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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금리와 장기금리의 차이

  • 2014.11.14(금) 17:01

효율적 금융시장에서 단기금리는 가까운 미래의 경기 동향을 반영하고, 장기금리는 보다 먼 미래의 경제 상황을 반영한다. 기초경제 여건에 변화가 없더라도, 잔존기간이 길수록 현금화에 이르기까지 커지는 위험의 대가, 즉 기간프리미엄(term premium) 때문에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는 높게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 현상이다.

올해들어 금융통화위원회가 초단기 금리인 기준금리(base rate)를 두 차례 내리자, 국고채 3년 물 금리도 동시에 같은 수준으로 하락하여 기준금리(2.0%)와 3년 물 국고채(2.090%)의  금리차이가 사실상 없어졌다. 장기금리가 단기금리 내지 초단기금리 수준과 같아지는 이상 현상이 전개되고 있다.

이는 시장에서 미래의 경기상황이 어둡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었지만 통화당국이 능동적으로 대응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다시 말하면, 경기하강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여 금리 하락을 유도한 것이 아니라, 시장이 머뭇거리는 금융통화위원회를 압박한 모양새가 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실물경제의 선행지표인 시장금리는 미래의 경제성장률, 물가상승률, 채무불이행 위험이 반영되어 결정된다. 단기금리는 현재 내지 가까운 시일의 경제 상황을 반영하면서 그때그때의 자금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정해진다. 장기금리는 미래시점에 예상되는 내외 경제 상황을 반영한다.

그래서 장기금리와 단기금리의 차이 즉 장단기 금리스프레드는 현재와 미래의 경기상황, 물가상승률 변동을 예측하게 하는 시장신호(market signalling)가 된다. 경제가 성숙되고 시장의 효율성이 커질수록 장단기금리 스프레드의 실물경제 예측력이 높아짐은 물론이다.

장기금리는 높고 단기금리는 낮은 현상, 즉 장·단기 금리스프레드가 커지면 미래의 경기상황이 호전되거나 물가 상승률이 높아질 것이라는  신호다. 반대로 장·단기 금리스프레드가 없어지거나 마이너스가 되면 현재보다 미래의 경기가 지금보다는 더 악화될 것이라는 징후가 된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불황이 오면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더 낮아지는 사례도 일시적으로 나타난다. 성장률이 미미한데다 물가가 하락하고 화폐 보관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장기금리인 기준금리보다 낮아질 수 있다. 일본의 경우 한 동안 마이너스 금리가 존재했다. 일본은행은 선제 대응하지 않고 우물쭈물하다 뒤늦게 유동성을 거의 무한정으로 풀었는데, 그 효과는 미미한 지경이다.

 


시장금리는, 금융통화위원회가 탁상에서 정하는 기준금리와 달리, 불특정 다수의 시장참여자들 사이에 수요와 공급에 따라 정해지기 때문에 경제현상을 보다 현실성 있게 설명한다. 장·단기 금리스프레드 변화를 예의 주시해야 경기상황과 그 변동 방향을 가늠하고 대응할 수 있다. 장단기 금리스프레드 변화 관찰은 금융상품운용은 물론 기업재무관리에 필수 사항이다.

경기침체 조짐이 있을 때, 투자자는 금리하락을 예견하고 미리 장기채에 투자해야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기업은 금리가 내리기를 기다려, 장기채보다는 단기채를 발행하여 자금을 조달해야 이자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고금리 장기채를 발행하여 자금을 조달하다가는 금융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게 된다.

사실 우리나라 유수기업의 도산은 과다한 금융비용을 감당하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통화당국도 경기변동 방향을 바로 보고 그에 따른 대책을 적기에 세워야 국민경제를 원활하게 순환시킬 수 있다.

(※ 여기서 논의하고 있는 장단기금리 비교는 고작 3년 만기 국고채와 기준금리를 비교하는 것이기 때문에 미래의 경기변동을 예측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도 있다. 우리나라는 장기채권 시장이 미발달되어 장기채권 거래가 활발하지 않아 시장의 흐름을 읽기에는 미흡하다. 라이프 사이클이 짧아지고, 변화의 속도가 매우 빨라졌음을 감안할 때 3년도 짧은 기간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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