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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해도 되는데' ESG보고서 내는 게임사들…왜?

  • 2024.07.05(금) 06:00

선제적 보고서 공시로 제도 변화에 대비
"글로벌 시장이 타깃…트렌드 대응해야"

엔씨소프트, NHN, 넷마블, 위메이드, 펄어비스 등 국내 주요 게임사들이 '지속가능(ESG)경영보고서'를 지속 발간해 공시하고 있다. ESG 공시 의무화를 대비하고 글로벌 수준의 눈높에 맞추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게임사 지속가능경영 살펴보니

5일 업계에 따르면 엔씨, NHN, 넷마블, 위메이드, 펄어비스는 최근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공시 완료했다. 특히 엔씨는 'ESG 플레이북 2023'으로 명명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함께 만드는 즐거움 △디지털 책임 △사회 질적 도약 등을 핵심 가치로 삼고 '즐거움으로 연결된 새로운 세상'을 지향한다고 밝혔다.

엔씨의 ESG경영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병무 공동대표는 "ESG경영을 단순히 착한 일을 하는 것이 아닌 회사의 경영전략, 사업성과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필수 요소로 생각하고 다양한 노력을 진정성 있게 실천해 나가겠다"고 했다. 엔씨는 2021년 이후 매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외부에 공개하고 있다.

이를 위해 엔씨는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한 게임 개발을 위해 콘텐츠 내 혐오와 차별을 줄이고 문화적인 다양성을 포용하기 위한 내부 관리 체계를 강화할 방침이다. 또한 고객과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게임 플레이 경험을 지속적으로 높이는 기반을 다져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정보보안 및 개인정보보호 관리 체계를 글로벌 수준으로 고도화할 예정이다.

NHN도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로 발간한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에서 △책임감 있는 경영 △함께하는 공동체 △지속가능한 일터 등 3가지 집중 분야와 '기후변화 대응', '정보보호 및 개인정보보호', '건강한 조직문화' 등 이해관계자가 주목하는 3가지 핵심 이슈를 중심으로 주요 성과와 세부 실행 전략을 소개했다.

NHN은 지난해 임직원이 참여한 기후행동 캠페인을 전개해 1700톤에 달하는 탄소배출량을 상쇄하는 효과를 거뒀으며, 지난해 10월 정식 운영을 시작한 국가 AI 데이터센터에 자체 기술력으로 개발한 친환경 기술을 적용해 에너지 효율성을 제고했다. NHN 관계자는 "이윤뿐만 아니라 지속가능한 성장에 대한 약속과 성과를 더 투명하게 소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보고서 발간을 통해 더 많은 이해관계자와의 연결 속에 우리의 약속, 이야기를 세상과 공유하며 지속가능한 미래를 열어가겠다"고 말했다.

넷마블 또한 2021년부터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매년 발간하고 있다. 넷마블은 ESG경영전략의 방향으로 △고객만족 및 신뢰강화 △구성원 만족도 향상 △책임감 있는 거버넌스 및 공시체계 구축 △신뢰기반 상생협력 △전략적 사회공헌 사업 등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2021년에 처음 제시한 ESG 3대 비전 'Entertain'(재미있는 게임으로 전 세계를 즐겁게), 'Support'(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책임을 다한다), 'Grow Together'(이해관계자와 모두 함께 성장한다)를 실현한다는 구상이다.

이찬희 넷마블 ESG위원회 위원장은 "지난해 이사회에 ESG 위원회를 설치하고, ESG 경영이 전사적으로 뿌리내릴 수 있는 거버넌스 체제를 확립하고자 노력했다"며 "앞으로도 넷마블은 도전과 혁신의 정신으로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방법을 찾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위메이드의 경우 올해 공개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혁신 비즈니스 기반의 ESG 경영으로 지속가능한 성장과 미래 생태계의 조성'을 핵심 가치로 설정했다. 그러면서 △환경 영향 저감 △미래세대 지원과 생태계 확장 △책임감 있는 거버넌스 구축과 운영을 ESG 경영의 전략 체계로 소개했다.

위메이드는 지난해 ESG위원회를 이사회 산하로 이동하고 전사적 차원에서 ESG 경영을 본격화했다. 또 '위믹스 챔피언십' 대회와 '2023 지스타'에 블록체인 서비스를 결합해 지류가 아닌 NFT(대체불가토큰)로 티켓을 발행하면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데 기여하고, ISO 14001 환경경영시스템 인증도 취득했다.

펄어비스도 세 번째 ESG 보고서를 지속가능경영보고서로 공시했다. 그러면서 △건전한 게임문화 형성 △임직원 직무역량 강화 △정보보안 등을 ESG 경영의 핵심 키워드로 꼽았다.

펄어비스는 지난해 친환경 설비 투자에 13억1000만원을 집행했고 사회공헌기부금으로 6억8500만원을 썼다. 이사회의 여성임원 비율은 28.5%, 윤리·반부패 제보건수 처리율은 100%에 달했다.

카카오게임즈와 컴투스, 크래프톤 등은 지속가능보고서를 공시하지는 않았지만 자체적으로 보고서를 발간해 공개했다. 카카오게임즈는 ESG 보고서 '지속가능성을 위한 플레이'(Playing Towards Sustainability)를 공개하면서, 국제표준 환경경영시스템 'ISO 14001' 인증, '아시아 태평양 경제협력체 국경 간 프라이버시 규칙'(APEC CBPR) 인증을 취득한 사실을 알렸다. 카카오게임즈는 국내 최초로 장애인 게임 보조기기 지원 사업도 추진했다.

컴투스도 '사회공헌활동리포트'를 통해 ESG 경영 상황을 공개하고 있다. 컴투스의 'ESG+(PLUS)위원회'는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ESG 활동을 전개하면서 지속가능한 경영을 도모하고 있다. 또 공유, 환경, 인재, 예술 등의 분야에서 다양한 지원, 나눔 활동을 추진해왔다. 크래프톤은 별도 보고서는 발간하지 않고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ESG 관련 데이터를 공개하고 있다.

글로벌 트렌드 선제 대응…글로벌 성장 기대감도

이처럼 국내 게임사들이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는 이유는 크게 금융당국의 공시 의무화에 대비하는 한편 글로벌 기업을 지향하기 때문으로 요약된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국내는 공시 기준과 의무화 시점이 미뤄지고 있으나 2026년부터 자산 2조원 이상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부터 의무적으로 공시해야하는 것으로 논의되고 있다"며 "이에 지난 3개년에 대한 ESG 데이터가 필요한 바, 선제적으로 보고서를 발간해 공시 의무화에 대응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지점에서 흥미로운 대목은 '자산 2조원' 이상에 해당하지 않는 기업들도 선제적으로 공시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지난해 기준 넷마블(7조9158억원), 엔씨(4조3900억원), NHN(3조4500억원) 등은 자산 규모가 2조원을 훌쩍 넘고 있으나, 위메이드의 자산 규모는 1조4300억원, 펄어비스는 1조2000억원 수준이다. 위메이드와 펄어비스는 자산 규모가 공시 기준을 조만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는 얘기다.

위메이드는 '나이트크로우'의 글로벌 진출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고, 미르M, 미르4 등 미르 IP(지식재산권) 기반 게임의 중국 진출을 시도한다. 펄어비스는 '검은사막 온라인'의 중국 판호(서비스허가권)를 획득하고 현지 서비스 준비에 돌입했다.

게임사들은 투자자와 ESG 평가사들의 요구에도 부합하기 위한 차원에서 이같은 공시에 적극적이다. 무엇보다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노력이기도 하다.

업계 ESG 담당 관계자는 "회사의 지속가능경영에 대한 투자자들의 요구가 증가하고, ESG 평가사 역시 평가를 통해 나온 결과를 ESG 펀드, 투자종목으로 연계하고 있다"며 "가령 한국ESG기준원(KCGS) 평가 결과는 한국거래소의 ESG 테마지수 5종의 종목구성에 활용되고, 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MSCI)은 ESG 평가 결과를 활용해 ESG 관련 지수들을 개발하여 운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궁극적으로는 국내 게임사들이 글로벌 시장을 지향하고 있기에 글로벌 트렌드에 더욱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회사의 지속가능경영에 대해 한눈에 보여주고 이해관계자와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이면서 통상적인 방식이 지속가능경영보고서"라며 "세계 산업 전반에 걸쳐 ESG가 주요한 경영 지표로 자리잡아가면서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국내 게임업계도 요구되는 기준을 맞춰가는 추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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