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티빙'과 '웨이브'가 지난해 말 합병 계획을 발표했으나, 1년 가까이 함흥차사다. 각사 주주들이 주장하는 구체적 조건이 장기간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예정한 데드라인(기한)을 넘길 경우 합병 자체가 무산될 것이란 우려마저 나온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초 티빙과 웨이브가 체결한 합병 양해각서(MOU)상 최종 합의 시점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양사 대주주인 CJ와 SK 측이 최종 합의의 데드라인을 정해둔 것으로 안다"며 "양측이 MOU를 체결했음에도 이 시점까지 협의를 끝내지 못하면 합병이 힘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시점은 연말, 늦어도 내년 2월일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합의시점을 연장하는 옵션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설명도 있다. 다른 관계자는 "합의 기한은 주주들이 협의하면 되는 문제"라며 "각사 니즈가 있고 장기간 협의해왔기에 쉽게 접지는 않을 것이고, 연내 일단락할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고 했다.
양측이 장기간 논의를 진행했으나 아직도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 이유는 양측 주주 가운데 콘텐츠 사업자들이 요구하는 콘텐츠 공급·거래 조건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CJ ENM은 티빙 지분 48.85%를 보유했는데 네이버(10.66%), SLL중앙(12.74%), KT스튜디오지니(13.54%) 등도 상당한 규모의 지분을 들고 있어 저마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웨이브 운영사 콘텐츠웨이브도 SK스퀘어가 지분 40.5%를 보유한 최대주주이고 KBS·MBC·SBS 등 지상파3사가 각각 20%에 가까운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콘텐츠를 판매하는 입장인 지상파, JTBC의 계열의 SLL은 콘텐츠 공급 조건과 관련한 계산기를 두드릴 수밖에 없다"며 "티빙과 웨이브의 통합법인에 자사 콘텐츠를 독점 공급하는 것과 넷플릭스 등 다른 사업자에 대한 판매도 열려 있는 조건을 두고 논의가 이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또한 다른 주주들도 이들이 논의하는 내용의 추이를 보면서 기존과 판단을 바꿀 가능성도 있는 까닭에 합병이 차일피일 미뤄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얘기다. 실제로 양측 주주들은 언제든지 경쟁 사업자와 제휴하는 등 열린 태도를 보이고 있다.
네이버가 오는 11월부터 자사 멤버십 네이버플러스 회원을 대상으로 넷플릭스 이용권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힌 것이 대표적 사례다. 게다가 네이버와 넷플릭스는 사용자들의 만족도를 극대화하기 위한 다양한 협업도 모색할 계획이다.
네이버 측은 "이용자에게 다양한 혜택과 선택권을 제공하는 차원"이라며 티빙-웨이브 합병과는 무관한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