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우리 약 잘 있나"…국내 제약사, 빅파마 실적발표에 촉각

  • 2025.02.18(화) 08:00

BMS, 오름테라퓨틱 약물 임상 지속
경쟁사 약물은 실적발표에서 제외
머크, 한미약품 약물 기대감 드러내

오름테라퓨틱, 한미약품 등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후보물질을 이전한 글로벌 빅파마의 투자자행사나 실적 발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기술수출한 약물의 개발현황이나 약물에 대한 빅파마의 관심을 직간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어서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국내 기업으로부터 도입한 약물의 개발에 관한 전적인 의사결정 권리를 가진다. 이들의 내부 전략변화 등으로 약물의 가치와 무관하게 개발이 지연되거나 반환되기도 한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 후보물질의 개발현황 등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BMS, 오름테라퓨틱 약물 개발 지속

오름테라퓨틱 주주들은 최근 BMS(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의 지난해 연간 실적발표를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13일(이하 현지시간) BMS가 오름테라퓨틱으로부터 도입한 급성 골수성 백혈병 후보물질 'ORM-6151'의 임상 1상 시험을 변동 없이 진행하고 있다고 밝히면서다.

BMS는 이번 실적발표에서 ORM-6151과 같이 급성 골수성 백혈병을 타깃으로 하는 후보물질인 'DF2001'을 개발 중인 약물을 소개한 표에서 제외했다. 불과 1달 전까지만 해도 BMS는 글로벌 제약바이오 투자행사인 JP 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 이 약물의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DF-2001은 지난 2020년 BMS가 미국계 바이오기업인 드래곤플라이 테라퓨틱스로부터 도입한 세포치료제 기반의 후보물질이다. BMS가 두 개의 백혈병 후보물질 중 오름테라퓨틱의 물질을 개발 우선순위에 뒀다고 짐작할 수 있는 지점이다.

최근 오름테라퓨틱은 고형암 후보물질 'ORM-5029'의 임상 1상에서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하며 신규 환자모집을 중단했다. 이 약물은 BMS에 이전한 약물과 동일한 플랫폼(TPD²-GSPT1 ) 기술이 접목된 약물이다. 이를 따라 주주들 사이에서 기술반환 등의 불안이 컸지만 이번에 BMS가 이 약물에 대한 개발의지를 드러내며 우려가 해소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BMS는 현재 미국과 캐나다 병원 8곳에서 ORM-6151 임상 1상 환자를 모집하고 있다. 향후 첫 환자를 대상으로 약물을 투약하면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를 수취할 수 있을 전망이다. 오름테라퓨틱은 BMS와 기술수출 계약에서 선급금 규모를 키워 마일스톤 규모는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약 잘 있나

이처럼 해외에 약물을 이전한 국내 제약사들은 글로벌 제약사의 실적발표나 투자자 행사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이들 제약사가 약물에 대한 전적인 의사결정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제약사는 약물을 도입했다고 무조건 개발하지 않는다. 약물 가치와 무관하게 내부적인 우선순위에서 벗어나면 과감히 개발을 포기한다. 

대부분의 기술반환 통보는 예고 없이 이뤄진다. 하지만 빅파마가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실적 발표나 투자자 행사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사노피는 지난 2020년 5월 한미약품에 당시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하던 '에페글레나타이드'를 반환했다. 사노피는 이보다 앞서 발표한 2019년 연간 실적발표에서 에페글레나타이드를 인수하고 상업화할 파트너를 찾는다는 내용을 밝힌 바 있다. 사실상 약물에 대한 개발의지가 사라졌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와 달리 글로벌 제약사가 실적발표 등에서 국내에서 도입한 후보물질에 대한 높은 관심을 표명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머크는 지난 4일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한미약품으로부터 도입한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후보물질인 '에피노페그듀타이드'를 심장대사질환 분야 핵심 파이프라인으로 소개했다. 이 약물을 비롯한 다른 5개 후보물질을 통해 총 150억 달러(21조6000억원)의 매출을 이루겠다는 목표도 밝혔다.

약물의 개발이 진척되지 않으면서 글로벌 제약사의 업데이트만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곳도 있다. 지난 2023년 노바티스에 신약후보물질을 이전한 종근당이 대표적인 사례다. 노바티스는 아직 이 약물의 임상 개발계획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약물을 이전하고 나면 글로벌 제약사가 모든 권한을 가진다. 개발현황 등에 대한 공유도 원개발사와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다"며 "이 과정에서 약물이 '사장(死藏)'되는 경우도 더러 있다. 처음부터 개발을 끝까지 이어갈 의지가 있는 파트너사를 찾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