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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C와 '저분자 면역항암제'의 만남, 기대되는 이유

  • 2024.01.30(화) 07:00

저분자 면역항암제 붙인 ADC 개발 활발
키트루다·옵디보 등 한계 극복 기대

항체에 저분자 면역항암제를 붙인 ADC(항체약물접합체) 치료제를 개발하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늘고 있다. 다이이찌산쿄와 아스트라제네카의 '엔허투', 길리어드의 '트로델비' 등 1, 2세대 항암제를 결합한 ADC와 달리 머크의 '키트루다',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의 '옵디보' 등 3세대 항체 면역항암제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항체에 저분자 면역항암제를 붙인 ADC(항체약물접합체) 치료제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머크의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의 '옵디보(니볼루맙)' 등 항체 면역항암제의 낮은 환자 반응률과 내성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다.

삼진제약은 현재 항체 개발기업인 노벨티노빌리티와 함께 ADC 신약 개발을 위한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삼진제약이 페이로드(저분자화합물)로 쓸 면역항암제를 발굴하면 노벨티노빌리티가 보유한 링커 기술을 활용해 '링커-페이로드 결합체(LP결합체)'를 개발하는 내용이다.

ADC는 항체에 페이로드를 링커로 접합한 형태의 치료제로 특정 항원에 선택적으로 결합해 약효가 강하고, 정상 세포의 손상을 최소화해 부작용이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시판 중인 다이이찌산쿄와 아스트라제네카의 '엔허투(트라스투주맙 데룩스테캅)', 길리어드의 '트로델비(사시투주맙 고비테칸)' 등의 ADC 치료제는 대부분 암세포 표적 항체에 세포독성물질(페이로드)을 링커로 붙인 형태를 갖고 있다. 1, 2세대 항암제를 결합해 암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항암제는 크게 1세대 세포독성항암제, 2세대 표적항암제, 3세대 면역항암제로 구분된다.

삼진제약이 세포독성물질이 아닌 저분자 면역항암제를 페이로드로 사용하는 이유는 3세대 항체 면역항암제의 효과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면역항암제의 일종인 키트루다, 옵디보 등 면역관문억제제는 대부분의 고형암종에서 효과를 나타내며 획기적인 치료제로 평가받고 있으나 낮은 반응률과 높은 내성이라는 한계를 안고 있다.

삼진제약은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현재 선천면역반응을 활성화하는 스팅(STING, 인터페론 유전자 자극제) 작용제를 ADC 페이로드로 활용할 계획이다. 스팅 치료제를 ADC로 개발하면 암세포 근처에서 작용해 효과가 더 높은 데다, 기존 면역관문억제제와 병용 투여할 시 환자반응률을 높이는 등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어서다.

다국적 제약사 다케다제약은 이미 스팅작용제를 항체에 접합한 ADC 신약('TAK-500')과 키트루다의 병용요법을 평가하는 임상 1·2상을 미국에서 수행하고 있다. 다케다는 전임상에서 TAK-500의 선천 및 적응(후천)면역과 항종양 활성 효과를 확인했다. 면역관문억제제와 병용했을 때 이 효과는 더 크게 나타났다.

삼진제약 관계자는 "다케다제약이 공개한 전임상 일부 결과 등으로 미뤄봤을 때 우리 약물이 충분히 '베스트 인 클래스(계열 내 최초신약)'를 노려볼 수 있을 것 같다"며 "지난해 빅파마 등으로부터 삼진제약의 ADC와 면역 항암 과제들이 많은 관심을 받은 바 있다"고 했다.

국내 바이오텍 중에는 면역관문억제제에 저분자 면역항암제를 결합한 ADC 치료제를 개발하는 곳도 있다.

오름테라퓨틱은 면역관문억제제 역할을 하는 키트루다 항체에 저분자 면역항암제인 Cbl-b 저해제를 결합한 ADC를 개발했다. Cbl-b 저해제는 단백질 분해에 핵심 역할을 하는 E3 리가아제를 저해해 탈진된 T세포를 재활성화하는 역할을 한다. 오름테라퓨틱은 전임상에서 해당 ADC가 키트루다보다 강한 T세포 활성화 효과를 나타낸 것을 발견했다.

최근 국내 ADC 전문 기업 앱티스를 인수한 동아에스티 또한 조만간 저분자 면역항암제를 활용한 ADC 치료제를 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아에스티는 다수의 저분자 면역항암제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ADC로 개발하면 더 강력한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현재 동아에스티가 보유한 저분자 면역항암제 파이프라인 중 주목받는 것은 'DA-4511'와 'DA-4505'다. DA-4511는 면역세포 기능을 떨어뜨리는 단백질 타이로신 탈인산화효소의 일종인 SHP1을 억제하는 기전의 치료제로 지난해 10월 미국에서 열린 암 관련 국제학회 'AACR-NCI-EORTC 2023'에서 우수한 전임상 데이터를 공개한 바 있다.

DA-4501는 면역반응을 억제하는 AhR(아릴탄화수소수용체)를 제어하는 기전의 치료제로 전임상에서 글로벌 제약사가 개발 중인 AhR 저해제보다 개선된 종양억제효과를 확인했다. 동아에스티는 지난해 11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DA-4501의 임상 1·2a상 시험계획을 승인받았다. 동아에스티는 임상에서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DA-4501 단독요법과 키트루다 병용요법의 효과를 평가할 계획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드마켓에 따르면 글로벌 ADC 시장은 올해 97억달러(12조7000억원)에서 연평균 15.2% 성장해 2028년 198억달러(25조9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동아에스티 관계자는 "핵심역량인 저분자화합물을 중심으로 종양 및 면역계 질환의 신약개발에 지속적으로 힘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ADC에 저분자 면역항암제 파이프라인을 활용할 계획에 대해서는 "아직 앱티스를 인수하는 초기 단계로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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