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연금과 마찬가지로 국민연금은 가입기간이 길고 납부한 보험료가 많을수록 노후에 받는 연금도 많아진다.
그런데 직장을 다니다 본인의사와 무관하게 회사가 폐업하거나 구조조정으로 권고사직을 당한다면 당장 생활도 버겁기 때문에 보험료를 납부하기 어렵다.
실업 기간 국민연금 보험료를 납부하지 못하면 나중에 받을 연금도 적어서 노후소득보장이 어려워진다. 국민연금에는 이러한 '실업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실업크레딧 제도가 있다.
고용보험법에 따라 구직급여를 받는 18세~60세미만의 실직자에게 보험료 75%(나머지 25%는 본인부담)를 지원하고 해당기간(최대 12개월)을 국민연금 가입기간으로 인정하는 제도이다.
실직자 입장에선 1년간 자신이 내야할 보험료의 25%만 내더라도 1년간 국민연금을 납부한 것으로 인정받아 당장 보험료 납부 부담이 줄어드는 동시에 향후 받을 연금은 늘어나 여러모로 이득이다.
이러한 제도는 [달라지는 국민연금]①편에서 살펴본 출산·군복무크레딧과 함께 사회적으로 최소한의 노후소득 보장을 위해 가입기간을 늘려주는 장치다. 사적연금에는 없는 공적연금만의 특징이기도 하다.
다만 현행 실업크레딧 제도의 문제는 구직급여를 받는 사람만 대상으로 한다는 점이다. 고용보험법상 구직급여를 받으려면 구조조정 등 불가피한 사유로 해고되어야하는데 회사를 다니지 않고 자영업을 하는 지역가입자가 실업크레딧 혜택을 받기 쉽지 않다.
예를 들어 부부가 함께 퇴직금을 모아 치킨집을 운영하다가 장사가 안돼서 가게를 접거나, 개인사업을 하다가 질병이나 부상으로 장기 입원 중인 사람은 고용보험법상 구직급여를 받을 수 없어 실업크레딧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이를 감안해, 정부는 지난 14일 발표한 제4차 국민연금종합운영계획안을 발표하면서 사업 중단, 실직 등으로 보험료 납부가 어려운 지역가입자(납부예외자)에게 국민연금 보험료를 지원해주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기존 실업크레딧의 사각지대에 있던 사람들의 보험료 납부 부담을 덜어줘서 결과적으로 국민연금 가입기간을 늘리고 노후 소득을 더 보장해준다는 취지다.
지역가입자가 내야할 월 보험료가 6만2100원(기존 실업크레딧 평균인정소득 62만원에서 보험료율 9%를 감안한 금액)이라면 이중 절반인 3만1050원을 최대 1년간 국가가 내주고 가입자가 3만1050원을 부담하는 구조다.
이런 방식으로 사업중단 또는 실직기간 1년을 납부하면 나중에 받는 연금수령액이 월 2만4801원(최소가입기간인 10년 기준) 늘어난다.
다만 저소득 지역가입자의 보험료를 지원해주는 내용은 현재 국민연금법에는 아예 없는 내용이어서 법 조항을 신설해야한다. 따라서 '저소득'의 기준을 정하고, 국가가 대신 내주는 보험료의 재원 마련 등 후속 작업이 필요하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기존 실업크레딧 제도와 두루누리(10인미만 사업장 근로자의 보험료 지원) 제도의 사각지대를 보완하기 위해 저소득 지역가입자 보험료 지원사업을 추진하는 것"이라며 "현재 지역가입자 중 350만 명이 사업 중단, 실직 등으로 납부예외자로 분류돼 있는 만큼 이들이 보험료를 지원받아 가입기간을 늘리면 실질소득대체율이 올라갈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