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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총장 입구 발열체크 필수…입장 막아도 의결권은 보장

  • 2020.03.11(수) 15:13

<코로나19 여파 속 주총시즌 시작: 상장기업 가이드라인>
비대면 의결권 적극 권장…주총 참석시 마스크착용·체온측정
입장 제한 가능하지만 주주권 행사 제한하면 법적분쟁 소지
"코로나19 이후에도 소액주주 접근성 위해 전자투표 유지를"

작년 3월 20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빌딩에서 열린 정기주주총회에 입장하기 위해 주주들이 줄을 서 대기하는 모습.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코로나19(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여파 속에 12월결산 상장회사 정기주주총회 시즌이 시작됐다.

회사 임직원과 외부에서 온 주주들이 같은 장소에 모이는 주총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 주총장소(통상 상장회사의 본사) 폐쇄는 물론 다수의 참석자가 감염 위험에 노출된다.

그렇다고 주총을 열지 않을 수는 없다. 주총은 기업의 한해 장사를 결산한 내용(재무제표)을 승인하고, 회사 경영상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사람(이사·감사)을 선임하고, 회사 규칙(정관)을 정하는 상법상 필수 절차이다.

코로나19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회사 경영에 꼭 필요한 내용은 주총 의결을 거쳐야한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현장 주총을 열지 않고 모든 주주가 인터넷으로 주총에 참여하는 전자주총(버츄얼주총)으로 대체하는 방법도 있지만 아직 우리나라는 상법상 근거가 명확하지 않고 그 어느 회사도 시도해보지 못했다.

이에따라 상장회사들의 단체인 한국상장사협의회와 코스닥협회는 지난 5일 회원사들에게 '코로나19 대비 주주총회 대응요령'이란 제목의 공문을 보내 가이드라인을 전달했다.

협회들이 상장회사에 보낸 공문을 보면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해 서면위임장과 전자투표같은 비대면 의결권 행사를 적극 권장하고, 감염지역(중국·이란 등 해외방문자, 국내 확진자 다수 발생지역 등) 방문자 및 거주자, 감염의심자와 그의 가족인 주주는 직접 참석 대신 비대면 의결권행사를 유도하도록 권고한다.

그러나 방역당국도 아닌 개별 기업이 주주들의 해외방문이력을 일일이 확인하거나 감염의심자를 모두 가려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주총장 입구에서 비접촉식 체온계나 열화상카메라를 이용해 체온검사를 필수적으로 실시하고, 참석 주주들에게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법이다.

상법(366조)에 따라 주총 의장은 '질서 유지권'을 발동할 수 있다. 따라서 질서유지권에 근거해 발열증상이 나타나거나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주주들의 주총장 입장을 제한하는 방법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주주의 기본 권리인 의결권행사를 제한하는 것은 주총 절차상 문제가 생겨 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게 협회들이 법적검토 결과 내린 결론이다.

결국 발열·호흡기 증상이 나타나거나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주주를 주총장에 들어가지 못하게 할 수는 있지만 주총장 인근의 별도 장소에서 음향 송수신 장치를 마련, 실시간으로 주총 진행상황을 지켜보도록 하고 위임장을 안내해 의결권도 보장해야한다.

만약 주총 날짜가 임박한 상황에서 코로나 확진자 발생해 사업장 폐쇄가 불가피할 경우에 대비, 주총 장소나 날짜를 긴급하게 변경할 수 있는 권한을 대표이사에 사전 위임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협회들은 권고했다.

이러한 가이드라인 바탕으로 상장회사들도 자사 홈페이지나 전자공시(주총소집공고)를 통해 주주들에게 유의사항을 알리고 있다.

소액주주가 22만7759명(2019년 9월 기준)에 달하고 해마다 2000~3000명의 주주가 주총장을 찾는 셀트리온은 27일 예정된 주총에 앞서 처음으로 전자투표를 도입, 비대면 의결권 행사를 권장하고 있다. 또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거나, 발열(37.5도 이상의 고열) 또는 기침 증상이 있는 주주들의 주총장 출입을 제한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감염예방을 위해 매년 주총장을 찾는 주주들에게 나눠주던 기념품과 간단한 음식물을 제공하지 않고, 주총장 좌석을 2m 간격으로 벌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셀트리온이 매년 주총장소로 사용하는 인천 송도컨벤시아 회의실의 수용가능 인원도 550명 이하로 줄어들어 예년 수준으로 주주들이 참석할 경우 좌석이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

셀트리온은 이에 대비해 주총현장을 찾지 않더라도 인터넷으로 주총 상황을 실시간 확인할 수 있는 '웹캐스팅'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다만 웹캐스팅은 실시간 질의가 불가능하고 사전 질의만 가능하다.

넥센타이어는 24일 개최하는 정기주총 시간을 오전 9시에서 오전 11시로 늦췄다. 주총현장 방역 준비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다. 이 회사는 또 중국 후베이성을 방문했거나 중국 본토, 싱가포르, 일본 등과 대구·청도지역을 2주내 방문한 사람의 주총장 입장을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이밖에 기업은행(주총날짜 25일), CJ제일제당(27일) 현대상선(27일) 등 다수의 상장회사도 주총장 입구에서 체온측정을 실시해 발열이 의심되는 주주의 주총장 출입을 제한한다는 점을 안내하고 있다.

전국 확진자의 75%가 집중돼 있는 대구에서 주총을 개최하는 한국가스공사(27일), 대구백화점(주총날짜 미정)도 주총은 정상적으로 진행하되, 가이드라인에 맞춰 현장 방역 대책을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대기업 가운데는 18일 주총을 개최하는 삼성전자에 시선이 쏠린다. 지난해 주총에서 액면분할 여파로 많은 주주들이 몰려 혼잡 상황을 경험했던 삼성전자는 올해는 기존 장소(서울 서초사옥 강당)보다 넓은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주총을 열 예정이다.

하지만 감염 예방을 위해 적정 좌석 간격을 배치해야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장 수용 가능 인원이 예년보다 대폭 늘어난다고 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도 올해 처음으로 전자투표를 도입, 지난 8일부터 한국예탁결제원 K-EVOTE 시스템을 통해 전자투표를 실시하고 있다.

그동안 많은 대기업들이 외면했던 전자투표 제도가 올해 코로나19 여파로 활기를 띄고 있지만, 소액주주들의 주총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해 일시적으로만 전자투표를 활용해선 안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류영재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이날 논평을 내고 "코로나19사태로 인해 전자투표제를 도입한 기업들은 소액주주들의 주총 접근성 확대를 위해 코로나 사태 이후에도 전자투표를 유지하고, 나머지 기업들도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하여서도 전자투표제를 도입해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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