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녹십자가 혈우병 치료제 개발에 힘쓰고 있다. 녹십자는 현재 환자에게 부족한 혈액응고인자를 직접 보충하는 비항체 치료제만 보유하고 있다.
13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녹십자는 현재 국내에서 혈우병 A형과 B형 환자를 대상으로 한 항체 기반의 혈우병 치료후보물질 'MG1113'의 임상 1b상 시험을 진행 중이다. 약물의 안전성과 출혈감소 등의 효과를 평가하는 것이 목표다.
이 약물은 우리 몸에서 혈액이 응고되는 것을 방해하는 단백질(TFPI)의 활성을 억제해 출혈을 줄이는 원리로 작용한다. 전임상 시험에서 우수한 약효를 확인했으며 복부나 허벅지 등에 투여하는 피하주사제로 개발해 복용편의성도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TFPI 억제제는 기존 약물에 내성이 생기거나, 다양한 유형의 혈우병 환자에게 효과가 있어 글로벌 제약사도 개발에 뛰어든 상태다. 다국적 제약사 화이자는 지난달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같은 원리의 치료제인 '힘파브지'의 허가를 받았다.
녹십자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지난해 미국계 바이오기업인 카탈리스트 바이오사이언스로부터 새 혈우병 치료후보물질 3개를 600만달러(84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이 중 개발 단계가 가장 빠른 것은 임상 3상 단계에 있는 'MzarAA'로 피하주사가 가능한 비항체 치료제다. 현재 녹십자가 자체 개발해 판매 중인 비항체 치료제인 '그린모노'와 '그린진에프'는 정맥주사제라 투여 과정에서 환자의 불편이 큰 단점이 있다.
또 다른 약물은 유전자 치료제로 개발 중인 'CB 2679d-GT'다. 환자의 간세포에 혈액응고인자 단백질을 생산하는 유전자를 전달하는 원리로 작용한다. 전임상시험에서 기존 치료제보다 출혈시간을 최대 8배, 출혈량을 4배가량 감소시킨 것을 확인했다.
이처럼 녹십자가 다양한 치료방식의 혈우병 약을 개발하는 이유는 기존 제품만으로 시장에서 성과를 내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현재 녹십자는 자체 개발한 그린모노, 그린진에프, 다케다제약과 공동판매 중인 '애드베이트' 등 비항체 기반의 혈우병 치료제만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21년 SK플라즈마가 비항체 기반의 혈우병 치료제 '앱스틸라'를 출시한 가운데 JW중외제약이 항체 기반의 치료제인 로슈의 헴리브라를 국내에 도입하면서 혈우병 치료시장에서 녹십자의 입지가 좁아지기 시작했다.
의약품 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지난해 헴리브라의 국내 시장 매출액은 19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50% 증가했다. 같은 기간 녹십자의 그린모노의 매출액은 67억원으로 1% 증가하는 데 그쳤다. 그린진에프와 애드베이트의 판매액은 각각 33%, 22% 감소했다.
녹십자가 새 혈우병 치료제를 확보하려는 배경에는 기존 치료제의 단점을 보완하려는 이유도 있다. 그린모노, 그린진에프와 같은 비항체 치료제는 반복적으로 투여하면 내성이 생기는 문제가 있다. 이 경우 환자는 항체 치료제와 같은 다른 원리의 약물을 투약해야 한다.
녹십자 관계자는 "포트폴리오 다각화 측면에서 비항체 기반의 치료제 외 다양한 혈우병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고 했다. 헴리브라와 같은 이중항체 기반의 혈우병 치료제 개발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아직 항체 기반의 치료제를 개발하는 초기단계로 자세히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