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무리 기술이 바뀌고 시장 환경이 달라져도 결국 유저는 재미있는 게임을 기억하고 이러한 게임을 다시 찾습니다."
이정헌 넥슨 일본법인 대표는 24일 개막한 넥슨 개발자 콘퍼런스(Nexon Developers Conference)에서 "최근 게임 산업은 이전보다 훨씬 더 빠르게 변화하고, 소수 대형 IP(지식재산권) 중심의 시장 재편이 가속화하면서 양극화도 뚜렷해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여기에 생성형 AI(인공지능), 웹3, UGC(사용자 제작 콘텐츠)와 같은 새로운 기술 흐름까지 더해지면서 게임을 만드는 과정은 점점 더 복잡하고 정교해지고 있다"며 "단순한 게임 플레이를 넘어 콘텐츠 소비와 공유를 포함한 유저 경험 전반에 걸쳐 지속적인 혁신이 요구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럴 때일수록 오히려 더 기본에 집중해야 한다"며 "아무리 기술이 바뀌고 시장 환경이 달라져도 결국 유저는 재미있는 게임을 기억하고 이러한 게임을 다시 찾는다는 것을 여러 번 실감해왔다. 이 점은 제가 넥슨을 이끌면서 변함없이 지켜온 기준이기도 하다"고 했다.
그는 "넥슨은 늘 재미라는 본질에 더 깊이 다가가고자 노력해왔고, 그 재미를 더 오래 더 많은 유저에게 전하기 위한 고민을 멈추지 않았다"며 "이런 고민과 노력은 자연스럽게 넥슨의 전략으로 이어졌고, 게임 개발과 라이브 서비스를 꾸준히 발전시키면서 주요 지식재산권(IP)을 중심으로 콘텐츠를 다방면으로 확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넥슨의 전략은 국내 게임사 대부분을 압도하는 실적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국내 게임사 최초로 연매출 4조원을 돌파했다. '던전앤파이터', '메이플스토리', 'FC' 등 대표 게임 3종 매출이 전년대비 53% 성장하고 신규 IP도 힘을 보태면서다.
하지만 넥슨은 '생존'을 말하고 있다. 국내 시장을 넘어 쟁쟁한 경쟁사가 즐비한 글로벌 시장으로 진격해야 하기 때문이다. 박용현 넥슨게임즈 대표도 이날 '우리가 빅게임을 만드는 이유'를 주제로 기조강연에 나서 "현재 시장은 PC, 모바일, 패키지 모두 정체에 빠진 상황"이라며 "살아남기 위해 빅게임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PC방 랭킹을 보면 출시 10년이 넘은 게임들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고 모바일 시장도 정체되면서 신규 게임의 진입이 어려워지고 있다"며 "나이키가 닌텐도를 경쟁자로 인식했듯 틱톡이나 유튜브가 게임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패키지 시장은 게임만 잘 만들면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유저의 눈이 높아지고 퀄리티 경쟁 수준도 높아져 개발 비용이 폭증하고 있다"며 "예를 들어 '콜 오브 듀티'라는 게임은 1조1840억원가량 투자한 까닭에 2000만장 이상 팔아야 본전일 정도로, 게임 한두개가 실패하면 크게 휘청하는 시대가 왔다"고 했다.
박 대표는 넥슨이 잘할 수 있고 넥슨만 할 수 있는 '빅게임'으로 승부를 건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그는 "빅게임은 '대작'과는 다른 의미"라며 "빅게임은 규모와 퀄리티 양쪽에서 기존 강자들과 경쟁해서 이길 수 있는 타이틀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국내 게임 개발환경이 라이브 서비스 경험이 풍부하며 이른바 'K-컬처'가 세계적 유행을 일으키고 있다는 점은 강점이 될 수 있다는 게 넥슨의 판단이다. 박 대표는 "기회의 문이 열려 있는 시간은 수년뿐"이라며 "게임 퀄리티와 콘텐츠의 양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 마케팅하는 방식도 바꿔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회의 문이 닫히기 전에 시장을 뚫을 것"이라고 했다.
오는 26일까지 3일간 열리는 이번 콘퍼런스에는 넥슨코리아, 넥슨게임즈를 비롯해 디럭스게임즈, 블라자드코리아, 에픽게임즈코리아, 시프트업, 데브시스터즈 등 국내외 주요 게임사들이 참여해 게임 개발·서비스 노하우를 공유한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2021년부터 온라인 방식과 사내 행사 형식으로 진행한 이후 6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열렸다. 이정헌 넥슨 대표는 "NDC는 실무 현장에서 마주한 고민과 시행착오를 업계 관계자들과 솔직하게 공유하며, 산업 내 실무 중심의 지식 교류 문화를 형성해왔고, 이는 산업 전반에 깊이를 더해온 중요한 동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