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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헴리브라' 게 섰거라…이중항체 혈우병약 개발↑

  • 2024.04.16(화) 06:50

헴리브라 지난해 매출액 6조원 넘어
'NXT007' 등 후발약물 개발 늘어나

두 개의 표적단백질에 동시에 결합하는 이중항체 약물이 혈우병을 치료하는 새 모달리티(약물이 약효를 전달하는 방법)로 각광받고 있다. 다국적 제약사 로슈의 '헴리브라(성분명 에미시주맙)'가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면서 이중항체 기반의 혈우병약을 개발하려는 시도가 늘어나면서다.

혈우병은 혈액을 응고시키는 인자가 없어 출혈이 쉽게 멎지 않고 장기간 계속되는 질환이다. 혈액응고인자에 따라 크게 A, B, C형으로 나뉘며 제8인자가 없어 발병하는 A형 혈우병이 전체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한다.

16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덴마크계 제약사 노보노디스크는 한국을 비롯한 미국, 유럽 등에서 이중항체 기반의 혈우병 치료제 'Mim8'의 임상 3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성인과 청소년, 소아를 대상으로 Mim8의 약효가 기존 치료법보다 우수한지 확인하기 위한 시험이다.

Mim8은 혈액 응고 물질인 제9인자, 제10인자에 동시에 결합해 A형 혈우병 환자에게 부족한 제8인자의 역할을 대신 수행하는 원리로 혈우병을 치료한다. 제8인자는 제9인자, 제10인자를 연결해 우리 몸에서 혈액을 응고하는 역할을 한다.

일본계 제약사 주가이제약은 현재 이중항체 기반의 혈우병 치료제 'NXT007'의 효능과 안전성을 평가하는 임상 1·2상을 미국과 유럽 등에서 시행하고 있다. NXT007은 Mim8와 동일한 원리로 혈액응고 제8인자를 모방하는 방식으로 혈우병을 치료한다.

또 다른 일본계 제약사인 다케다제약은 지난 2020년부터 스위스계 제약사 라이트체인바이오사이언스와 협력해 이중항체 혈우병 치료후보물질 'NI-2101' 개발에 나섰다. NI-2101은 혈액응고 제8인자를 모방하는 치료제로 현재 전임상 시험 단계에 있다.

글로벌 제약사가 이처럼 이중항체 기반의 혈우병 치료제 개발에 나선 것은 스위스계 제약사 로슈의 헴리브라가 혈우병 시장에서 이중항체의 잠재력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헴리브라는 지난 2017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허가를 받은 세계 첫 이중항체 A형 혈우병 치료제다. Mim8, NXT007과 같은 원리로 작용하며 억제인자를 보유 또는 미보유한 환자를 대상으로 약물을 투여한 임상 3상에서 연간 출혈 발생빈도가 기존 치료법보다 각각 68%, 79% 감소한 것으로 확인했다.

억제인자는 혈우병 환자의 면역체계가 외부에서 투여한 혈액응고인자를 적으로 인식하고, 공격하는 것으로 이를 보유한 환자들은 기존 치료법으로 증상을 완화하는 데 어려움이 생긴다. 헴리브라는 부족한 응고인자를 직접 주입하는 게 아니라 모방하는 방식으로 작용해 억제인자의 영향을 적게 받는다.

헴리브라는 4주에 1회 투여하는 피하주사 제형으로 환자들의 투약편의성도 높아 출시 이후 혈우병 시장을 금방 섭렵했다. 헴리브라는 지난해 글로벌 매출액 41억4700만 스위스프랑(6조2500억원)을 기록했다. 국내에서는 JW중외제약이 판매를 맡고 있으며 작년 매출액 190억원을 거두며 시장 1위에 올랐다.

하지만 혈전 발생 부작용, 내성 등의 치명적인 단점도 갖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는 이 약점을 개선한 이중항체 약물을 개발해 헴리브라가 잠식한 혈우병 시장 점유율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Mim8는 지난 임상 2상 시험에서 48명의 환자에게 약물을 투약한 결과 혈전 발생 징후가 나타나지 않았다. 내성을 일으키는 항약물 항체도 발견되지 않았다. 헴리브라는 임상 3상에서 투약환자 중 5%에게서 약물의 내성이 생기는 항약물 항체가 생성된 바 있다.

NXT007은 전임상 시험에서 헴리브라보다 뛰어난 혈액 응고 효과를 나타냈다. 분자 구조가 다른 탓에 헴리브라 내성에 반응할 수 있으며, 적은 용량으로 비슷하거나 우수한 치료 효과를 내 헴리브라보다 부작용도 적을 것으로 관측된다.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혈우병 시장은 2022년 126억달러(17조4000억원)에서 2023년부터 연평균 6.6% 성장해 2030년 210억달러(29조5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헴리브라 이후 암을 넘어 자가면역질환, 뇌신경질환 등 다양한 적응증을 타깃으로 하는 이중항체 연구가 늘고 있다"며 "두 개의 항원에 어떻게 결합하느냐에 따라 단일항체 치료제를 뛰어넘는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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