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세포유전자 치료제 CDMO(위탁개발생산) 사업을 놓고 신중한 모습이다. 지난해부터 기술 개발과 전문인력 확보에 착수했고 존림 대표이사도 강한 사업 의지를 드러내고 있으나 회사에선 여전히 "검토 단계"라는 입장이다.
세포유전자 치료제가 아직 초기 단계 기술로 상업화 가능한 약물 수가 제한적이고, 최근 빅파마가 약물 개발을 중단하는 등 관련 시장이 가라앉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기술 및 인력 확보 나서
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현재 세포유전자 치료제 CDMO 사업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세포유전자 치료제는 항체와 달리 어떤 유전자 운반체(바이러스벡터)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치료제의 특성이 달라진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아데노부속바이러스(AAV)라는 운반체 기반의 세포유전자치료제 사업에 역량을 모으고 있다. 치료제 개발 및 인재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5월 회사는 미국계 세포유전자 치료제 개발사인 라투스바이오에 투자했다. 라투스바이오는 AAV 기반의 CNS(중추신경계) 세포유전자 치료제 개발사다. 같은 해 7월에는 미국 플래그십 파이오니어링 펀드에 720억원을 출자했다. 이 펀드는 세포유전자 치료제 개발사에 주로 투자한다.
올해 1월에는 △AAV 분석 △AAV 배양공정개발 △AAV 정제공정개발 3가지 분야에서 자체 인재를 채용했다. 이들 직군은 AAV 품질을 분석하고 이를 대량 생산하기 위한 배양 및 정제 플랫폼을 개발하는 역할을 한다.

존림 대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미국에서 열린 제약바이오 투자행사인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 등에서 세포유전자 치료제 CDMO 사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존림 대표는 올해 1월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위탁개발(CDO) 부문에서 ADC(항체약물접합체)뿐만 아니라 세포유전자 치료제 등을 신속하게 공급할 수 있는 '엔드투엔드 서비스'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달 인천 본사에서 개최한 정기주주총회에선 "세포유전자치료제 등 신규 모달리티(치료 접근법) 분야를 계속 탐색하고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만만치 않은 시장상황
존림 대표가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으나 정작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신중한 입장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측은 "세포유전자 치료제 사업진출과 관련해 아직 확정된 사안이 없으며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2023년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 ADC CDMO 사업진출 의사를 밝힌 이후 곧바로 전용공장을 짓고 수주까지 나서는 등 일사천리로 일을 처리한 바 있다. 당시 거침없이 사업을 추진하던 것과 비교하면 이번 세포유전자 치료 사업에선 뚜렷한 온도차가 느껴진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세포유전자치료제 시장 진출에 신중한 것은 아직 초기 단계 기술이며 상업화 단계의 약물 수가 제한적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최근 빅파마(거대 제약사)가 세포유전자 치료제를 개발 우선순위에서 제외하면서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든 영향도 크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현재 미국에서 허가된 세포유전자 치료제는 총 44개에 그친다. 이 중 AAV 기반의 치료제는 10개다. 연매출 10억달러(1조4000억원) 이상의 블록버스터 약물은 노바티스의 '졸겐스마'가 유일하다.
이러한 AAV 기반의 세포유전자 치료제는 대부분 평생 1회 투여 제형으로 개발됐다. 대량 생산이 필요하지 않다는 의미다. 노바티스는 자체 공장을 통해 졸겐스마를 생산하고 있다.
이 가운데 세포유전차 치료제 시장은 최근 심각한 침체기를 겪고 있다. 미국계 제약사인 화이자는 지난해 개발 중이던 세포유전자 치료제 약물의 임상을 중단하고 연구인력을 대폭 감축했다. 기대했던 것보다 약물의 개발성과가 더디면서다. 다케다제약도 최근 AAV 기반의 유전자 치료제 연구를 종료했다.
세계 최초로 유전자 가위 치료제를 개발한 블루버드바이오는 파산 위기를 겪다가 지난 2월 사모펀드에 매각됐다. 블루버드바이오는 한때 시가총액이 100억달러(14조원)를 웃돌았다.
이러한 배경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쟁 CDMO사들도 부침을 겪는 모습이다. 중국계 CDMO사인 우시엡텍은 지난해 미국과 영국의 세포유전자 치료제 제조 자회사를 매각했다. 론자는 지난해 세포유전자 사업부의 매출액이 전년대비 1.1% 오르는 데 그쳤다.
세포유전자치료제 개발사 한 관계자는 "최근 AAV 기반 치료제들이 임상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를 보이면서 사업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며 "특히 AAV 자체가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