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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국감 그 후]① '제2 동양' 막아야

  • 2013.11.04(월) 15:09

'포스트 국감'…동양사태, 입법전쟁 등 쟁점 계속
동양 피해자 구제·재발방지책 마련해야

4일 국가정보원, 14일 청와대 비서실 국정감사가 아직 남아있지만, 지난 주말 국정감사가 사실상 마무리됐다. 올해 국감 경제 분야에서는 동양 사태, 국가 부채, 공기업 방만 경영, 낙하산 인사 등 뜨거운 이슈들이 적지 않았다. 국감 이후 즉 '포스트 국감'에서도 여전히 이들 이슈들은 정치권이 다뤄야 할 중요한 쟁점들이다.

 

전 국민을 충격에 빠뜨린 동양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재발방지책을 촉구하고, 세법개정·부동산 후속 대책 등이 포함된 각종 민생법안, 경제활성화 및 경제민주화 법안, 공기업 개혁 등이 특히 큰 관심을 모은다.

◇ '동양사태' 문책·피해자 구제·재발 방지책 부재


모름지기 어떤 큰 문제가 발생하면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책 마련의 순서로 후속 대책이 진행되어야 한다. 정무위와 기재위 등 올해 경제 관련 국회 상임위 국감은 '동양 국감'이라고 불릴 정도였다.

 

이번 국감은 1단계 진상 규명에는 어느 정도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기업어음(CP)과 회사채를 마구 발행하고 '불완전 판매'한 동양그룹 경영진과 이를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한 금융위, 금감원 등 금융당국의 책임에 대해 가차없는 비판이 쏟아졌다.

▲ 10월 18일 국회 정무위원회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나아가 금융기관 공동검사 및 자료제출권 등의 권한을 적절히 행사하지 못한 한국은행에도 책임을 물었다. 국세청은 2009년 특별 세무조사를 통해 동양그룹의 탈·불법 경영실태를 확인하고도 검찰 고발을 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예금보험공사 역시 2011년 1월 동양증권의 불완전판매 가능성과 투자자의 소송 가능성 등이 포함된 보고서를 만들어 금감원에 제출한 뒤 뒷짐만 지고 있었다는 지적을 들어야 했다.

특히 청와대 서별관 회의 의혹을 제기한 것은 '메가톤급 폭탄'이었다.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을 비롯해 신제윤 금융위원장, 최수현 금감원장, 홍기택 산은지주회장이 모여 동양사태를 논의한 것과 관련, 야당은 청와대 책임론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그럼에도 일부에서는 호통과 비난으로 점철된 전형적인 부실국감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책임을 통감한다"는 고위 관료를 향해 구체적으로 책임을 묻고 따지는 국민의 대표가 눈에 띄지 않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5만명에 달하는 피해자들에 대한 구제 대책을 내놓지 못한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또 재발 방지책 등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향후 '액션플랜'을 내놓지 못한 것은 정치권의 한계로 지적된다. 야당은 '동양 청문회' 개최를 주장하고 있으나 새누리당과 정부는 난색을 표하고 있는 상황이다.

◇'제2 동양' 어디?…구조조정 박차

지난달 18일 열린 국회 정무위의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장. 김영환 민주당 의원이 "동양 사태가 재현될 수 있는 회사가 몇 개나 되나"라고 최수현(사진) 금감원장에게 묻자 최 원장은 "지금 4개 정도가 있는데 금액 자체는 그리 크지 않다"고 말했다.

 

시장은 발칵 뒤집혔다. '제2의 동양'이 될 수 있는 곳이 4개나 된다는 말에 시장에서는 3D, 2H 같은 '살생부 이니셜'까지 돌았다. 웅진, STX에 이어 동양까지…중견 대기업들이 줄줄이 무너지자 시장은 제2의 동양 후보자들을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최 원장의 발언이 파문을 빚자 정치권은 "제2의 동양사태를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지난 1일 국감에서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관리채무계열 제도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주채무계열 기업이 재무구조개선약정을 맺기 전이라도 재무구조가 갑자기 나빠지면 관리채무계열로 지정해 관리하는 제도다.

 

신 위원장은 또 "동양이 대부업을 사금고화할 줄은 예견하지 못했다. 법의 허점을 인정한다"고 말해 대기업 계열 제2금융권 회사에 대한 제도 개선을 시사했다. 신 위원장은 또 "지난 7~8년간 대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전무했다. 부실이 더 커지기 전에 부실 대기업을 정리하고 갈 것"이라고 밝히며 대기업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최 원장도 "이번 사태에서 교훈을 얻어 관련 제도를 미리 정비해서 기업 구조조정을 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동양 사태 투자자 피해가 재발하지 않도록 회사채 시장 관련 제도를 개선하고 금산분리 관련 규정의 허점도 보완하는 등의 종합대책을 이달 중 발표할 계획이다.

◇ 경제민주화법으로 재발방지?

금융위가 밝힌 '금산분리 강화'는 정치권의 2차 경제민주화 법안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동양그룹 사태로 다시 한번 불붙은 경제민주화 법안을 두고 여야 간 충돌이 예상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6월 "경제민주화 중요 법안 7개 가운데 6개가 국회를 통과해 거의 끝에 왔다"고 말한 뒤 새누리당 내에서는 경제민주화 대신 경제활성화가 대세였다.

 

그러나 동양 사태 발생 이후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국회 정무위 새누리당 간사인 박민식 의원은 지난 15일 공정거래위 국감에서 "동양그룹은 순환 출자로 계열사들의 부실을 감추고, 일감을 몰아주는 등 경제민주화와 반대로 가는 만물백화점"이라고 발언했다.

박 의원의 발언은 현재 정치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순환출자 제한과 금산분리 강화 이슈를 모두 아우르고 있다. 민주당 김기식 의원 역시 "동양그룹은 현재현 회장→㈜동양→동양인터내셔널→동양증권→동양파이낸셜대부→㈜동양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갖고 있었고, 이게 동양 사태를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노대래 공정위원장도 이 지적에 대해 "같은 생각이다.공정거래법 정비가 필요하다"고 화답했다.

▲ 10월 15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이 의원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와 함께 동양그룹이 계열 금융사들을 '사금고' 마냥 이용한 행태를 비판하며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를 강화해야한다는 금산분리 강화법안도 주목받고 있다. 노 위원장은 "최근 동양과 효성사태에서 보듯 대주주와 금융사간 차단벽을 설치하는 게 중요하다"며 "신규 순환출자 금지와 함께 금융보험사의 의결권 제한, 중간금융지주회사제도 도입 법안을 국회와 협의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새누리당의 기본적인 입장은 순환출자 제한과 금산분리 강화에 미온적이다. 경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대기업 규제의 대표적인 '칼'인 순환출자 규제, 금산분리 강화를 하는 것은 경기 회복에 악재가 될 거라고 우려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반대로 이를 적극적으로 입법화하겠다는 입장이어서 국감 이후 '입법전쟁'의 전운이 여의도를 감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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