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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스튜어드십코드]⑤"국민연금이 도입하면 모두에 이익"

  • 2018.08.02(목) 09:25

데이비드 스타일스 FRC 지배구조 이사 영국 현지 인터뷰
이해상충·투명성 등 SC조항 통해 국민연금 독립성 확보해야

[런던=김보라 이돈섭 기자]영국 런던의 금융 중심지 시티오브런던(City of London). 메릴린치, HSBC 등 굴지의 금융사들이 이곳에 모여 있다. 런던을 세계 금융의 중심지로 부르게 된 핵심 지역이기도 하다.

시티오브런던의 주요 지하철역 중 하나인 무어게이트(Moorgate)에서 7분 정도 걸으면 재무보고위원회(Financial Reporting council)가 나온다. 세계에서 가장 먼저 스튜어드십코드(Stewardship Code)를 만든 기관이다.

FRC에서 스튜어드십코드를 비롯해 영국지배구조강령(UK Corporate Governance Code) 등 각종 코드를 점검·관리하는 데이비드 스타일스 기업지배구조담당 이사와 크리스티 머릭 FRC 기업지배구조 정책고문을 만났다.

간단한 소개가 오고간뒤 본격적인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취재진이 가장 먼저 꺼낸 질문은 국민연금이었다.

취재 당시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을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치열한 상황이었고,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도 취재진에 앞서 FRC를 방문해 의견을 나눈 터라 뒤로 미룰 수 없는 질문이었다.

"세계3위의 연기금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을 앞두고 있다. 한국에서는 여러가지 논란이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나?"

스타일스 이사는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에 대한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국민연금이 아직 스튜어드십코드에 가입하지 않은 이유는 독립성 문제 때문일 것이다. 코드를 도입하는 것이 수익을 얻는 측면을 포함해 모두에게 더 이익이 될 것이라는 설득작업을 반드시 해야 한다."


◇ 스튜어드십코드를 둘러싼 상반된 두 국가 모습

국민연금이 지난달 30일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을 공식 의결했지만 여전히 찬성과 우려의 목소리가 나뉜다.

찬성하는 쪽은 635조원의 거대자산을 운용하면서 사실상 거수기 역할만 해온 국민연금이 이제는 적극적이고 책임있는 투자에 나서야한다고 말한다. 반대편은 정부 산하(보건복지부) 기관인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하면 사실상 대부분의 상장기업이 정부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영국은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초기에 이러한 논란이 없었을까.

스타일스 이사는 "금융위기 이후 투자자책임 문제가 강조되면서 '워커보고서'가 지적한 대응 방안으로 스튜어드십코드가 생겨났다"며 "코드를 도입하는 게 옳다는 반응이 많았고 도입하자마자 300개 가까운 기관이 가입했다"고 말했다.

영국의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의 발단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였다. 위기를 초래한 배경에는 기관투자자들이 금융회사의 이사회와 경영진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한 책임도 있다는 문제의식이 워커보고서를 통해 공감을 얻으면서 스튜어드십코드가 원활히 도입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스타일스 이사는 또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전부터 기업경영에 대한 기관주주위원회(ISC)의 코드가 존재해 스튜어드십코드를 받아들이는데 큰 문제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ISC는 영국보험협회(ABI), 영국투자회사협회(AIC) 등이 회원으로 있는 기관이다. 지난 2011년 기관투자자위원회(IIC)로 명칭을 변경했다. 2002년 당시 ISC는 기관주주 및 대리인의 책임에 관한 원칙을 공표했고 이를 2009년 코드로 전환한 바 있다. 이 코드가 FRC의 손을 거쳐 지금의 스튜어드십코드로 진화했다.

 

▲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는 크리스티 머릭 FRC 기업지배구조 정책고문

 

◇ 국민연금 독립성 논란, 스튜어드십코드로 해결

국민연금의 독립성 문제에 대해 스타일스 이사는 스튜어드십코드를 통한 이해상충 해소와 투명성 강화를 강조했다.

그는 "스튜어드십코드는 기관투자자가 어떻게 행동해야 이해상충을 해결할 수 있는지를 담고 있어서 국민연금의 독립성 문제와 관련 있다"며 "스튜어드십코드를 통해 기관투자자가 어떻게 의사결정을 하는지 알 수 있으니 투명성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에 가입함으로써 오히려 정부로부터 독립성을 확보하고 투자자들에게도 투명한 정보를 제공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스타일스 이사가 강조한 이해상충과 투명성 문제는 국민연금이 도입키로 한 스튜어드십코드에도 담긴 내용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의결한 스튜어드십코드 최종안에는 원칙2항에 이해상충 방지를 위한 내용이 담겨있다. 또 원칙4~6항에는 책임투자활동에 대한 사전공개, 활동내역 공시 등을 담았다.

국내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하면 독립성이 취약해질 것이라고 우려하지만 오히려 코드에 담긴 원칙들을 잘 이행하면 독립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게 '원조' 스튜어드십코드 기관의 의견이다.

스타일스 이사는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를 가입해야 독립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며 "각국마다 법과 이해상충의 종류가 다르지만 코드의 세부 내용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한국에는 없고 영국에는 있는 '연대조항'

영국과 한국의 스튜어드십 코드 세부 내용에 큰 차이는 없다. 한국이 지난 2016년 코드를 도입할 때 영국의 내용을 참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국 코드에는 존재하는 기관투자자간 적극적인 연대 조항은 한국 코드에 없다.

스타일스 이사는 "투자자끼리 연대를 하면 기업에 더 큰 영향력을 줄 수 있다"며 "영국에서는 기관투자자 연대조항(원칙7)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기업 인수합병을 위한 사적인 목적이 있을 경우 연대는 인정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영국스튜어드십코드가 담은 기관투자자 연대와 주주행동주의의 차이를 추가로 물었다. 그는 "핵심은 경영권이다. 회사의 경영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것인지, 경영권을 바꾸는 등 회사를 아예 컨트롤하기 위한 것인지 구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타일스 이사는 기관투자자 연대조항이 없는 한국의 스튜어드십코드와 관련 "FRC가 다른 나라의 스튜어드십코드 내용을 논평할 수는 없다"며 "한국의 스튜어드십코드 한국내의 법률과 정책 목표를 반영해야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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