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부동산 부양책에 전세시장이 매매시장보다 먼저 반응하고 있다. 매매가는 호가 위주의 상승에 머무르고 있는 반면 전세가격은 실제로 오르기 시작했다.
28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7월24일 정부가 총부채상환비율(DTI)·주택담보대출비율(LTV), 재건축 안전진단 등을 담은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발표 후 지난 22일까지 한 달 간 아파트 매매가격은 ▲서울 0.17% ▲경기도 0.08% ▲인천 0.12%의 상승률을 보였다.
반면 같은 기간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서울 0.26% ▲경기 0.15%▲인천 0.20%로 매매가격보다 큰 움직임을 나타냈다. 특히 서울에서는 동작구가 한 달 새 0.82% 올라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이어 송파구(0.64%), 광진구 (0.49%), 서대문·노원구(0.47%) 등으로 변동폭이 컸다.
◇ 전셋값만 올라
"매매호가가 오르니까 집주인들이 전세금을 얼마나 더 받을 수 있겠냐고 물어옵니다. 여름을 지나면서 실제 거래되는 매매가격은 1000만~2000만원 올랐을 뿐인데 전셋값은 2000만~3000만원씩 올랐죠.(서울 서초구 잠원동 M공인)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낮은 상태에서, 전세를 끼고 집을 산 집주인들은 전세금을 올리는 게 수익률을 확보하는 가장 손 쉬운 방법이다. 레버리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저금리 기조 하에서는 전세를 월세로 돌리는 게 수익률을 높이는 수단이다. 이렇게 월세를 받겠다는 집주인이 많아질수록 전세물량은 적어지고 고질적인 전세 품귀는 더욱 심해진다. 이는 또다른 전셋값 상승의 원인이 된다.
◇ 전세대출 증가추세
"대출 금리가 낮아지고 한도도 늘었다고 하지만 기존 주택을 사겠다고 대출을 문의하는 고객은 거의 없어요. 새 아파트를 분양받거나 전매를 통해 분양권을 사려는 경우 외에는 대부분이 전세대출 상담 고객이죠."(서울 강남구 대치동 A은행 가계대출 담당자)
전세시장 수요자인 세입자는 줄지 않고 오히려 늘어난다. 이자 부담이 가벼워져 돈을 구하기는 쉬워졌지만 집을 사려해도 집값이 떨어질까 걱정이다. 자금 형편이 나은 세입자라면 모아둔 돈을 마이너스 금리 수준에 가까운 예금에 넣어놓는 것이나 전셋값을 올려주는 데 쓰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M공인 관계자는 "집값 하락 위험을 안고 대출 받아 집 사겠다는 사람은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요즘은 담보대출 금리 수준인 3~4%에 전세자금을 대출 받을 수 있어 전세금을 올려주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 재건축 이주수요 늘어
"개포주공2단지와 시영단지 사업에 속도가 붙으면서 이주 날짜가 다가오자 상대적으로 더딘 4단지나 주변 중층 단지로 이동하려는 세입자들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자녀들 교육 문제 때문에 대부분 근처에서 집을 구하다보니 전세물건이 태부족이죠."(서울 강남구 개포동 H공인)
정부가 재건축을 띄워 주택시장을 살리는 마중물로 삼으려는 것도 전세시장을 크게 자극할 수 있는 원인이다. 사업성이 떨어져 그동안 답보 상태였던 수도권 일대 재건축 사업이 일시에 추진되면 이주 수요가 급증할 수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이 지난 7월 내놓은 '서울시 재건축 이주수요 추정과 정부의 대응방안'보고서에 따르면 올 하반기 이후 재건축 이주 수요로 인해 서울시 임대차시장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는 단지(사업시행 준비 이후 단계)는 총 31곳, 3만5064가구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