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가상자산거래소가 한국시장 진출을 코앞에 두고 금융당국의 벽에 가로막혔다. 고팍스를 인수해 한국 시장에 진입하려던 바이낸스에 이어 크립토닷컴도 국내 서비스를 시작하기도 전에 날카로운 규제를 맞닥뜨리게 됐다.
24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크립토닷컴은 전날 오후 입장문을 내고 "국내 애플리케이션(앱) 출시를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같은날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은 크립토닷컴이 제출한 자료 중 자금세탁방지(AML)와 관련한 우려 사항을 발견해 현장점검에 나섰다.
크립토닷컴은 지난 2022년 국내 코인마켓 거래소인 오케이비트의 지분 100%를 인수했다. 오케이비트는 SC제일은행과 실명계좌 계약을 맺고 원화거래소로 전환을 추진하려 했으나, 금융당국으로부터 자금세탁방지(AML) 능력이 우려된다는 의견을 전달받아 무산됐다.
원화거래소로 전환이 무산되자 크립토닷컴은 오는 29일 '크립토닷컴 코리아' 거래소를 출범하기로 했다. 코인거래 서비스로 시작해 실명계좌를 확보하고 원화거래에 도전하겠다는 계획이다. 자사 기술로 가상자산의 국내외 가격 차이를 뜻하는 '김치 프리미엄'을 없앨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크립토닷컴의 국내 서비스 계획은 시작하기 나흘 전 금융당국의 현장검사가 진행되면서 멈춰섰다. 크립토닷컴은 "전세계 주요 시장에서 검증·승인받은 당사의 철저한 정책, 절차, 시스템·규율에 대해 한국 규제당국에 명확히 설명드리고자 한다"고 밝혔다.
자금세탁방지와 관련해서도 해명했다. 크립토닷컴은 오케이비트를 인수한 후 신규 고객을 유치하지 않았고, 기존 오케이비트 고객은 출금 기능만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인수 당시 자금세탁방지법 위반 문제가 발생한 이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금융당국이 글로벌 거래소인 크립토닷컴의 국내 진출에 제동을 걸은 셈이다. 오케이비트 운영사인 '포리스닥스코리아리미티드'는 가상자산사업자(VASP) 등기임원 변경신고도 통상적인 통지 기한을 훌쩍 넘겼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들은 크립토닷컴의 국내시장 진출 가능성을 두고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바이낸스는 고팍스 운영사 스트리미의 지분을 인수하고, FTX 사태로 발생한 고파이 문제까지 해결하겠다고 나섰지만 금융당국의 벽에 부딪혔다. 스트리미는 지난해 가상자산사업자 임원 변경신고를 수차례 제출했지만, 첨부서류 보완 등으로 심사를 미뤘다.
최화인 블록체인 에반젤리스트는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플레이어 수를 줄여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크립토닷컴과 같은 해외 거래소의 진입을 허용할 거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