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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5→257→29' 뚝뚝 떨어진 바이오벤처 창업건수…30년전 회귀

  • 2025.03.06(목) 10:36

바이오벤처 창업, 통계 집계 후 역대 최저수준
투자·규제 절벽 등 한계 상황에 벤처창업 포기
"바이오 육성" 외치나 현실은 생태계 붕괴 위기

지난 2022년 바이오벤처기업 창업 건수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30여년전인 1993년 이후 두번째로 적은 수치다. 

국내 바이오산업에 닥친 위기가 생태계의 시작인 창업의 붕괴로 재확인됐다. 창업이 무너져 내리면서 미래 성장동력인 바이오산업 생태계의 붕괴도 현실화하고 있다. 

6일 국가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가 발간한 '2022년 기준 바이오 중소·벤처기업 현황 통계'에 따르면 2022년 바이오벤처 창업은 29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와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은 국내 바이오 중소·벤처기업 현황을 매년 집계해 발표하는데 2022년 통계가 최신 자료다.

2020년 515곳이던 바이오벤처 창업은 2021년 절반인 257곳으로 줄어들더니 다음해인 2022년 다시 90% 가까이 급감했다. 2022년 29곳은 통계를 집계한 1992년(바이오벤처 1호 바이오니아 설립) 이후 1993년(19곳)에 이어 역대 두번째다. 

국내 바이오벤처 창업은 2010년 이후 서서히 증가하다 한미약품이 다국적제약기업 사노피와 계약금만 4억 유로(약 5000억원)에 달하는 기술이전을 성공한 2015년 이후 급증하기 시작했다. 

바이오벤처 붐의 시작이었다. 바이오벤처 창업은 2014년 225곳에서 2015년 345곳으로 늘더니 2016년 역대 최고인 586곳을 기록했다. 그 후 횡보를 거듭하다 2020년 515곳을 마지막으로 벤처 창업 열기는 완전히 사그라졌다.

바이오벤처 창업이 2022년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자료=국가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 '2022년 기준 바이오 중소·벤처기업 현황 통계'

바이오산업 위기에 창업은 '옛말'

바이오 붐으로 국내 산업 및 투자 규모에 비해 창업 기업 수가 급속히 늘어난 것도 사실이지만 현재는 유망한 기술을 보유한 연구자가 창업 도전 의지를 접을 만큼 위축된 상황이다. 

예비창업자들은 앞서 창업한 바이오벤처들의 어려움을 목격한 이후, 현실을 냉정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2021년부터 바이오벤처 붐이 무너져 내리면서 투자유치는 어려워졌고 기업공개는 요원한 일이 되면서 많은 기업들이 무너졌다. 

대규모 투자를 받았거나 상장한 유망 바이오기업들이 그에 걸맞는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바이오벤처를 바라보는 시장과 투자자 그리고 정부당국의 눈높이도 높아졌다. 일부 기업들의 모럴해저드도 바이오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강화했다.  

국가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에 따르면 1992년부터 2022년까지 국내에 설립된 바이오 중소·벤처기업 수는 3884곳으로 이중 752곳은 폐업했고 3132곳은 생존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정상적으로 연구개발을 진행하는 곳은 이보다 훨씬 적을 것으로 추정한다. 

2022년 창업한 한 바이오벤처 대표는 "어려운 시기를 버티면서 산업이 반등할 시점에 기회를 잡기 위해 창업했지만 생각 이상으로 상황이 어려운 것을 느낀다"면서 "성공적인 창업과 엑싯(Exit) 경험으로 어느 정도 투자유치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했으나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표적 초기 창업기업 지원사업인 팁스(TIPS)에서도 바이오벤처 기피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 팁스 운영사 관계자는 "운영사들이 1억~2억원 수준의 매칭 펀드 투자에 부담을 느끼면서 바이오벤처 투자에 소극적이었다"면서 "배정된 TIPS 배정기업 한도를 사용하지 못한 곳도 다수"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새해 '국가바이오위원회'를 출범하는 등 새로운 미래 성장 동력으로 바이오산업 육성을 외치고 있다. 그러나 창업을 시작으로 바이오산업 생태계 전반이 무너진다면 이를 다시 복원하는 데는 더 오랜 시간과 비용이 들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창업에서부터 투자, 기업공개 제도 등 바이오산업 전반을 재설계하는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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