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여파에 IPO(기업공개)에 나선 바이오기업들이 공모가를 하향 조정하며 몸을 낮추고 있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연말 코스닥 상장을 준비 중인 신약개발사는 총 3곳(온코크로스·온코닉테라퓨틱스·듀켐바이오)이다. 모두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마치고 최근 공모가를 확정했다.
AI(인공지능) 신약개발 기업인 온코크로스와 제일약품의 신약개발 자회사 온코닉테라퓨틱스는 수요예측에서 세 자릿수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계엄사태 이후 커진 증시 불확실성을 고려해 공모가를 희망범위 하단보다 낮게 책정했다.
온코크로스는 희망범위 하단보다 27.7% 낮춘 7300원, 온코닉테라퓨틱스는 18.7% 내린 1만3000원으로 공모가를 확정했다.
온코크로스와 온코닉테라퓨틱스는 이달 9~10일 나란히 일반청약에 나선다. 상장주관사와 총액인수계약을 맺어 미달이 발생해도 주관사가 물량을 모두 소화한다. 그럼에도 공모가를 낮춘 배경에는 미달만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 크게 작용했다.
온코크로스 관계자는 "주관사와 총액인수계약을 맺어 미달이 발생하더라도 상장에는 문제가 없다"면서도 "하지만 청약미달은 대외적으로 기업가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수 있어 이를 피하기 위해 공모가를 낮춘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방사성의약품 개발기업인 듀켐바이오는 계엄사태가 터진 지난 2일부터 6일 사이 수요예측을 진행하며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를 냈다. 수요예측 경쟁률은 47.7대 1을 기록했고 공모가는 희망범위 하단보다 34.9% 낮은 8000원으로 확정지었다. 듀켐바이오는 이달 11~12일 일반청약에 나선다.
분위기를 뒤집을 기회는 아직 남아있다. 상장 이후 대통령 탄핵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주식시장에서 기업가치를 다시 평가받는 시기가 찾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올 한 해 동안 코스닥에 상장한 신약개발사는 총 3곳(이엔셀·티디에스팜·셀비온)으로 상장 초기 준수한 성과를 냈다. 이들 모두 상장 당일 두 자릿수의 주가 상승률을 기록한 가운데 특히 티디에스팜은 종가기준으로 주가가 300.0% 상승했다.
온코크로스의 경우 국내에서 AI 신약개발사가 수요예측에서 흥행에 성공했으나 상장 초기 부진한 성적을 낸 선례가 있는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재 코스닥에 상장한 AI 신약개발사는 파로스아이바이오가 유일하다. 온코크로스와 같이 임상 1상 후보물질을 개발 중이던 지난해 7월 코스닥에 상장했다. 수요예측에서 세 자릿수의 경쟁률을 기록하고 공모가도 희망범위 하단으로 책정했으나 상장 첫날 주가가 37.3% 하락한 바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평상시라면 기업가치를 높게 받을 수 있는 곳도 계엄사태 등 여러 악재가 겹치며 공모가를 낮출 수밖에 없다"며 "경쟁력 있는 기술력이나 신약 파이프라인을 갖춘 기업이라면 막연한 상황 속에서도 제대로 된 가치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