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으로 정국이 '여소야대'로 재편됐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월세 상한제 등 그동안 야당이 추진해왔던 새로운 규제를 도입하는 방향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갈 수 있다. 부동산 정책이 규제강화 쪽으로 방향을 틀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런 때에는 정당과 후보자들의 공약을 기초로 광역교통망 개발과 같은 주요 개발이슈를 좇아 부동산 투자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도 한다. 대세 전망이 불투명한 만큼 틈새시장을 노리라는 거다.
변수가 많은 많은 상황일수록 투자기간이 길거나 기대 수익이 적더라도 안전한 상품,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소액투자 상품에 관심을 가지라는 조언은 일견 당연해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틈새시장형 소액투자'가 반드시 위험이 적은 것은 아니다.
이른바 '갭(Gap) 투자'라는 것을 보자. 이는 전셋값과 매매값의 격차를 이용해 최근 유행한 투자 기법이다. 이런 투자 방식은 전셋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매매값에서 전셋값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3월말 현재 전국 73.9%, 서울 71.5%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특히 서울의 강북·성북·서대문 지역에서는 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중이 80%에 육박하고 있다. 아파트 개별단지나 일부 소형 주택형은 전셋값과 매매값이 거의 비슷한 곳까지 나온다. 연립이나 빌라는 매매와 전셋값 격차가 1000만~2000만원에 불과한 곳도 실제로 적지 않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연립·빌라를 지어 파는 주택업자들은 갭 투자 방식의 소액투자자들을 끌어들이는 마케팅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신축빌라 실투자금 2000만원' 식의 현수막이나 전단지들이 대표적이다.
전세나 대출을 끼고 집을 사면 투자금은 1억원 아래로 떨어뜨릴 수 있는데, 월세를 받아 고정 임대수익을 얻을 수도 있고 전셋값이 집값을 밀어올리면 매매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다는 거다.
▲ 3월말 기준 지역별 아파트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중(자료: 한국감정원) |
기본적으로 투자자금 규모가 큰 부동산 시장에서 1억원 미만, 적게는 2000만~3000만원으로 부동산을 소유할 수 있다는 유혹은 꽤나 매력적이다. 하지만 장미에 가시가 있듯 '갭 투자' 역시 상당히 큰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전제를 의심해보자. 전셋값 상승은 앞으로도 계속될까? 지난 6년간 전셋값이 지속적으로 상승한 것만을 근거로 전셋값이 떨어질 리 없다는 주장을 펴는 이도 있다. 하지만 전셋값은 이미 많이 오른 터다. 최근 전셋값은 상승률이 둔화하면서 추가 상승 여지가 좁아지고 있다.
IMF 시기와 2008년 금융위기에는 전셋값도 하락했다. 2004년, 2008년처럼 입주물량이 큰 폭으로 증가할 때 역시 전셋값이 하락했다.
앞으로 2~3년 안에 입주물량이 큰 폭으로 늘어나 '입주대란'이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작년 주택공급량이 인허가 기준으로 76만5000가구를 넘어서는 사상 최대 규모였다는 데 기인한 것이다. 2017~2018년에는 역전세난과 전셋값 하락이 나타날 수 있다는 예측도 개연성이 있다.
시세차익에 대한 기대도 마찬가지다. 전세금도 더 이상 오르지 않고 매매값도 제자리 걸음한다면 거래비용과 세금을 뺀 수익은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 만약 전세금이 하락하게 된다면 집주인은 추가자금이 필요할 수 있고, 매매값이 동반 하락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특히 연립이나 빌라는 아파트에 비해 수요자 선호도가 떨어진다. 입지나 규모 비교를 떠나 관리 측면에서도 차이가 크다. 아파트는 제도적 관리시스템을 갖추고 체계적으로 유지관리가 되지만, 대부분 연립·빌라는 노후도에 따른 상품 경쟁력과 자산가치 하락 속도가 빠르다.
또 홍보자료에 소개된 예상 전셋값이 시장가보다 높게 제시된 경우도 적지 않고, 신축 물량이 많은 지역은 임차인을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임대료가 기대 이하이거나 공실이 생긴다면 그만큼 투자금은 커지고 비용은 늘어난다.
자기자본이 적게 든다는 소액투자의 유혹은 투자자에겐 솔깃하게 들릴 수 있다. 하지만 투자금이 적다고 리스크도 적을 것이라는 판단을 내리는 것은 큰 오산일 수 있다.
쉽고 부담이 적어 보인다고 해서 투자결정까지 쉽게 했다가는 소위 '집 장사' 주택업자들의 '호갱님'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