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치회는 생선회 중에서도 최고급에 속한다. 특히 지방이 많아 입안에서 살살 녹는 참치 뱃살은 찾는 이는 많고 양은 적기에 더더욱 비싸다. 우리도 이런 참치회를 좋아하는 사람이 적지 않지만 일본에서 참치회는 최고의 인기다.
참치를 좋아해 세계적으로 참치회를 유행시킨 일본인이다. 하지만 일본 속담에서는 참치에 대한 뒷담화가 장난이 아니다. 맛없는 자반 생선을 보고 “고양이도 건너뛰는(猫跨ぎ)” 생선이라고 한다. 생선을 좋아하는 고양이조차 외면한다는 뜻인데 참치를 두고 한 말이었다.
뿐만 아니라 참치 뱃살은 고양이 먹이라고 했다. 지금은 참치의 여러 부위 중에서도 최고로 맛있다는 부위지만 예전에는 고양이 먹이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참치를 좋아하면서 왜 참치에 대해 악담을 했을까?
배경이 있다. 일본에서 참치가 고급 생선으로 대접 받기 시작한 것은 1950년대 중반 이후다. 18세기에는 참치를 거의 먹지 않았고, 19세기에는 완전 싸구려 생선 취급을 했다. 가난한 서민들이나 먹는 물고기였으니 고양이도 외면한다고 했고 그나마도 뱃살은 먹지 않고 고양이에게 먹이로 던져주었다.
참치를 안 먹었던 이유는 먹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참치는 깊은 바다에서 잡히는데 특히 예전 일본에서는 도쿄에서 멀리 떨어진 나가사키에서 주로 잡혔다. 그러니 냉동기술이 발달하지 못했던 도쿄까지 운반하는데 일주일이 걸렸고 그 과정에서 참치가 부패했다. 고양이도 외면하는 생선이라는 속담이 생겨난 이유다.
그나마 참치를 먹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중반 무렵이다. 일본에 대기근이 들어 굶어죽는 사람이 속출했다. 참치고 뭐고 가릴 형편이 아니었다. 그리고 이 무렵 도쿄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바다에서도 참치를 잡기 시작했기에 예전처럼 버리는 생선 취급은 면했지만 싸구려 신세에서는 여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이랬던 참치가 어떻게 지금처럼 값비싼 고급 생선으로 변신하게 됐을까?
여러 이유를 꼽지만 그중 하나가 일본인의 입맛 변화다. 제2차 세계대전 패전 후 일본에는 미군이 진주했고 점령군 문화의 영향을 받아 미국 음식인 스테이크가 유행했다. 덕분에 비프스테이크처럼 살코기도 풍부하고 동시에 기름진 뱃살도 있는 참치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다.
바뀐 입맛도 중요하지만 결정적인 계기는 냉동기술의 발달이었다. 20세기 중반, 먼 바다에서 잡은 참치를 60도 이하로 급속 냉동시킬 수 있게 되면서 신선한 참치의 공급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많이 알려지지 않은 참치 유행의 또 다른 전기는 엉뚱하지만 일본 항공업계 때문이다. 1970년대는 일본 경제가 고도로 성장할 때다. 일본 전자제품이 미국에서 불티나게 팔렸다. 일본 화물기들이 비행기에 전자제품을 가득 싣고 미국에 도착했는데 문제는 돌아올 때였다. 텅 빈 화물칸을 채울 마땅한 화물을 찾다가 발견한 것이 참치였다.
마침 일본에서 참치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미국에서는 참치를 먹지 않았고 기껏해야 동물 사료로나 사용했다. 헐값에 참치를 사들여 귀국하는 빈 화물기에 싣고 돌아와 일본 내수시장에 풀면서 일본에 참치 붐이 일었다. 참치 유통에 담긴 뜻밖의 경제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