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빅테크' 네이버와 국내 최대 가상자산사업자 두나무의 빅딜이 목전으로 다가왔다. 두 기업의 결합으로 IT·금융·가상자산 산업 전반에 변화가 예상된다. 이번 빅딜의 배경과 관전포인트를 짚어봤다.[편집자주]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의 포괄적 주식 교환이 성사되면 송치형 두나무 회장 겸 이사회 의장(사진)은 네이버파이낸셜의 최대주주가 된다. 하지만 송 회장 의결권 상당 부분을 네이버에 넘기거나 이사회 구성 권한을 네이버가 갖는 방안이 거론되면서 송 회장이 실제 경영권을 거머쥘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대주주 송치형, 경영능력 시험대
양사의 주식교환 비율은 1대 3.0이나 3.4정도 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네이버파이낸셜에 대한 지분은 송 회장이 19~22%, 모회사 네이버가 15~17%, 김형년 두나무 부회장이 9~10%를 보유할 것으로 추정된다.
형식적으로는 송 회장과 김 부회장이 30% 안팎의 지분으로 회사를 지배하는 대주주가 된다. 하지만 네이버가 네이버파이낸셜을 자회사로 두기 위해 송 회장의 의결권 절반 이상을 가져오면, 대주주는 송 회장이지만 실제 경영권은 네이버가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송 회장이 현 박상진 네이버파이낸셜 대표와 함께 공동대표가 돼 직접 경영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과거에도 네이버와 한 몸이 됐던 회사의 창업주들은 대표이사를 맡거나 핵심 임원으로 직접 경영에 참여한 바 있다.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전 한게임 창업자)은 이해진 의장(사진)과 함께 네이버컴의 공동대표를 지냈고, 이준호 NHN 회장(서치솔루션 창업자)은 NHN(현 네이버)의 등기임원으로 재직하며 그룹 내 2인자까지 올랐다.

송치형 회장과 김형년 부회장이 네이버파이낸셜의 핵심 요직에 오르더라도 경영 능력을 입증하고 네이버 그룹 내 C레벨들과 경쟁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재 네이버파이낸셜을 이끌고 있는 박상진 대표는 이 의장과 같은 삼성SDS 출신으로 앞서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지내며 그룹 전체 재무·투자 전략을 주도한 이 의장의 최측근이다.
이 밖에도 초기 멤버인 최인혁 네이버 테크비즈니스 대표(전 네이버 최고운영책임자), 채선주 네이버 대외·ESG정책 대표 등이 이 의장을 중심으로 끈끈하게 뭉쳐 그룹의 의사 결정과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두나무에선 성공…네이버파이낸셜은?
네이버 이 의장이 은둔형 오너 스타일임에도 불구하고 강한 리더십의 공격적 경영자로 알려진 것과 달리, 송 회장의 경영 스타일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업계는 두 사람이 은둔형에 서울대 동문이라는 공통점 외 경영 스타일은 많이 다른 것으로 보고 있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송 회장은 '천재 개발자'로 불리는 등 본업과 관련해 아이디어와 역량이 뛰어난 창업자로 꼽힌다. 현재 두나무 주주인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송치형'이라는 이름만 보고 투자했다고 알려질 정도로 뛰어난 개발 능력을 갖췄던 그는 2014년 두나무를 창업해 업비트를 수년만에 글로벌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로 키워냈다.
다만 송 회장이 경영자로서 강한 리더십을 발휘하며 회사 전반을 통솔한 사례는 비교적 알려지지 않았다. 그는 한때 미국 사업을 위해 회사를 떠났고 실제 회사 운영은 김형년 부회장이 주도하고 있다는 후문도 있다.
넥스트 이해진이냐 엑시트냐
네이버와 두나무의 빅딜 이후 송 회장의 입지와 역할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그가 '넥스트 이해진'이 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중장기적으론 엑시트를 준비할 것이라는 예상이 동시에 나온다.
이 의장 후계설은 향후 네이버와 네이버파이낸셜이 합병할 가능성을 전제로 네이버파이낸셜의 지분율이 높은 송 회장이 네이버의 주요주주로 올라선다는 것을 근거로 한다. 또 이 의장과 송 회장이 대학 선후배 관계로 끈끈하다는 것도 이러한 주장의 근거로 거론된다.
반면, 송 회장이 결국 엑시트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은 지속적으로 언급되는 네이버파이낸셜의 미국 나스닥 상장설을 근거로 한다. 명목적으로는 중복상장을 피하기 위해 네이버파이낸셜이 미국행을 택했지만, 기업공개의 가장 큰 목적은 주주의 차익 실현과 엑시트라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해진 의장과 네이버는 이번 딜을 통해 원하는 것을 얻게 된다. 남은 건 송치형 회장이 이 의장을 잇는 경영자가 될지, 아니면 점진적 엑시트를 할지에 대한 선택"이라며 "이해관계에 있는 주주와 임직원들, 시장의 관심과 기대가 큰 만큼 송 회장과 두나무 창업자들의 어깨는 갈수록 무거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