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국면에서 실시한 제21대 총선거가 22년만의 최고 투표율을 기록한 가운데 국민들은 집권여당에 압도적 승리를 몰아줬다.
더불어민주당은 지역구 당선자만으로 국회 의석 과반을 확보했고, 비례정당 더불어시민당과 합치면 국회 전체의석 300석 가운데 5분의3에 해당하는 180석을 차지했다. 범 진보세력을 모두 합하면 190석에 달한다. 반면 미래통합당은 비례정당 미래한국당과 합쳐 103석을 얻는데 그쳤다.
문재인정부가 집권 후반기에 접어든 시점에 나온 이러한 결과는 향후 국정운영을 뒷받침할 각종 개혁·입법과제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1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30분 기준 전국 개표를 모두 마친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전체 253개 지역구 가운데 163곳에서 당선자를 배출했다. 미래통합당은 84개 지역구에서 당선자를 냈고 정의당은 1곳, 무소속 후보도 5명(홍준표 김태호 권성동 윤상현 이용호) 당선됐다.
비례대표 투표에서는 미래한국당 33.8%, 더불어시민당 33.3%, 정의당 9.6%, 국민의당 6.7%, 열린민주당 5.4% 순으로 표를 얻었다. 이를 바탕으로 비례대표 의석은 미래한국당 19석, 더불어시민당 17석, 정의당 5석, 국민의당과 열린민주당 각 3석으로 확정됐다. 나머지 30개 정당은 비례의석 진입 마지노선인 3%를 얻지 못해 당선자를 배출하지 못했다.
지역구와 비례대표 당선자를 종합하면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은 180석,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은 103석, 정의당은 6석, 국민의당과 열린민주당은 각각 3석, 무소속은 5석을 차지했다.
단일정당이 180석을 차지한 것은 1987년 민주화 이후 처음이다. 특히 180석은 2015년 개정한 국회법(일명 국회선진화법)이 정한 안건신속처리제도(패스트트랙) 문턱도 넘는 수준이어서 향후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에 한층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패스트트랙은 여야간 입장 차가 커서 상임위원회에서 처리하지 못하는 법안이라도 전체의원(300명)의 5분의 3인 180명 이상이 서명하면 신속처리안건으로 올리고, 법안 심사기간 330일이 지나면 상임위 의결을 거치지 않아도 본회의에 자동상정해 의결할 수 있는 제도다.
더불어민주당·시민당 외에도 정의당, 열린민주당, 여권 성향의 이용호 무소속 당선자까지 포함한 범진보세력이 총 190석을 확보함에 따라 정부·여당은 20대 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한 입법과제는 물론 사법개혁 등 각종 개혁과제를 21대 국회에서 속도감 있게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총선 지역구 투표에서 민주당은 서울 종로(이낙연) 광진을(고민정) 서대문갑(우상호) 구로을(윤건영) 동작을(이수진) 경남 양산을(김두관) 등 주요 격전지에서 대부분 승리했다. 특히 이낙연 후보는 차기 대권 '잠룡' 대결에서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를 여유 있게 따돌리면서 대권후보 입지를 단단하게 다졌다.
반면 미래통합당은 서울 강남권 등 수도권 일부와 영남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 참패했다. 황교안 대표는 총선 패배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미래통합당 공천에 반발해 탈당한 홍준표, 김태호, 권성동, 윤상현 후보는 무소속으로 나와 국회에 다시 입성했다.
정의당은 지역구에서 심상정 대표(경기 고양갑)만 당선에 성공, 비례의석을 포함 6석 안팎을 얻어 교섭단체에 도달하지 못했으나 원내 3당 지위를 유지했다. 민생당은 비례대표 투표용지 맨 윗자리에 이름 올리고도 3%도 얻지 못하며 원외정당으로 밀려났다. 이번 선거 초반 여론조사에서 선전하며 돌풍을 예고한 열린민주당은 예상에 크게 못 미치는 득표율로 당선자 3명 배출에 그쳤다.
이번 선거는 코로나19 여파에 마스크와 위생장갑 착용 등 각종 방역대책 속에 실시했지만 어느 때보다 높은 관심 속에 잠정 투표율 66.2%를 기록했다. 지난 2016년 20대 총선 최종투표율(58.0%)보다 8.2%포인트 높고, 1992년의 14대 총선 이후 28년만의 최고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