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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테이퍼링과 글로벌 경제

  • 2013.12.26(목) 17:22

팍스 아메리카, 첨단 기술, 컨셉트 디자이닝, 군사무기, 기축통화, 헤게모니 등. 모두 미국을 묘사하는 표현들이다. 2008년 이후엔 미국 `패권의 상실`로 오인할 수 있는 수많은 파편들이 튀어 나왔다. 하지만 여전히 글로벌 경제 매트릭스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미국이다. 이 문제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소비가 경제의 70%`라는 점에서 출발해야 한다. 3차 양적완화는 바로 이러한 대명제에서 시작됐고 제로금리 정책 역시 이 연장선에 있다.

 

올해를 돌아보자. 미국의 부동산 반등의 소식이 이어졌고, 사상최고가를 연일 경신한 미국 증시는 주변의 부러움을 샀다.  3차 양적완화 정책은 국채 매입과 더불어 부동산 시장을 부양하기 위한 주택저당증권(MBS) 매입을 동시에 진행했다. 그 폭과 양을 언제 그리고 어떠한 형태로 줄여 나갈 것인가가 최대의 관심사였다. 12월 19일 드디어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매달 850억 달러에 달하던 자산매입규모를 750억 달러로 줄이기로 결정했다. 

지난 5월 테이퍼링과 관련해 세 가지 원칙이 천명됐다. 첫째, 실업률은 6.5% 이하가 바람직하고, 둘째, 기대 인플레이션은 2%대로 올라서야 하며, 셋째, 2015년까지는 제로금리를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2008년 이후 17조 달러에 달하는 미국의 정부부채는 필연적으로 재정절벽을 만들어낼 수밖에 없다. 이런 관계로 FRB 의장은 경기회복과 팍스 아메리카의 첨병으로서 경제 정책을 조율하는 임무를 맡았다.  

FRB가 가장 중시하는 지표는 실업률이다. 올해 미국 실업률 추이를 보면 7.6%에서 7.3%, 7.2%로 내려왔고 12월에는 7.0%를 기록하는 중이다. 1년에 0.6%가 하락했다. 지난 5월 6.5% 대의 실업률을 지향했던 FRB의 입장에서는 다소 못미더운 수치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고대하던 6%대로의 진입을 목전에 둔 것이니 소기의 목적은 일정 부분 달성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여기서 눈여겨볼 대목이 있다. 실업률에 내재되어 있는 허수부분이다. 12월이 쇼핑시즌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실질적인 실업률의 개선효과를 전적으로 신뢰하기는 매우 곤란하다. 비농업 부문에서 단기 비정규직 고용이 대폭 늘어났을 개연성이 높다.  특히 지난 수년간 통계적 착시를 유도해 왔던 미 정부의 행태를 볼때 이러한 개연성을 무시하기는 더 힘들다. 

따라서 미국의 실업률은 실질적으로 약 7.2~7.3% 정도로 간주할 수 있겠다. 이러한 점 때문에 약 1/8 정도만을 축소시키는 다소 `소극적인` 테이퍼링은 자연스럽다. 테이퍼링이 진행될 수 있는 두 가지 완충제는 내부적으로 완만한 상승추세에 놓여 있는 미국 주택시장의 반등세이고, 외부적으로는 내년 말까지 예정되어 있는 아베노믹스에 의한 유동성 공급이다.

향후 테이퍼링의 속도가 더욱 가속화될 수 있는 실업률 수준은 6.6~6.77%로 가늠할 수 있다. 이 기준점 이하의 실업률은 단순한 비정규직 고용만으로 해결될 수가 없고, 제조업이 관여해야만 달성 가능한 수치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 부분은 미국 `제조업의 부활`과 일맥상통하는 만큼 실물의 시대로 전환하는 미국의 변곡점에 해당한다.

통화팽창과 신용창출로 대변할 수 있는 2000년대를 지나오면서 오늘날 글로벌 경제 매트릭스는 실물의 시대로 전환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이를 가장 본격적으로 준비하는 곳, 또한 미국이다. 기본적으로 미국은 쉐일가스 개발을 통해 제조비용을 절감하면서 에너지 수입 비용을 줄여 나가는 경로를 밟고 있다. 중동산 원유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면서 고질적인 경상수지 적자를 개선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 두 가지 분기점은 향후 미국의 중동정책의 변화와 더불어 아시아 중시 정책으로 전환하는 연결고리이자 향후 강세로 전환될 미 달러화의 미래가치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다음으로 3D 프린팅이라는 새로운 생산기법은 빅 데이터로 묘사되는 새로운 컨셉트 디자이닝과 맞물려 신산업으로 발전할 개연성이 매우 높다. 올해는 새 변화의 시작점이었음이 분명하고, 내년부터는 더욱 촘촘하고 스피디한 전개로 발전해 나갈 것으로 예측된다.

주변국들은 이러한 미국의 혁신 추세에 동떨어져 있어 제조업에 의존하는 신흥국들에서는 `디커플링 현상`이 진행될 것이다.  국제 분업적 관점에서 이머징 마켓은 제조공장으로서 아웃소싱의 최적지였고, 우리나라 역시 그 한 축을 담당해 온 전통을 가지고 있다. 미국이 이제는 제조업에 집중하고 있다. 이에맞춰 이머징 마켓은 소비시장으로 탈바꿈하지 못할 경우 크게 각광받기 힘들 것이다. 이것이 2013년 미국이 글로벌 경제 매트릭스에 던지는 그림자다. 

한양대학교 경영학부 임형록 교수(hryim@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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