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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사회 대수술 예고..관피아 바뀔까?

  • 2014.05.19(월) 17:42

대통령 대국민 담화 주요내용 분석
개각때 경제팀 교체여부 관심

세월호 침몰 사고 발생 34일째, 박근혜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국민에게 사과하며 눈물을 흘렸다. 이번 사고와 사후 수습과정에서 드러난 여러 문제점들을 거론하며 대응책도 함께 내놨다. 특검을 비롯한 원인규명, 관피아 폐단을 근절하기 위한 공직혁신 방안 등이 담화의 주요 내용으로 담겼다. 대국민 담화의 영향과 향후 공직사회에 미칠 파장 등을 짚어본다.


◇ 눈물 보인 사과..민심 수습은 미지수

세월호와 관련한 대통령의 사과는 이번이 5번째다. 지난달 29일 국무회의 이후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 종교지도자와의 간담회 등을 통해 사과를 거듭했지만 '지각사과' '간접사과' 등의 비판이 제기되면서 기대한 만큼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대국민담화 형식의 이번 사과가 성난 민심을 수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6.4 지방선거라는 정치적 상황까지 가세해 세월호 민심은 촛불로 번지고 있다. 초동대응과 사후 구조작업에서 드러난 시스템적 문제는 정부의 무능과 불신을 넘어 최근에는 공영방송의 보도통제 논란으로까지 확산됐다. 사과의 진정성을 떠나 세월호 참사가 대한민국 시스템에 대한 문제로 불길이 옮겨붙은 상황이라는 점에서 사과의 효용성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대통령은 담화에서 민관유착 차단과 공직사회 개혁 방안을 국민들에게 약속했다. 개각을 포함한 인적쇄신 방안도 대통령이 해외순방에서 돌아오면 단행될 예정이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드러난 문제들중 상당 부분은 대통령과 참모진의 소통능력 부재, 권위주의적 국정 운영 방식에서 비롯됐다. 관료 뿐만 아니라 청와대도 뼈를 깎는 혁신에 동참해야 이번 사태가 원만하게 수습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은 "필요하다면 특검을 해서 모든 진상을 낱낱이 밝혀내고 엄정하게 처벌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관한 한 기업의 탐욕도 엄정하게 제재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기업이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큰 피해를 입히면서 탐욕적으로 사익을 추구하여 취득한 이익은 모두 환수하고, 그런 기업은 문을 닫게 만들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조직개편은 '단기 충격'..공직개혁 파장 클 듯


담화에서 밝힌 내용중 정부조직 개편은 파장이 길어질 사안은 아니다. 외형적 수술은 해경 조직을 해체하고, 안전해양부와 해양수산부의 기능을 축소시키는 것이 골자다. 여기서 이관된 안전관련 기능은 신설되는 국가안전처가 맡는다. 정부조직개편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실행만 남는 문제다.

중장기적으로 파장이 커질 사안은 '관피아(관료+마피아)' 적폐 청산과 공직사회 개혁 부분이다. 관피아 적폐 청산에는 3가지 방안이 담겼다. 우선 민관유착 차단을 위해 ▲안전감독 업무 ▲이권 개입 소지가 많은 인허가 규제 업무 ▲조달 업무 등 유착가능성이 높은 3영역의 유관단체 기관장과 감사직에는 공무원을 내려보내지 않기로 했다.

두번째는 퇴직 공무원의 취업제한 강화. 대통령은 "취업제한 대상이 아니었던 조합이나 협회를 비롯해 퇴직 공직자의 취업제한 대상기관 수를 지금보다 3배 이상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취업제한 기관 수는 4000곳에 조금 못미친다. 3배 이상 확대하면 취업제한 기관은 1만2000곳 이상으로 늘어난다. 취업제한 기간은 퇴직 후 2년에서 3년으로 길어진다.

 

업무 연관성의 경우 공무원 재임 당시의 소속 부서가 아니라 소속 기관의 업무로 확대된다. 기획재정부의 A라는 공무원이 금융관련 부서에서 일했을 경우 지금까지는 금융관련 기관에는 취업을 못했지만 앞으로는 기획재정부 업무와 연관이 있는 기관 전체로 취업이 제한된다.

세번째는 취업이력 공시 제도. 고위 공무원이 퇴직후 재취업한 경우 10년동안 직급과 기간 등을 공개하는 내용이다. 관료들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금지법안' 처리도 주목된다. 대통령은 현재 국회에 제출돼 있는 이 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했다.

 

여러 규제들이 한꺼번에 실행되면 공무원들의 민간 재취업은 바늘구멍 통과하기 만큼 어려워진다. 갈 곳 자체가 없고, 본인이 아는 업무나 인적 네트워크와 상관없는 곳에서만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 사실상 재취업 하지 말라는 얘기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관료들은 역대 정권에서 그래왔던 것처럼 저항하고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 민간 수혈 늘리고..고시제도 수술대에

공직사회 체질을 바꾸는 방안도 담화에 담겼다. 임용부터 퇴직에 이르기까지 개방성과 전문성을 갖춘 공직사회로 혁신하겠다는 것이다. 세부적으로 우선, 민간 전문가들의 수혈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공무원 채용방식이 바뀌는 방안이 추진된다. 민간 전문가 진입이 용이하도록 5급 공채와 민간경력자 채용을 50 대 50으로 가져가는 방안이 포함됐다.

공무원 채용방식의 수술은 결국 고시제도와 연관된다. 고시를 통해 한꺼번에 선발하는 방식이 아니라 필요한 직무별로, 필요한 시기에 전문가를 뽑는 체제를 만들겠다고 대통령은 밝혔다. 이를 위해 중앙정부 차원의 '중앙선발시험위원회'가 설치된다.


◇ '관피아' 청산..관료만의 문제는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 전관예우 관행은 뿌리깊다. 관료들만의 문제도 아니다. 흔히 경제 관료들의 행태를 지적하지만 사회와 정치, 법조, 문화 등 나라 전반에 걸쳐 광범위한 전관예우가 존재한다. 관료의 민간 재취업을 틀어막고, 민간 전문가를 수혈하는 걸로 고질병이 해소되지는 않는다. 학습 효과가 말해준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 공무원들의 민간행을 막아 놓으니 감사원과 공정위 출신들이 자리를 대신했다. 관료들을 차단해도 정치권 낙하산은 여전하다. 정권창출에 공이 있으니 자리를 내놓으라는 보은논리를 대통령과 여당부터 거부하지 못했다.


관료개혁은 역대 정권 대부분이 내걸었던 슬로건이었지만 성공한 정권은 없었다. 관료조직의 반발이 그만큼 조직적이고, 집요하고 거셌다. 민간 재취업은 공무원들이 누려온 밥그릇중 하나다. 현직의 밥그릇인 규제만큼이나 놓고 싶어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도 중요하고, 조직 차원에서도 지켜내야 할 대상이다. 관건은 관료들의 저항과 반발을 어떻게 극복하느냐다. 관피아 개혁을 위해 청와대와 여당이 솔선수범해야 하는 이유다.

박근혜 정권에서 세월호 트라우마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이 정부에서 관피아 개혁 카드가 퇴보할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 정권은 유한하고, 임기말로 가면서 의지가 퇴색될 수 있겠지만 어쨌든 이번 방안으로 공직사회는 적잖은 변화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고위직으로 올라갈수록 재취업의 문은 좁아지기 때문에 적절한 시점에 공직을 떠나 기업이나 학계, 로펌 등으로 자리를 잡으려는 유인은 상대적으로 커지게 된다.

 

한 부처에서 주요 업무를 거치며 고위직에 오를 수도 있지만, 민간 전문가 진입문턱이 낮아지면 외부 경로를 통해 공직에 접근하는 문도 열릴 수 있다. 정부와 유관기관에 학계나 로펌 인사들이 대거 유입될 것이라는 관측이 벌써부터 나온다. 관련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민간인으로서 공무원들은 통과하지 못하는 규제의 그물망을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 개각 폭 관심..경제팀 포함될까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총리 인선과 후속 개각은 (대통령이) UAE 실무방문에서 돌아온 뒤에 있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세월호 사태로 이미 사의를 표명한 정홍원 국무총리를 포함, 사고수습에서 문제점을 드러낸 안전행정부와 해양수산부 장관 등이 교체 대상으로 우선 거론된다. 대통령 담화에서 조직개편 대상에도 오른 부처들이다. 국면전환 의지와 강도에 따라 개각 폭도 달라질 것이다. 

 

세월호 사태 이전에 개각 얘기가 나올때 마다 거론됐던 경제팀 교체가 이번에 단행될 지 여부도 관심사다. 세월호 이전까지만 해도 경제 문제가 최대 관심사였고 대통령과 정부는 규제개혁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며 규제혁파에 강한 의지를 보여왔다.

 

세월호 참사로 인해 규제는 우리 사회에서 다시 자리매김했다. 경제와 일자리를 위해 서둘러 풀기보다는 국민 안전과 생명을 위해 필요한 것은 남기고, 새로 만들 필요까지 있는 대상으로 바뀌었다. 상황이 바뀐 만큼 대통령과 경제팀이 규제개혁이 아닌 다른 카드를 꺼내 들 필요성은 커졌다. 옛 노래를 틀던 가수들은 무대에서 내려오는 것이 모양새가 좋다. 그런데 앞으로 어떤 수단을 동원해 경제를 활성화 시키고, 일자리를 늘릴 것인가? 경제팀 교체 여부와 관련해 청와대의 고민이 깊어지는 지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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