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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펄의 산삼, 낙지.."전어·대하 다 비켜"

  • 2014.11.14(금) 08:15

 

해삼은 바다에서 나오는 인삼이라서 해삼(海蔘)이다. 자양강장 효과가 있어 몸에 좋다고 믿었을 뿐 아니라 옛날부터 여덟 가지 산해진미인 팔진미 중 하나로 꼽았다.

 

인삼보다 더 좋은 것이 산삼이다. 그런데 낙지를 보고는 갯벌 속 산삼이라고 했다. 해삼처럼 산해진미로 꼽지는 않았지만 가을 낙지만큼은 특히 맛이 좋아 봄 조개, 가을 낙지라는 말까지 생겼다. 그만큼 몸에도 좋고 맛도 뛰어나다는 소리다.

 

요즘 가을을 대표하는 해산물로는 주로 전어와 대하를 꼽지만 옛날 사람들은 낙지도 빼놓지 않았다. 조선 후기의 다산 정약용 형제가 특히 낙지를 좋아했는지 정약용은 유배지인 전남 강진에 있을 때 지은 시, 탐진어가(耽津漁歌)에서 “어촌 마을에서는 모두 낙지로 국을 끓여 먹으며, 붉은 새우와 맛 조개는 쳐주지도 않는다”고 노래했다. 바다의 참 맛을 아는 바닷가 마을 사람들이 낙지가 최고니까 대하나 맛 조개는 모두 비키라고 했다는 것이다.

 

정약용 형제는 모두 남도 바닷가 마을에서 귀양을 살아서 그런지 낙지 사랑이 대단했다. 형인 정약전도 흑산도에서 집필한 자산어보(玆山魚譜)에다 낙지는 사람의 원기를 돋운다며 낙지 예찬론을 펼쳤다. 

 

따지고 보면 굳이 정약용 형제뿐만 아니라 옛날 우리나라 사람들은 모두가 낙지를 좋아했던 것 같다. 홍길동전의 저자로 광해군 때 사람인 허균 역시 팔도음식을 평가한 우리나라 음식 평가서인 도문대작(屠門大嚼)에서 낙지는 서해안에서 잡히는데 맛 좋은 것이 너무나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특별히 자세히 적을 필요가 없다며 평론을 생략했다. 낙지 맛에 관해서는 두말하면 잔소리라는 이야기다.

 

우리 바다에서 잡히는 낙지는 맛이 뛰어났는지 먼 옛날부터 한반도 특산품으로 이름을 널리 떨쳤던 모양이다. 발해와 당나라와의 교역품목에도 낙지가 포함되어 있었다. 

 

이렇게 좋은 낙지가 많이 잡히고 또 낙지를 좋아했으니 옛날부터 산 낙지를 비롯해서 낙지 숙회와 낙지 연포탕 등등, 다양한 낙지 요리가 발달했다. 요즘에는 매콤한 낙지볶음이 인기를 얻고 있는데 널리 알려진 낙지볶음으로는 조방낙지를 빼놓을 수 없다. 낙지 앞에 수식어로 쓰이는 조방은 엉뚱하게 낙지와는 전혀 관계없는 조선방직(朝鮮紡織)의 준말이다. 

 

옛날 방직공장 이름과 낙지가 전혀 어울리지도 않게 결합한 이유는 일본 때문이다. 일제 강점기 때 부산시 동구 범일동 부근 자유시장 자리에 조선방직이라는 회사가 있었다. 조선방직은 1917년 일본인이 세운 회사로 가혹한 노동조건과 노동탄압으로 조선인 노동자를 수탈한 것으로 악명을 떨쳤던 회사다. 일제 강점기 때는 이 공장 옆 좁은 길이 낙지볶음 골목으로 유명했다고 한다. 

 

조방낙지는 조선방직에서 근무하던 조선인 노동자들이 힘든 노동을 끝내고 퇴근하면서 술 한 잔 걸치며 끼니를 때웠던 노동자들의 애환이 담긴 음식이었다. 처음에는 공장 옆 골목의 낙지볶음으로 시작했다가 나중에는 자유시장이 들어서면서 외지 상인들이 몰려왔고 바쁜 상인들이 이곳에서 간단하게 요기를 했다.

 

이후 각자의 생업 터전으로 돌아간 이들의 입소문을 타고 조방낙지가 부산을 벗어나 서울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유명해졌다. 맛있게만 먹는 낙지볶음 하나에도 따지고 보면 근대 우리민족의 애환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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