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5000만원짜리 집을 소유할 때 드는 비용은 연평균 760만원이지만 전세로 살면 430만원만 들기 때문에 세입자가 굳이 집을 사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28일 발표한 ‘인플레이션 보고서’의 전세가격 상승의 지속 배경에서 “구매력 있는 전세 가구의 매매수요 전환이 지연되고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한은에 따르면 작년 12월 전국의 평균 주택가격(국민은행 자료)은 2억5420만원이다. 이를 정기예금에 넣어둘 때 발생하는 이자 2.8%(기회비용)가 연간 710만원이고 재산세(20만원)와 취득세(30만원)까지 합치면 총비용은 연간 760만원에 달한다. 주택을 보유할 때 이만큼 들어간다는 얘기다.
반면 이 집의 전세금은 1억5290만원으로, 전세를 살게 되면 이에 대한 정기예금 이자 430만원만 드는 셈이다.
전세의 주거비용이 자가 보유의 56%에 불과하기 때문에 전셋집에 눌러 앉는 세입자가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대출금리 하락으로 전세보증금 인상액의 이자 부담이 이사 비용과 비슷해진 점도 세입자들이 전세 재계약을 선택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작년 12월 전국의 아파트 전세가는 2년 전보다 평균 2157만원 올랐는데 이를 대출로 조달할 경우 2년간 부담하는 이자는 181만원 수준이다. 이사를 갈 경우 일시에 부담해야 하는 이전비용은 164만원(이사비 100만원+중개수수료 64만원)으로 불과 17만원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한편 1986년 시작된 국민은행의 월별 전세가격 조사에서 12개월 이상 전세가가 지속적으로 오른 상승 국면은 5차례 있었으며 최근 상승 국면은 역대 최장이다. 이처럼 전세가격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는 이유는 ①신규 주택공급 부족 ②주택가격 상승기대 퇴조 ③저금리 기조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란 게 한은 측 설명이다.
■전세가격 상승기별 지속기간 및 상승률
1987.2~1988.9 : 20개월(40.4%)
1994.1~1995.4 : 16개월(7.7%)
2001.1~2002.9 : 21개월(30.3%)
2005.2~2008.10 : 45개월(16.6%)
2009.3~2013.12 : 58개월(3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