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아버지를 여읜 이엉성씨는 100억원의 상속재산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주변에서 듣기로는 물려받은 재산의 50%를 세금으로 내야한다고 해서 걱정을 많이 했다. 그러나 어머니가 배우자 공제를 받고 나니, 상속세를 25억원 정도로 줄일 수 있었다. 무엇보다 배우자 상속공제 명목으로 30억원을 공제했던 게 컸다.
이씨는 20억원이 넘는 상속세를 내긴 했지만, 복잡했던 상속문제가 그럭저럭 잘 마무리된 점에 나름 만족하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서울지방국세청에서 이씨 일가의 상속에 대한 세무조사가 진행됐다. 담당자인 박샤프 조사관은 배우자 상속공제가 잘못 되었다며, 13억원이 넘는 세금을 과세했다. 도대체 어찌된 영문일까?
우선 배우자 상속공제는 상속인 중 배우자가 있는 경우 최소 5억원, 그리고 법적상속지분과 실제 상속받은 재산을 한도로 최대 30억원까지 공제해주는 제도다. 즉, 상속인으로 배우자가 있다면 무조건 5억원은 공제해주고 배우자에게 상속할 수 있는 법적 권리분(법적상속지분)과 실제로 상속이 이뤄진 재산(실제상속재산)을 비교해 30억원을 한도로 상속재산에서 제외시켜 주는 개념이다.
이엉성씨의 경우, 상속인이 어머니와 자신 뿐이라 배우자인 어머니의 법적상속지분은 상속재산의 3/5이므로 100억원의 60%인 60억원에 달한다. 아버지가 남긴 재산의 거의 전부인 80억원 짜리 연희동 빌딩을 어머니 명의로 해드리기로 했다. 실제 상속받은 재산도 30억원이 넘으니까 최대 한도인 30억원을 망설임 없이 배우자 상속공제액으로 신고했었다.
하지만 세무조사를 수행하던 박샤프 조사관은 1년이 지나도록 연희동 빌딩의 등기 이전이 이뤄지지 않은 사실을 밝혀냈다. 세법상 '실제 상속받은 재산'이란 상속세 신고기한으로부터 6개월 이내, 즉 상속개시일로부터는 1년 이내에 등기, 등록, 명의개서 등이 이뤄진 재산을 뜻한다.
이씨의 경우 배우자인 어머니에게로 1년이 지나도록 등기 이전이 이뤄지지 않았으니까, 배우자 상속공제대상인 실제 상속받은 재산이 될 수 없고 그렇다면 실제 상속 받은 재산이 없으므로 배우자 상속공제 역시 30억원이 아닌 기본공제액인 5억원 밖에 안 되는 것이다.
배우자 상속공제액이 30억원이 아닌 5억원으로 재정산될 경우, 이미 50%의 최고세율 구간에 속하므로 올라간 과세표준 25억원의 50%인 12억5000만원이 추가 산출세액으로 계산된다. 그나마 다행인건 단순 착오로 인정되어 40%나 되는 부당과소신고가산세는 안 낸단 점이다. 늦게 내는 것에 대한 패널티인 납부불성실 가산세만 1년에 10.95%씩 대략 7000만원 정도 부과됐고, 합쳐서 13억원이 넘는 상속세가 추가과세된 것이다.
이엉성씨 입장에서는 어머니한테 등기 이전을 해놓지 않았단 이유만으로 거액의 상속세를 과세당하니 무척 억울한 만하다. 한편으로는 연희동 빌딩은 아버지 유고 이후 어머니가 관리하면서 임대료도 가져갔으니, 실제로는 어머니에게 상속된 재산임이 맞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세법상 실질과세원칙에 입각해서 말이다.
하지만 세법상 공제나 감면과 같이 세금을 줄여주는 특례적인 조항은 반드시 법에서 명시된 형식적 요건들을 충족시켜야만 한다. 유추나 확장해석을 통한 지나친 세금 특혜가 조세형평과 법적 안정성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상속분쟁이 있거나 명의이전을 못하는 불가피한 경우 예외를 인정하곤 있으나, 이러한 경우에도 미리 명의이전을 할 수 없는 불가피한 사정을 명시한 신청서 제출이 필요하다.
같은 재산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누구나 같은 세금을 내는 건 아니다. 특히나 상속세의 경우 재산을 어떻게 분배하고 누구에게 상속세를 납부시키냐에 따라서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절세효과가 천양지차다. 특히 상속재산을 분할하고 명의를 이전하는 등의 사후관리를 엉성하게 해선 곤란하다. 이엉성씨와 같이 황당하게 거액의 세금을 추징당하는 일은 없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