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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강지처 내쫓고 먹는 가을 아욱국

  • 2014.09.19(금) 08:21


가을의 맛으로 전어를 꼽는 사람이 많지만 맛있기로는 아욱국도 빼놓을 수 없다. 된장 풀어 끓인 아욱 된장국은 특별한 맛이다.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던 속설만 놓고 보면 전어 관련 속담은 집 나간 며느리 돌아온다느니, 며느리 친정 간 사이에 문 걸어 잠그고 먹는다느니 하면서 소심하기 짝이 없다. 반면에 아욱국은 다르다.

“가을 아욱국은 문 닫아 걸고 먹는다”고 했으니 이웃과도 나누어 먹기 싫을 정도로 맛있다는 것은 알겠는데 한번 맛을 들이면 눈이 뒤집혀지는 모양이다. “가을 아욱국은 자기 계집도 쫓아내고 먹는다”는 말까지 있다.

아욱국이 너무 맛있어 조강지처도 내몰고 혼자 먹겠다는 것인데 조강지처는 밥이 없어 술 찌꺼기를 먹으며 가난을 함께 겪은 아내다. 바라만 봐도 가슴이 저리고 애틋한데 나중에 삼수갑산을 갈지언정 이런 마누라까지 내치고 우선 먹고 보자는 아욱국이니 전어는 처음부터 비교대상이 아니다.

아욱국은 아무하고나 함께 먹는 음식이 아니다. 조강지처도 내몰고 먹으니 세상에서 제일 예쁜 사람이 아니면 나누어 먹지 않는다.

그럼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쁠까? 백설공주도 왕비도 아니다. 막내딸이 제일 예쁘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정도다. 그래서 속담에 가을 아욱국은 막내 사위한테만 준다고 했다. 조강지처도 몰아내고 먹는 아욱국이지만 쥐면 꺼질 새라 불면 날아갈 새라 애지중지 키운 막내딸을 데려 간 사위에게만큼은 특별히 나누어 주었던 음식이 바로 아욱국이다.

가을 아욱이 얼마나 좋은지 관련된 속담은 계속 이어진다. “아욱으로 국 끓여 삼년 먹으면 외짝 문으로는 들어가지 못한다” 살이 너무 쪄서 좁은 문으로는 출입을 못한다는 말이니 다이어트 중이라면 수저를 들었다가도 기겁을 해서 놓을 판이다.

아욱은 정력에도 좋다. 아욱을 한자로는 깨트릴 파(破), 다락 루(樓), 풀 초(草)자를 쓰서 파루초라고 한다.  정자를 허물고 심는 채소라는 뜻이다. 옛날 어느 양반집에서 파종을 하는데 안방마님이 하인에게 은밀하게 한 마디를 건넸다. “쓸데없이 다른 채소를 심지 말고 이왕이면 아욱을 많이 심어라” 그러자 하인이 물었다. “이미 씨앗을 다 뿌려 더 이상 아욱 심을 밭이 없으니 어찌 할까요?”

그러자 마님이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서방님이 아욱을 무척 좋아하시니 심을 밭이 없으면 저기 저곳에 있는 정자를 허물고 그 터에다 심어라”

파루초는 이렇게 얻어진 별명이다. 그런데 안방마님은 왜 아욱을 심으라면서 얼굴을 붉혔을까? 아욱은 옛날부터 양기를 보충하는 작물로 이름이 높았다. 원나라 때의 농서(農書)에는 아욱이 양기를 북돋아주는 채소이기에 양초(陽草)라고 불렀고, 채소 중에서도 으뜸이 되는 채소라고 했다. 양기에 좋으니 정력에도 좋다고 믿었던 모양이다. 혹은 안방마님이 효과를 톡톡히 보았을 수도 있다. 그러기에 안방마님이 앞장서서 정자를 허물고 그 터에다 아욱을 심으라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가을이 되니 문제가 심각해졌다. 안방마님이 서방님 생각해서 정자까지 허물고 그 터에다 아욱을 심었는데, 가을이 되어 거둔 아욱으로 국을 끓였더니 서방님이 조강지처를 내쫓고 혼자 먹겠단다. 이 노릇을 어찌해야 좋을지..., 전어에 이어 토사구팽이라는 단어가 무색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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