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업계의 시선이 여의도로 집중되고 있다. 다음달 30일 시작될 21대 국회를 앞두고 금융규제와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정무위원회가 큰 폭으로 개편될 가능성이 커져서다.
특히 이번 총선에서 여당이 단독으로 법안을 처리할 수 있는 180석을 확보한 것에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사들은 대관 업무계획 '새 판 짜기'를 고심하고 있다.
◇ 정무위, 여당 중심 재편 전망…금융그룹통합감독법 등 주목
20대 국회 마지막 정무위원회의 정원은 위원장을 포함해 총 24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각각 8명씩, 이 외 소수정당 의원들이 7명이다. 이에 따라 정부 정책에 대한 야당의 견제가 강할 수 밖에 없었다.
반면 이번 총선에서 여당이 180석을 차지하는 대승을 거두면서 정무위 역시 여당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커졌다. 현재 여당이 차지한 의석 수를 고려하면 정무위 역시 과반 이상이 여당 의원들로 채워질 전망이다.
국회 각 상임위원회는 위원회 소관으로 분류되는 발의 법안을 심사하고 예산안을 처리한다. 주목할 점은 이론상으로는 상임위원회에 발의된 법안심사때 다수결만 되면 상임위의 통과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번 정무위 구성때 여당 의원들이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경우 관련 법안 처리가 빨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21대 국회가 개회하면 정부의 경제정책과 맥을 같이하는 금융관련 법안 역시 빠르게 국회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을 개연성이 크다. 당장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금융그룹통합감독법' 도입이 속도를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그룹통합감독법이란 여수신, 보험, 금융투자업 중 2개 이상 업종을 영위하는 자산규모 5조원 이상 기업에 대한 관리감독을 ‘원스톱’으로 하는 것이 골자다. 일부 계열사의 부실이 그룹에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금융당국은 2018년 모범규준을 만들고 수차례 논의를 거쳐 이를 시범 운영 하고 있다. 삼성, 현대차, 한화 등 일부 ‘대기업’이 이 대상에 포함된다.
그동안 야당이 '이들 기업에 대한 사전통제 근거로 남용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 처리를 반대해왔지만 21대 국회에서 초거대 여당이 탄생한 만큼 국회상임위와 국회 문턱을 넘을 가능성이 커졌다.
금융회사 CEO의 책임 역시 더욱 무거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위원회에서는 금융회사 CEO의 내부통제 책임을 강화하고 적격성 심사 강화를 골자로 하는 법안을 마련했지만 그간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금융감독원이 DLF(파생결합증권)사태의 책임을 물어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에게 중징계 통보를 내렸으나 손 회장 측이 '법적 근거가 없다'며 행정소송을 제시할 수 있었던 것도 이에 기인한다.
일부 금융권은 사업에 부담이 될 이슈도 있다. 여당이 이번 총선 공약으로 법정 최고금리 인하(24%→20%)를 내걸어서다. 높은 여신금리를 바탕으로 사업을 펼쳐왔던 저축은행, 카드사, 캐피탈, 대부업체 등은 여신 경영전략을 새로 짜야할 처지다.
◇ 금융사, 대관 사업계획·통과 가능성 법안 대비 '고심'
상황이 이렇다보니 금융업계는 대관(대 국회) 전략을 고심하고 있다.
그동안은 여야간 힘의 균형으로 회사가 관련된 법안 처리 혹은 정책에 대해 다양한 가능성을 찾아볼 수 있었지만, 이제는 일방적인 ‘구애’를 펼쳐야 할 처지가 돼서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그간에는 여야간 견제를 바탕으로 대관 업무를 수행해 왔지만, 21대 국회에서는 여당의 힘이 대폭 커진 만큼 여당 중심으로 대관 체제를 바꿔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야당에 대한 대관 전략을 대폭 축소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여당이 법안을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는 힘을 얻었지만, 이를 함부로 ‘남용’할 경우 역공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는 정치 논리 아래 여야간 ‘만장일치’를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 있어서다.
금융사 대관 업무 관계자는 "앞으로 대관 업무 프로세스에 대한 전략을 고민하고 있으나 여당 중심으로 재편은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정치는 언제 어떤 흐름으로 바뀔지 모르기 때문에 야당에 대한 대관업무를 대폭 축소하기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금융사들은 앞으로 통과될 가능성 높은 법안에 대비해 선제적인 대응 방안도 논의 중이다.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금융사 CEO 선임 과정에서 투명성을 높이는 절차는 그간 꾸준히 진행해 왔으나 관련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 눈높이에 맞출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내부통제와 관련 지난해 DLF, 라임사태를 계기로 상당 수준 끌어올려놓았다"고 전했다.
저축은행 한 관계자는 "법정 최고금리 인하는 그간 꾸준히 논의돼 왔지만 이번에는 통과 가능성이 커져 종전과는 상황이 다르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며 "현재 24%기준 8등급은 대출이 안나가는 상황이기 때문에 최고금리가 내려가면 중신용자 위주로 사업을 재편할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