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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난민의 우울한 자화상

  • 2014.10.21(화) 13:28

전세금이 오르면서 전세난이 지속되고 있다. 일시적이 아니라 만성적, 추세적이다.

 

전세난은 월세비중이 전세비중을 넘어서 월세가 임대차시장의 대세를 형성할 때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서울지역 월세비율은 2012년 기준(서울연구원 통계) 26%로 전세비율 33%에 비해 7%포인트 낮다.(자가 비율 41%) 월세비율은 2006년 16%에서 6년 만에 10% 포인트 높아졌는데 증가속도는 매년 빨라지고 있다. 

 

월세비중이 높아지는 것은 집주인들의 월세 전환 공세가 거세기 때문이다. 집주인들은 저금리로 전세금 굴릴 곳이 마땅치 않게 되자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은 월세로 세를 놓고 있다. 특히 전세금 인상분은 월세로 돌리는 게 대세가 됐다. 전세금 5000만원 대신 월세 25만원(월세전환율 6% 적용시)을 받는 식이다. 이른바 반(半)전세가 임대차 유형의 하나로 자리 잡은 것이다. 

 

전셋집이 반전세나 월세로 바뀌면서 전세 물량이 줄다보니 전세 가격은 연일 고공행진이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강남지역(한강이남 11개구) 주택 평균 전세금은 3억113만원을 기록했다.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11년 6월 (2억5391만 원)이후 처음으로 3억 원을 넘어선 것이다.

 

9월 기준 전세가율(국토부 통계)도 서울 65.4%, 인천 66.0%, 경기 68.4% 등으로 70%선에 다가서고 있다. 동탄신도시의 경우 평균 전세가율이 80%를 넘어섰다. 매매가는 2억5700만원인데 전세가가 2억4000만원으로 93%를 웃도는 단지(능동 모아미래도)도 있다.

 

 
전세난 속에서 전세입자들은 자신의 처지에 따라 살길을 모색하고 있다. 3억 원이 넘는 전셋집에 사는 중상위 세입자들은 아예 집을 구입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전세금을 올려줄 바엔 그 돈으로 집을 사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새 아파트를 분양 받는 세입자도 늘고 있다.
 
1억~3억 원대 중하위 전세입자들은 대출을 받아 전세금 인상분을 메우거나 울며 겨자 먹기로 반전세를 택하고 있다. 소위 전세 푸어(Rent Poor)에 해당하는 층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들어 8월까지 신규 전세대출*은 10조4000억 원에 달한다. 매달 1조3000억 원에 달하는 돈이 세입자 호주머니에서 집주인에게로 넘어가고 있는 셈이다.
 
1억 원 이하 하위 전세입자들은 선택지가 매우 좁다. 가격이 저렴한 수도권 변두리 전셋집을 찾아 전전하거나 아파트에서 다세대·다가구 월세로 옮겨갈 수밖에 없다.
 
전세금이 오르면서 중하위 전세입자는 자가로의 주거이동 사다리가 거의 끊어졌다. 월세 비용이나 전세대출 이자가 늘어나면서 집 살 돈 모으기가 더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반전세→전세→자가'로 올라가는 길은 좁아진 반면 '반전세→보증금 없는 월세'로의 내리막 길은 넓어진 것이다. 월세입자의 경우 고정 수입이 끊길 경우 주거 난민**으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이처럼 전세금 인상에 따른 전세난은 계층 양극화를 가속화하는 촉매제가 되고 있다. 한 쪽에선 23억 원짜리 전셋집***에 사는데 다른 한 쪽에선 23만 원짜리 월세도 구하지 못해 떠도는 게 현실이다.
 
*2014년 8월말 현재 금융권 전체 전세대출 잔액은 총 32조8000억 원(87.9만건)이다. 연도별 전세대출 잔액은 2010년 12조8000억원(55.5만건), 2011년 18조2000억원(66만건), 2012년 23조4000억원(75.6만건), 2013년 28조원(82.1만건) 등이다.
 
**국토부는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관련법이 통과되는 대로 저소득층의 주거 안정을 위해 기초수급 대상자 97만 가구에게 월 평균 11만원씩 주거급여(주택바우처)를 지원할 예정이다.

 

***국내 최고가 전셋집은 지난 4월 거래가 이뤄진 강남 도곡동 타워팰리스1차 전용 244.66㎡로 23억 원이다. 이 아파트 매매가는 40억~45억 원 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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