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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진단키트, 코로나 되고 독감 안되는 이유?

  • 2025.01.17(금) 08:50

정부, 독감 환자 급증에도 자가진단키트 사용 막아
온라인서 쉽게 구입, 미국도 개인용 키트 허가 추세

인플루엔자(독감) 환자 증가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으면서 병의원이 매일 환자들로 북적이고 있다. 인플루엔자는 일반 감기와 달리 전문 치료제를 처방 받아야 증상이 확실하게 완화되기 때문에 처방 전 인플루엔자 양성 여부를 진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계속해서 늘어나는 독감 환자들로 진료 대기시간이 길어지면서 코로나 진단키트처럼 독감 진단키트도 일반인이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7일 감염병 포털 집계에 따르면 2025년도 1주차(2024.12.29~2025.01.04)에 전국 의원급 외래환자 1000명당 인플루엔자 의사환자(감염의심 또는 감염)는 99.8명으로, 10명 중 1명은 인플루엔자를 앓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024년도 49주차(2024.12.01~2024.12.07)에 7.3명, 50주차(2024.12.8~2024.12.14) 13.6명, 51주차(2024.12.15~2024.12.21) 31.3명, 52주차(2024.12.22~2024.12.28) 73.9명으로 계속해서 인플루엔자 환자는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한 달 전인 49주차와 비교하면 인플루엔자 환자는 13배 이상 늘었다.

10명 중 1명 '독감'…일반인 진단키트 구입·사용은 불법

상급 종합병원, 동네 병·의원 할 것 없이 환자들로 북새통을 이루면서 진료 대기시간이 터무니없이 길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온라인 상에서는 진료 대기시간이 2~4시간가량 소요됐다는 불만과 함께 인플루엔자 진단키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인플루엔자 진단키트는 체외진단의료기기법 상 일반인이 구입, 사용이 불가능하다. 진단은 의료인 등 전문가 영역이기 때문이다. 코로나 진단키트도 원칙적으로는 전문가만 구입, 사용이 가능하지만 팬데믹 당시 감염 확산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례적으로 일반인도 사용 가능하도록 허용한 것이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현재 일반인의 인플루엔자 진단키트 구입, 사용이 불법임에도 코로나 진단키트처럼 온라인 쇼핑몰에서 흔히 구입할 수 있다. 판매업자들은 불법판매 감시 및 처벌을 피하기 위해 '병원 의료기기 판매 업체만 주문 가능'이라는 문구를 붙여놓았지만 해당 제품 판매 리뷰에는 일반인들의 사용후기가 수백건에 달한다.

정부는 인플루엔자 진단키트의 불법판매를 차단하려는 노력 없이 일반인들에게 불법구입 및 사용을 해서는 안된다는 입장만 내놓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오유경 처장은 지난 14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코로나 자가진단키트는 비강에서 검체를 채취하지만 전문가용으로 허가·판매되고 있는 인플루엔자 진단키트는 비인두(코와 목을 연결하는 부위)에서 검체를 채취해야 하기 때문에 일반인이 사용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며 "미국 등 해외에서도 전문가용으로만 허가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美도 개인용 '코로나·독감' 콤보키트 허가 속속

하지만 인플루엔자 진단키트 사용법에 대한 안내만 잘 이뤄지면 일반인도 비인두에서 검체를 채취할 수 있어 정부 정책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 처장은 미국에서 독감 진단키트가 전문가용으로만 허가됐다고 했지만 이 또한 실상과 다르다. 미국은 코로나 당시부터 코로나와 독감을 동시에 검사할 수 있는 가정용 자가진단키트를 허용해왔다. 

이에 전문가용으로만 판매가 가능한 제한적인 국내 시장 환경 탓에 국내 진단키트 기업들 중 미국으로 발길을 돌린 곳이 다수 있다.

오상헬스케어는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작년 3월 코로나와 독감을 동시에 진단할 수 있는 개인용·전문가용 진단키트를 긴급사용승인 받은 데 이어 10개월만인 지난 14일 정식 승인을 받았다. 광동제약이 작년에 인수한 프리시젼바이오의 미국 자회사 나노디텍도 지난해 FDA로부터 코로나·독감 콤보 진단키트의 긴급사용승인을 획득한 바 있다.

환자 검사비용 부담 감소·진료대기시간 단축 등 효과 기대

인플루엔자 진단키트를 온라인에서 구입할 경우 1개당 2000원대(대부분 10개묶음 판매 중)지만 병의원 검사 비용은 3만~5만원으로, 환자들의 비용부담은 15~25배나 높다. 인플루엔자 진단키트의 일반인 구입·사용을 허용하면 환자들의 비용부담 경감뿐만 아니라 병원 진료대기 시간도 대폭 줄일 수 있다. 

한 의료기기 업계 관계자는 "감염병 진단은 자가진단키트 형태의 신속항원검사와 유전자 증폭기술을 활용한 PCR(중합효소 연쇄반응)검사로 나뉘는데 신속항원검사는 결과가 빨리 나오고 저렴하지만 정확도는 PCR보다 낮다"면서 "인플루엔자도 PCR은 전문가 영역으로 두고 신속항원검사는 개인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되면 빠른 진단과 그에 걸맞는 치료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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