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시장 불 낼 일 있습니까?"
법무부가 현재 2년으로 돼있는 임대차 기간을 3년으로 1년 더 늘리는 방안을 검토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진 뒤 주택정책을 총괄하는 국토교통부에서 나온 반응이다.
법무부는 전세임대차 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고 현재 10%인 월세전환율 상한선을 인하하는 내용을 담은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22일 밝혔다.
이를 위해 지난 17일 학계와 실무자 등에 대한 설문조사까지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전세금 상승으로 인한 '전세난'이 심화되자 이를 완화하기 위해 사실상의 '전월세 상한제' 도입을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주무부처는 "말도 안되는 발상"이라는 반응이다. 왜일까?
◇ 전세계약 '2+1년' 나온 배경은
법무부가 검토 중인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작년 극심한 전세난 속에서 정치권을 중심으로 제기돼 온 내용의 연장선이다. 야당 측은 애초 전세 재계약 시 전셋값 인상률을 제한하는 '전월세 상한제'를 주장해 왔다.
하지만 법으로 가격을 통제하면 임대인의 재산권을 제한해 위헌 소지가 있다는 논란이 일자 계약기간 2년이 끝난 뒤 1회에 한해 계약을 2년 더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전월세계약 갱신청구권'을 도입하자는 주장으로 한 발 물러섰다.
여당도 절충안을 내놨다. 분양가 상한제 폐지 등 부동산 경기를 살리기 위한 패키지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내줄 게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이때 나온 게 '2년+1년'안이다. 작년 11월 새누리당은 국토교통부와의 당정협의에서 계약기간 2년이 끝난 뒤 1회에 한해 계약을 1년 더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안을 검토해 달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이는 '2년+2년' 방식보다 수위가 낮긴 하지만 사실상 전월세 상한제 효과를 볼 수 있다. 세입자는 3년까지 전세 계약을 하기 쉬워지고 집주인은 2년 뒤 주변 전세시세가 올라도 기존 세입자에게 일정비율(5%)이내의 임차비용만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 '전세 3년' 되면 전셋값 폭등 우려
당시에도 국토교통부는 난색을 표했다. 당시 국토교통부에서 해당 이슈를 맡고 있던 관계자는 "과거 전월세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렸을 때 가격이 폭등한 경험이 있다"며 "가격 제한으로 시장을 교란시키면 민간 임대주택 공급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서승환 국토부 장관 역시 작년 말 "전월세 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와 다른 정책에 대한 빅딜설이 있는데 전월세 상한제는 단기적으로 '렌트 컨트롤(임대료 상승을 제어하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오히려 가격을 상승시킨다"고 강조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으로 임대차 계약기간이 1년에서 2년으로 늘어난 1989년 전국 전셋값은 17.5%, 1990년에는 16.8% 급등했다. 서울지역만 따질 경우 1989년 23.7%, 1990년에는 16.2% 상승했다.
이번에도 국토부 관계자는 "법무부 자체 용역 결과일 뿐이다. 업무협의도 전혀 없었다"며 "전세기간이 길어지면 집주인들이 미리 전세금을 올려 받으려 할 것이기 때문에 전세시장 불안은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반대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당장 전월세대책을 검토하고 있지는 않지만 전월세에 대해서는 항상 세심하게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가 집값 올리는 데만 신경 쓰고 전세난에 대해서는 등한시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이지만 아직 대책을 내놓을 수준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국토부는 다만 전셋값 상승세가 좀 더 심각해지면 전세자금 대출 금리 인하 등을 포함한 세입자 구제책을 내놓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