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온통 부동산(Realty)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내 집 마련부터 재테크, 은퇴 준비까지 평생 동안 피해갈 수 없는 진짜 부동산에 대한 고민들을 풀어드립니다. [편집자]
그 여자, 지난 주말 모델하우스를 다녀온 뒤 마음이 싱숭생숭해졌다. 새집으로 이사한 친구 집을 다녀온 뒤 새 집으로 이사 가고 싶은 마음은 더욱 굴뚝같아졌다. 다른 게 아니다. 이사하고 싶은 마음이 아니라 새 집에 살고 싶은 거다.
그 남자, 지금 살고 있는 집이 편하다. 부인은 자꾸 새집 타령을 하는데 마뜩잖다. 차라리 지금 단지에서 조망 좋은 층으로 옮겨 인테리어를 새로 하는게 훨씬 나을 듯하다. 새 아파트는 너무 비싸고 값이 오를 거 같지도 않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고들 한다. 부동산에 대한 인식도 일반적인 기준에서 남녀차는 어느 정도 존재한다. 준공이 10여년 지난 중대형 아파트에 사는 중년 부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부딪히는 일이 다반사다.
최근 새로 공급되는 아파트는 20년 전 단지들과 크게 다르다. 주차장이 지하로 들어가면서 지상 주차장이 차리하던 자리는 조경시설이 잘 갖춰진 공원으로 조성된다. 지상에 차가 없다보니 도보 안전성도 확보됐고, 저층 입주자들은 더 이상 자동차 매연 피해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또 단지내 헬스장, 놀이시설 등 편의시설이 많고 넉넉한 주차공간이 확보돼 주차 걱정도 없다. 실내로 들어와 보면 발코니 확장에 따라 실사용 면적이 늘어나고 각종 빌트인 시설, 첨단 제어시스템 등을 갖춘 게 많다. 인테리어도 최신 마감재로 갖춰진다.
이렇게 과거 주택상품과 최근 공급되는 상품간 격차가 커지다보니 상대적으로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긴 여성들은 새 집으로 이사 가고 싶다는 바람이 더 커진다. 실내 인테리어 공사를 새로해 만족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새집 같은' 집이 아니라 '새집'에 살고 싶은 거다.
특히 분당, 일산, 평촌 등 1기 신도시권 주민들 중에서는 아파트가 점점 낡아가는 상황에 인근에 새 아파트가 대규모로 공급되면 눈이 돌아가기 마련이다.
하지만 신도시 주변 신규 분양한 단지 아파트값과 기존 아파트값의 차이는 간단치 않다. 최근 신규분양이 많았던 경기도 일산신도시 주변을 살펴보자.
지난 4월말 분양에 나섰던 고양시 일산동구 고양관광문화단지(한류월드) 도시개발구역 '킨텍스 원시티'(전용면적 84~148㎡ 2208가구)의 분양가는 3.3㎡당 평균 1500만원을 넘어섰다. 132㎡의 분양금액은 10억7300만원~11억원이다.
이와 비교해 2013년 말 분양해 6월 입주를 앞두고 있는 일산동구 백석동 '요진와이시티'아파트의 경우 전용 127㎡ 분양권 거래시세가 7억4000만원~8억5000만원에 형성돼있다. 일산신도시 기존 142㎡ 규모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5억원대다.
기존 주택이 당연히 싸다. 좀 오래된 단지라도 면적을 넓혀 기존 주택을 리모델링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과정을 생각하면 그리 간단치 않을 수도 있다.
우선 집을 팔고 다시 사는데 들어가는 거래비용이 만만치 않다. 부동산 중개수수료는 현재 집을 팔 때, 이사갈 집을 살 때 두 번이나 내야한다. 리모델링 비용도 적게는 5000만원, 많게는 1억원 가량 소요된다. 올해 분양한 아파트보다야 저렴하지만 입주예정 분양권 거래가와 비교하면 큰 차이가 없다.
그렇다면 어떤 집을 선택하는 게 좋을까? 국토교통부 주거실태 조사에 따르면 최근 2년 이내 이사한 경험이 있는 이들의 이사 이유는 '시설이나 설비가 더 양호한 집으로 이사하려고'가 24.9%, '주택규모를 더 늘리려고'가 24.2%로 나타났다. 주로 주거수준 향상을 위해 이사를 한 것이다.
노후 아파트는 재건축을 통한 경제적 이익구조가 확보될 가능성이 낮다면 갈수록 선호도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내부 리모델링을 하더라도 아파트 건축 연한에 따른 경쟁력 하락을 피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사 가고 싶은 집은 주거환경이 좋은 새집이다. 단지 내 다른 층이나 동을 옮기는 선택은 경제성도 높지 않고 상품 경쟁력도 확보하기 어려운 선택이라 판단한다. 새집으로 갈 게 아니라면 차라리 지금 집에 그냥 사는 것이 나을 수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