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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을 깨야 부동산이 보인다

  • 2016.03.18(금) 08:40

[리얼 리얼티]김희선 센추리21코리아 전무

세상은 온통 부동산(Realty)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내 집 마련부터 재테크, 은퇴 준비까지 평생 동안 피해갈 수 없는 진짜 부동산에 대한 고민들을 풀어드립니다. [편집자]

 

편견을 깨자며 오직 목소리와 실력만으로 승부하는 한 음악 예능 프로그램이 인기다. 가면을 벗으며 터지는 탄성 속에는 선입견이 판단에 얼마나 장애가 되는지를 보여주는 가르침이 담겨있다.

 

부동산 시장에도 선입견으로 시장을 예단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짝수해엔 전세금이 크게 오른다'는 말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종종 짝수해를 근거로 전셋값 상승을 전망하곤 한다.

 

짝수해에 전셋값이 뛴다고 시장을 예측하게 된 배경에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있다. 1989년 이 법이 개정되면서 전세 계약 기간이 2년으로 정해졌고, 1990년부터 달라진 법적용을 받은 거래가 본격화됐기 때문이다.

 

이후 2년 단위로 계약 만기가 돌아오는 짝수해에 전셋값 상승폭이 더 크게 나타났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6년간 지속되고 있는 전셋값 상승세는 과거와 같은 잣대로 설명하기에 한계가 있다.

 

임대시장은 매매와 달리 투자 목적 수요가 없는 실수요 시장이다. 가수요가 없기 때문에 임차수요와 임대물량이 일치되면 시장은 안정화된다.

 

공급적 측면에서 볼 때 1990년대에는 만성적인 주택부족이 전세시장에 드리워져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짝수해와 홀수해의 거래량 차이에 의해 시장이 불안정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난 20년간 꾸준하게 이뤄진 주택공급 덕분에 전국 주택보급률은 2014년말 기준 103%, 수도권도 98%를 넘어섰다. 주택 총량의 부족에 의한 임대시장 불안정 요인은 어느정도 약해진 상황이다.

 

▲ 연도별 전국 입주물량 및 전세가격 변동률(자료: 부동산114)

 

2000년대 들어 전셋값 변동은 짝수 홀수 영향보다 공급물량과 상관관계가 더 깊어졌다. 입주물량이 직전년보다 많았던 2004년, 2008년은 짝수해였지만 전셋값이 하락했다.

 

만성적 임대시장 불안을 겪는 서울에서도 잠실과 반포일대 재건축 아파트 준공이 집중돼 입주물량이 약 3만가구에 달했던 2008년은 짝수해임에도 불구하고 전셋값이 하락, 이른바 '역(逆)전세난'이 일어나기도 했다.

 

올해(2016년)와 내년(2017년)에는 각각 27만1214가구, 33만9248가구의 아파트 입주물량이 예정돼 있다. 올해는 작년보다 1만가구 정도 입주 물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대다수 기관은 여전히 전셋값 상승을 전망하고 있다.

 

최근에 주택 공급이 늘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셋값이 계속 오르는 것은 임대시장의 구조변화에 따른 영향 때문으로 봐야한다. 작년 주택임대차 거래 중 월세거래 비중은 44.2%였다. 지난 2011년 33%에 비해 11%포인트나 늘어난 것이다.

 

최근의 전셋값 상승은 전세 중심의 임대유형이 월세로 변화하면서 생기는 전세 물건 부족에 따른 것이다. 이런 전세물건 품귀와 전셋값 상승은 보증부 월세 가격 상승으로까지 이어진다. 아직은 아파트 등의 월세 가격이 전세금에 월세전환율을 적용해 매기는 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향후 월세 중심으로의 임대시장 구조 변화가 과도기를 거쳐 안정단계에 접어들면 전세를 기준으로 삼던 가격 형성 구조나 거래 관행도 바뀔 가능성이 있다.

 

과거의 틀로만 시장을 바라보기보다 현상을 객관적으로 관찰하고 분석할 때 편견 없는 예측도 가능하다. 부동산 시장 전망에도 현재 시점에서 시장 변화 요인을 하나씩 찾아가는 '기초 다지기(Back To The Basic)'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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