '그린바이옴' 등으로 현지 제품군을 늘리고 있다. 아이크로진은 태국 현지 수요에 맞춰 진단 서비스를 개선하고 있으며 랩지노믹스는 현지 파트너사와 TV 광고 등의 마케팅 활동을 확대할 계획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태국은 의료관광 산업이 고도로 발달한 의료관광 대국으로 유전자 진단 서비스 수요가 최근 들어 커지고 있다"며 "미얀마, 캄보디아 등 4개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고 대형 의료기관은 전 세계적인 브랜치(지사)를 보유해 주변 국가들에 제품을 알리기에도 무척 좋은 통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