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팍스 해결사 바이낸스, 등판 '차일피일'

금융당국이 고팍스의 가상자산사업자 변경신고 수리 통지를 미루고 있다. 고팍스 인수에 나선 바이낸스가 미국서 사법리스크에 휘말리면서 당국도 한층 신중해진 모양새다. 최근 전북은행의 고팍스와 관련한 위험평가 실시를 두고 당국이 간접적 압박에 나섰다는 해석도 나온다.

금감원 "위험평가 지시한 적 없다"

26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전북은행은 고팍스와 관련해 위험평가를 실시할 예정이다. 은행은 실명계좌 서비스 계약 등을 체결할 때에 가상자산사업자 자금세탁 위험성을 평가한다. 

당초 금융당국이 전북은행에 고팍스의 위험평가를 실시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금융감독원은 "위험평가를 지시한 바 없다"며 이러한 주장을 부인했다. 금감원은 어디까지나 전북은행이 고팍스와 계약에 따라 은행 고객 확인의무의 일환으로 위험평가를 진행할 뿐이라고 해명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우리가 (위험평가 실시를)지시한 게 아니다. 은행은 자체 판단에 따라 위험 요소가 변경될 때 위험평가를 하도록 계약을 맺는다"면서 "전북은행의 위험평가가 언제 끝나든 고팍스의 가상자산사업자 변경신고와는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고팍스의 실명계좌를 내주는 은행을 통해 간접적으로 규제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금융당국이 고팍스의 가상자산사업자 변경신고 수리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데다, 해외 거래소의 국내 진출을 긍정적으로 보지 않는다는 관측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변경신고 기한 훌쩍 넘겨…보완 요구

고팍스 운영사 스트리미는 지난달 6일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등기임원 변동에 따른 가상자산사업자 변경신고서를 제출했다. 바이낸스의 고팍스 인수에 따라 레온 싱 풍(35) 바이낸스 아시아태평양 대표이사는 지난 2월 고팍스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가상자산사업자는 대표이사 및 임원의 성명 및 국적이 변경될 경우 FIU에 신고해야 한다. FIU는 신고서 접수일로부터 45일 이내에 수리 여부를 통지한다. 지난 21일이 신고 수리 통지 기한이었으나, FIU가 스트리미에 서류 보완을 요구하면서 일정이 늦어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등기임원에 결격 사유가 없다면 변경신고에 크게 어려움이 없다. 그러나 바이낸스의 지배구조와 본사 소재지가 불투명한 데다 주요 임원이 자금세탁과 관련해 조사를 받고 있는 만큼 '사법 리스크'가 발목을 잡을 거라는 예측이 나왔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지난달 말 자오창펑 CEO를 상대로 제소하면서 이러한 우려는 더욱 커졌다.

인수 지연에 고파이 투자자 '식은땀'

고팍스는 제네시스 캐피탈의 인출 중단으로 고파이 예치 고객에게 566억원에 달하는 예치금을 돌려주지 못하고 있다. 고팍스를 운영하는 스트리미는 지난해 76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는데, 이중 566억원에 달하는 고파이 예치금이 충당부채로 잡혔다. 

고팍스의 지난해 말 자본총계는 마이너스(-)539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바이낸스는 고팍스를 인수하면서 산업회복기금(IRI)을 통해 고파이 원리금 상환을 돕기로 하고 지난 2월 예치금 일부를 1차로 지급했다. 지난 3월 말까지 잔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지만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수리가 지연되면서 늦어지는 상황이다.

레온 풍 대표는 지난 17일 고파이 예치 고객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고 투자자 달래기에 나섰다. 레온 풍 대표는 이 간담회에서 고파이 반환 예상 일정과 산업회복기금 등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