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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꿩 대신 닭' 대체조제 신중히 접근해야

  • 2025.01.23(목) 08:20

품절 의약품 대체·약국 재고 문제 해결 등 장점
제네릭 부작용 우려로 무분별한 대체조제 경계

'꿩 대신 닭'

적당한 것이 없을 때 그것과 비슷한 것으로 대체하는 걸 비유하는 속담이다. 원래 설날에는 꿩고기가 들어간 떡국을 먹었다고 한다. 꿩은 사육이 힘들어 사냥으로만 잡을 수 있었다. 점차 꿩고기를 구하기 어려워지면서 주변에서 흔히 사육하던 닭고기를 쓰게 됐고 여기에서 속담이 유래된 것이다. 

'대체조제' 병원 눈치보는 약국

제약 바이오 업계에서도 꿩 대신 닭 같은 상황이 종종 펼쳐진다. 바로 의약품 '대체조제'다. 병원에서 받은 처방전을 가지고 약국에 방문했을 때 약사로부터 "처방전에 나온 의약품이 없어서 동일한 성분으로 대체조제해드려도 될까요"라는 말을 들어본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병원에서 처방한 의약품 재고가 약국에 없을 때 대체조제를 한다. 약국은 환자에게 조제 전 대체조제 사실을 알리고 병원에도 전화나 팩스로 통보해야 한다.

법적으로 대체조제가 가능하긴 하지만 그동안 일선 현장에서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처방 권한을 갖고 있는 병원 혹은 의사가 자신이 처방한 약을 약국에서 다른 의약품으로 바꾸는 것을 못마땅해하기 때문이다.

기자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얼마 전 독감(인플루엔자)에 걸려 '타미플루' 병원 처방을 받고 약국에 방문했다. 약국에선 성분이 동일한 다른 의약품이 있으나 대체조제를 해주지 않았다. 나중에 알고보니 독감과 감기 환자들이 급증하면서 약국마다 하루에 수십, 수백건을 조제하는데 병원에 일일이 대체조제 사실을 통보하기가 번거롭고 눈치가 보여 대체조제를 꺼린다는 것이다.

인터넷 보고 시스템, '약사 vs 의사' 대립 첨예

얼마전 정부는 병원에 직접 통보하지 않고 요양기관 포털사이트를 통해 대체조제 사실을 등록할 수 있는 법안을 입법예고했다. 의사에게 약사가 전화나 팩스 대신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업무포털'이란 인터넷 시스템으로 대체조제 사실을 등록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간편하게 대체조제 사실을 알릴 수 있다는 점에서 약사들은 반겼으나 의사들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대체조제를 놓고 약사계와 의사계의 갈등이 불거지는 것은 결국 '밥그릇 싸움'이라는 지적이 많다. 의사들은 표면적으로 전문의약품에 대한 권리를 지키고 싶어한다. 의사들의 주장처럼 대체조제가 의약분업에 위배되는 것도 사실이다.

2000년 시행된 의약분업으로 의사는 환자 진료와 전문의약품의 처방 권한을, 약사에게는 처방전에 따른 전문의약품 조제와 일반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역할이 분담됐다. 암묵적으로는 제약사로부터 제공받는 리베이트의 끈을 놓치고 싶지 않아 하는 부분도 있다.

약사들은 약국에서 특정 품목을 갖추기 어려워 대체조제 활성화와 함께 현 품목명처방을 성분명처방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동일 성분 의약품이 수십, 수백개에 달하는 경우도 있다. 병원에서 처방약을 바꿀 때마다 약국에서 이전 의약품 재고처리에 골머리를 앓아왔다. 대체조제가 활성화되면 의약품 재고 문제가 해결되고 환자들도 약을 찾아 이리저리 헤매지 않아도 된다. 

무분별한 대체조제 시 부작용 등 우려도

다만 무분별한 대체조제가 이뤄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제네릭은 오리지널 의약품과 성분이 같고 안전성과 효능이 동등하다는 것을 생물학적동등성 시험을 통해 입증해야 한다. 이에 약계에서는 제네릭과 오리지널 의약품이 똑같다고 주장해왔다. 

대부분 오리지널과 제네릭의 품질이나 효과에서 큰 차이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제형(알약 형태)이나 색깔, 부형제 등까지 모두 오리지널 의약품과 완전히 똑같지는 않다. 실제로 지난 2023년 국정감사에서는 파킨슨병 환자들이 오리지널 의약품에서 제네릭으로 변경한 후 다양한 부작용이 나타났다고 호소했다.

당시 파킨슨병치료제 오리지널 의약품인 '마도파정'이 국내에서 철수하면서 파킨슨병 환자들은 불가피하게 제네릭으로 변경해야 했다. 이들은 국정감사에서 제네릭 부작용에 따른 오리지널 의약품 재공급을 촉구했다. 

꿩 대신 닭이라도 필요할 때가 있고 반드시 닭이 아닌 꿩이 필요할 때가 있다. 특정 의약품이 품절이어서 도저히 구할 수 없는 경우 대체조제가 반드시 필요하지만 우후죽순으로 아무렇게나 이뤄지는 건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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