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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제약 '엔블로', 연매출 1조 가능할까

  • 2024.06.13(목) 06:00

SGLT-2 계열 당뇨병 치료제 후발주자
경쟁약보다 적은 용량으로 유사한 약효
"글로벌 경쟁력 갖춰…미국진출도 준비"

대웅제약이 자체 개발한 당뇨병 신약 '엔블로(성분명 이나보글로플로진)'가 경쟁약보다 뒤늦게 시장에 진출한 약점을 딛고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대웅제약은 현재 엔블로를 다른 당뇨병 치료제인 메트포르민, 제미글립틴과 52주간 함께 처방하는 요법의 효능과 안전성을 평가하는 임상 3상 시험을 국내에서 진행하고 있다. 3가지 약물 성분을 섞은 복합제 출시를 염두에 둔 시험으로 분석된다.

앞서 대웅제약은 지난해 엔블로와 메트포르민 성분을 더한 2제 복합제인 '엔블로멧서방정'을 출시한 바 있다.

엔블로는 국내에서 처음 개발된 SGLT-2(나트륨-포도당 공동수송체2) 억제제로 지난 2022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를 받았다. 소변으로 배출되는 포도당을 재흡수하는 SGLT-2의 활동을 억제하는 원리로 혈당 수치를 낮춘다.

대웅제약은 중국에서 엔블로와 메트포르민을 병용하는 요법의 효능과 안전성을 평가하는 임상 3상 시험도 시행하고 있다. 대조약은 엔블로와 같은 SGLT-2 억제제인 다파글로플로진과 메트포르민 병용요법이다.

대웅제약이 이처럼 엔블로의 연구개발 활동을 확대하는 이유는 치료범위(적응증)와 글로벌 진출 국가를 넓혀 시장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다.

대웅제약은 현재 엔블로와 함께 보툴리눔 톡신제제인 '나보타',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펙수클루(펙수프라잔)' 총 3개의 자체 개발 신약제품을 보유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이들 제품을 각각 연 매출액 1조원 규모의 블록버스터 약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이른바 '1품1조' 전략이다.

현재 목표를 향해 순항 중인 나보타와 펙수클루와 비교해 가장 뒤늦게 출시한 엔블로가 가야 할 길은 험난한 편이다. 국내에 SGLT-2 계열의 당뇨병 치료제가 상용화된 지 오랜 시간이 지나는 등 경쟁 환경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SGLT-2 억제제인 포시가(다파글로플로진)는 지난 2014년 국내에 첫 출시됐으며 특허만료로 지난해부터 가격이 저렴한 제네릭의약품(복제약)이 판매되고 있다. LG화학의 '제미다파', 동아에스티 '슈가다파' 등 SGLT-2 억제제와 다른 당뇨병 약제를 섞은 복합제도 이미 출시된 상태다.

이와 달리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펙수클루는 출시 이후 최근 온코닉테라퓨틱스가 동일한 원리의 약물인 '자큐보(자스타프라잔)'의 허가를 받기 전까지 HK이노엔의 '케이캡(테고프라잔)'이 유일한 경쟁약이었다.

나보타처럼 미국시장 진출을 곧바로 노리는 데도 어려움이 있다. 글로벌 임상 등 허가를 위해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가운데, 보툴리눔 톡신과 달리 당뇨병 치료제 시장은 노보노디스크, 일라이릴리 등 글로벌 빅파마(거대 제약사)와 경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앞서 나보타는 지난 2013년 국내 허가를 받은 후 미국계 제약사인 에볼루스와 손잡고 이듬해 곧바로 미 식품의약국(FDA)에 임상시험신청(IND)을 제출한 바 있다.

가장 최근 FDA의 허가를 받아낸 SGLT-2 계열 당뇨신약인 '브렌자비(벡사글리플로진)'를 개발한 테라코스바이오는 현재 제품 가격을 경쟁약 대비 10분의 1 수준으로 낮춰 글로벌 제약사와 맞붙고 있다.

그럼에도 대웅제약은 차별화된 효능을 기반으로 엔블로의 시장안착을 낙관하고 있다. 

엔블로는 국내에서 1일 1회 0.3mg 복용으로 허가를 받았는데, 임상에서 이 용량만으로 경쟁약인 포시가 10mg과 유사한 효능과 안전성을 나타냈다. 특히 엔블로는 경증 신장질환을 가진 제2형 당뇨병 환자에게서 포시가보다 우수한 약효를 최근 시행한 임상에서 확인했다.

미국 국립신장재단에 따르면 당뇨병 환자의 약 35%는 만성 신장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또 다른 성장 요인으로는 SGLT-2 억제제가 국내외 당뇨병 치료제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는 점이 꼽힌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국내 SGLT-2 억제제 시장은 2023년 2387억원으로 2021년 대비 약 60% 늘어났다.

이러한 강점을 토대로 엔블로는 나보타, 펙수클루와 같이 출시 이후 다수의 해외 제약사로부터 수출계약을 따내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대웅제약이 브라질, 멕시코 등에 체결한 엔블로 수출계약 규모는 약 1700억원에 달한다.

대웅제약은 현재 자체적으로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국가에 품목허가를 신청하고 있으며 2025년까지 15개국, 2030년까지 50개국까지 해외진출 국가를 넓힌다는 계획이다.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시장도 당장은 아니지만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미국 당뇨병 치료제 시장은 2024년 356억3000만달러(49조5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SGLT-2 억제제는 기존 당뇨병 치료제를 대체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엔블로는 포시가와 1대 1 임상에서 우수한 효능을 나타내고 있어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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