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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바이오 투자 트렌드는 '세포·유전자치료제'

  • 2022.12.14(수) 07:00

글로벌 제약바이오, '세포·유전자' 기업 인수에 연간 수백억 투자
글로벌 시장 연평균 49.1% 급성장…"국내 기업들에도 기회의 시장"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올해 인플레이션과 금리인상 여파로 국내외 바이오업계의 투자가 크게 위축된 가운데 해외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세포치료제와 유전자치료제 분야에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차세대 바이오의약품으로 세포·유전자치료제가 주목받으면서 투자를 아끼지 않는 모습이다.

국내외 VC의 바이오 투자 축소

1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올해 상반기 벤처캐피털(VC)은 바이오·의료 업종에 6758억원을 신규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동기 8066억원을 투자한 것과 비교해 16.2%가량 감소한 수치다.

바이오 업종에 대한 해외 VC의 투자도 축소된 건 마찬가지다. 시장조사기관 이밸류에이트 밴티지(Evaluate Vantage)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13개의 바이오텍이 나스닥에 상장해 총 12억5250만 달러(약 1조6383억원)를 조달하는 데 그쳤다. 금리인상으로 벤처캐피탈(VC)의 재원 모집 기준이 높아지면서다. 또 올해 상반기 바이오벤처의 자금조달 건수는 215건으로 전년 상반기 311건보다 줄었고 투자 금액도 173억7000만 달러(약 22조7113억원)에서 123억2000만 달러(약 16조1084억원)로 감소했다.

첨단바이오의약품의 종류와 정의. /사진=식품의약품안전처

하지만 바이오업계의 투자가 위축된 상황 속에서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세포·유전자치료제에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나갔다. 바이오의약품은 1세대 재조합 단백질, 2세대 항체로 나뉘며 세포·유전자치료제는 차세대 바이오의약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세포치료제'는 살아있는 세포를 배양해 환자에게 투여하고, '유전자치료제'는 치료효과가 있는 유전자를 환자에게 투여해 질환을 치료 및 예방한다. 또 세포와 유전자의 특징을 융합하는 방식으로, 세포에 치료 효과가 있는 유전물질을 넣은 후 환자에 주입하는 '세포유전자치료제'도 있다. 

글로벌 제약바이오, 세포·유전자 기업 인수 등 공격적 투자

벨기에의 생명공학 기업인 갈라파고스는 지난 6월 총 2억3650만 달러(3092억여원) 규모로 셀포인트(CellPoint)와 어바운드바이오(AboundBio) 등 2곳의 바이오벤처를 인수했다. '셀포인트'는 키메라항원수용체 T세포(CAR-T)* 치료제 제조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네덜란드의 바이오벤처다. 어바운드바이오는 미국의 인간항체 기반 치료제 플랫폼을 보유한 바이오벤처다. 갈라파고스는 셀포인트의 CAR-T 플랫폼 기술을 활용하고 어바운드바이오의 항체기술을 CAR-T에 접목해 차세대 CAR-T 치료제를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키메라항원수용체 T세포(CAR-T): T세포는 세포성 면역을 담당하는 림프구의 일종으로, CAR-T세포는 면역요법에 사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가공의 T세포 수용체를 만들기 위해 유전학적으로 조작한 T세포.

또 일본의 다케다는 지난 1월 고형암을 타깃으로 새로운 감마델타 T세포 치료제를 개발하는 '어댑테이트 바이오테라퓨틱스'를 인수했다. 인수 계약 규모는 비공개다. 어댑테이트는 감마델타 테라퓨틱스(GammaDelta Therapeutics)의 스핀아웃 회사로, 애빙워스(Abingworth)와 다케다의 투자를 받아 2019년 영국에 설립된 바이오 스타트업이다. 어댑테이트는 체내 면역세포의 일종인 감마델타 T세포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해당 기술은 암세포만 효과적으로 공격하고 건강한 세포는 손상시키지 않도록 설계가 가능해 차세대 T세포 치료제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의 유전자편집 전문기업 인텔리아 테라퓨틱스(Intellia Therapeutics)도 지난 2월 리라이트 테라퓨틱스(Rewrite Therapeutics)를 총 2억 달러(2615억원) 규모에 인수했다. 리라이트 테라퓨틱스는 이중가닥 절단(double-strand breaks) 없이 유전체를 편집할 수 있는 차세대 유전자편집 기술을 보유한 회사로, UC버클리대의 과학자 핼퍼린과 데이비드 샤퍼 교수가 2016년 설립한 스타트업이다.

유전자치료제 개발 기업 캐슬 크릭 바이오사이언스(Castle Creek Biosciences)도 지난 1월 유전자치료제 스타트업 노바비타 테라(Novavita Thera)를 인수했다. 노바비타 테라는 희귀 간 질환과 대사 질환과 관련한 유전자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이밖에도 올해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는 센츄리 테라퓨틱스와 유도만능줄기세포 기반(iPSC-derived) 동종 세포치료제 개발 제휴를 맺었고 다케다는 코드 바이오테라퓨틱스와  희귀질환 유전자치료제를 공동 개발하는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아스트라제네카, 애브비, 노바티스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제약기업들이 세포·유전자치료제 개발을 위해 기술 도입과 기업 인수에 연간 수백억 달러를 투자하는 추세다. 

글로벌 시장 연평균 49.1% 급성장…국내 기업에도 '기회의 시장'

국내에서도 메디포스트, 파미셀, 코아스템, 지씨셀, 큐로셀, 앱클론 등 세포 및 유전자치료제 개발 전문기업들이 있다. 세포치료제 분야에서는 일부 성과를 내기도 했다. 거스 히딩크 전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이 시술을 받았던 줄기세포로 무릎 골관절염을 치료하는 메디포스트의 '카티스템' 등이 대표적이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하지만 아직 유전자치료제, CAR-T 세포치료제 등 혁신적 치료제 개발에서 성과를 내지는 못하고 있다. 코오롱생명과학의 야심작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는 지난 2017년 국내 최초 세포유전자 치료제로 국내 허가를 받았었지만 2019년 미국 임상3상 도중 관절세포로 알려진 주세포가 신장세포로 확인되면서 국내 허가가 취소됐다. 올해 초 미국에서 중단됐던 임상3상이 재개되면서 최초 유전자치료제의 부활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처럼 국내외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세포·유전자치료제 개발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차세대 바이오의약품 중에서도 시장 잠재력이 큰 시장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세포·유전자치료제 시장은 지난해 기준 약 74.7억 달러(약 9조1171억)로, 오는 2026년에는 약 555.9억 달러(약 67조8475억) 규모로 성장, 연평균 약 49.1%에 달하는 급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세포·유전자 치료제는 제약바이오 산업계의 새로운 성장 돌파구로 떠오르고 있다"면서 "글로벌 시장에서도 개발에 성공한 기업이 적어 국내 기업들이 후발주자로 진입에 성공하더라도 시장 경쟁력이 충분한 데다 약가도 고가로 책정돼 수익성이 높은 분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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