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말 친지 혼례가 있어 지방에 다녀왔다. 기차편을 이용했는데 마침 철도노조 파업이라 표 구하기가 여간 쉽지 않았다. 객차 안은 입석 손님들로 꽉 들어차 지나다니기 조차 힘들었다. 필자도 일부 구간 좌석만 겨우 구할 수 있어서 한시간 이상은 선채로 올라와야 했다. 피곤하고 불편하긴 했지만 내내 기분이 좋았다. 결혼한 신랑은 우리 나이로 48세(당일기준), 신부는 45세였다. 두분 다 한국인 이었고 초혼이었다. 이러저러한 사정이 있어 혼기를 `심하게(?)` 놓친 상황이었다. 걱정해주던 주변 지인들도 거의 포기하다시피 했던 터라 청첩장을 받았을 때는 `단비`를 만난것 같았다. 과장을 좀 하면 질질 끌려가던 운동 경기에서 막판에 역전골이 집어넣은 것처럼 짜릿했다.
통상 경기불황 때문에 결혼 건수가 감소한다고들 하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몇 년전에 읽은 `서양은 불황일수록, 동양는 호황일수록 결혼을 안 한다`는 기사가 생각난다. 검색해보니 2011년에 통계청이 내놓은 `주요 아시아국의 결혼관련 통계 및 시사점`이라는 자료가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일본, 대만, 싱가포르, 홍콩 등 아시아 고소득 국가에서 만혼 및 결혼기피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내용이다. 동양의 경우 여성의 경제진출이 활발해지는 경제 호황기에 오히려 결혼율이 낮아지는 특이한 현상이 나타난다는 분석이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만 본다면 올해 가을만큼 청첩장을 집중적으로 많이 받은 해도 드물었던 것 같다. 유독 필자 주변에서만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생활이 팍팍해질수록 짝을 적극적으로 찾게 되는게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심리적으로는 "더 기다리면 더 마음에 드는 사람이 생기겠지" 라는 막연한 기대를 버리고 `현실`을 직시하면서 자연스레 `눈높이`도 낮아지는 메커니즘이 아닐까 하는 추측이다. 물론 경제적으로 혼자 벌어 즐기는 것보다는 둘이서 함께 살면 `시너지`도 생길수 있다는 기대감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이러한 논리는 사람에게만 적용되는게 아닌 듯 싶다. 저자가 매일 접하는 증권업계도 사정은 비슷한 것 같다. 지금 증권산업은 위기다. 미국 증시가 연일 최고가를 기록하고 있고, 국내 증시도 2000선을 넘나들고 있지만 증권산업은 `고사`직전이다. 길게는 IT(정보통신기술) 발전이 만들어낸 부산물이 아닌가 싶다. IT 혁명으로 수수료 절감이 가능해지고, 무한정한 수수료 경쟁은 결국 제살깎기가 되어 생존기반을 갉아먹고 있다. 물론 경기가 좋지 않고 자금이 부동산에 묶여 돌지 않는 탓도 있지만 아무튼 증권산업은 지난해 내내 구조조정에 시달렸다.
해가 바뀌었지만 올해도 증권업계는 먹고 살기 힘들다. 이를 타개하는 방안은 M&A(인수합병)를 통한 시장구조 개편이다. 스타트는 우리투자증권이 끊었다. 지난해말 우리투자증권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로 NH농협금융이 낙점됐다. NH농협증권과 함께 자본 규모 4조3000억원대 달하는 초대형 증권사가 업계에 어떤 바람을 일으킬지 주목된다. `동양 사태` 여파로 동양증권도 새 주인을 구하고 있고 현대증권도 대주주가 자금난 때문에 보유지분을 처분키로 했다. 잠재 매물 KDB대우증권도 언제든지 M&A시장에 나올수 있는 상황이다.
`성장기조`에서 `침체`로 바뀌면서 경제적으로는 불편할 수 있지만 간절함이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는 전화위복일 수 있다. 평소에 무관심하고 지냈던 주변과도 사이가 더 돈독해지는 계기도 될 수 있다. 힘든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주변을 돌아보고, 서로 합치고, 짝짓는 과정 등은 새로운 출발을 도모한다는 점에서도 박수 받을 만하다. 문제는 합친 이후다. 어떻게 시너지를 낼지, 어떻게 옥동자를 만들어 낼지 고민해야 하고 몸으로 부딪쳐야 한다. 하지만 깊은 생각없이 뭉치는 것은 오히려 위험하다. 아베노믹스를 배태시킨 일본의 경우를 보면, `뭉치는 것` 그자체보다 `어느 방향으로 가느냐`가 훨씬 더 중요하다는 교훈을 가르쳐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