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보다 전세 물건 찾기가 더욱 어려워지면서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을 위협하고 있다. 전세가율 상승세가 22개월 연속 지속되고 있으며 수도권에서 전세가율이 80% 이상인 곳도 늘어나고 있다.
정부가 전세수요를 매매로 전환하기 위해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효과는 적다. 이로 인해 매매가의 상승폭은 크지 않은 반면 전세가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 전세에 2천만원 추가하면 살 수 있지만...
2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달 13일 기준 서울 및 수도권에서 전세가율이 80% 이상인 단지는 총 15개다. 이 가운데 인천 부평구 삼산동의 삼산타운주공1단지 전세가율이 82.80%로 가장 높았다.
서울 전세가율 1위는 성북구 돈암동 한진한신아파트로 82.43%에 달한다. 이 단지 전용면적 84.87㎡의 평균 매매가는 3억7000만원, 평균 전세가는 3억5000만원이다. 전세에 2000만원만 더하면 집을 살 수 있는 상황이다. 경기도에선 고양시 행신동 샘터주공2단지 전세가율이 82.72% 수준이다.
이처럼 전세가율이 높아지는 것은 매매보다 전세가격 상승세가 더 가파르기 때문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수도권 전세가격은 전달보다 0.50% 올랐다. 서울과 경기도는 각각 0.47%, 0.57% 상승했고, 인천은 0.36% 뛰었다.
반면 수도권 주택 매매가격은 전달대비 0.24% 상승하는데 그쳤다. 서울과 경기도는 0.2%와 0.3% 올랐고, 인천은 0.16% 상승해 전세가 변동률보다 0.2%포인트 가량 낮았다.
전세가율이 높아지자 매매로 전환하는 실수요자가 늘며 주택 매매가격이 오르고 있지만 서울 재건축단지의 본격적인 이주로 전세품귀현상이 심화되고, 경기와 인천의 경우 교통여건이 양호한 지역을 중심으로 전세가 오름세가 확산돼 매매가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 자료: 한국감정원 |
노희순 주택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주택가격 상승률이 높다면 전세를 끼고서라도 집을 사지만 현재는 집을 샀을 때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라 매매수요 전환이 많지는 않다"며 "전세물건의 주 공급자인 주택 임대인이 줄어 전셋집은 감소하는데 전세수요는 늘고 있어 전세금이 크게 오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전세난이 심화되자 기존에 살던 세입자들이 주택 선점을 위해 전세가격을 올려 조기에 재계약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로 인해 가격 상승 주기도 빨라져 전세가율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주택 구입시, 집값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남아있는 데다 전셋집을 구하면 위험요소가 적고 재산세 및 취득세 등을 아낄 수 있다는 점도 전세가격 강세의 요인이 되고 있다.
가령 돈암동 한진한신아파트 전용 84.87㎡(매매 3억7000만원)를 산다면 취득세(매입가의 1.3%) 481만원을 내야하고 재산세도 매년 40만원 가량 내야 한다.
서울 행당동의 M공인 관계자는 "전세보증금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과는 달리 주택을 구입하면 향후 집값이 떨어질 것이란 부담감이 있고, 각종 세금 부담도 만만찮아 매매를 꺼리는 실수요자가 많다"고 말했다.
◇ 중소형·역세권·대단지에서 뚜렷
전세가율이 높은 지역의 특징은 중소형 주택이며 역세권 대단지라는 점이다.
특히 건립된 지 오래된 역세권 아파트의 경우엔 집값 하락에 대한 우려로 매매가 상승세는 더디지만 교통여건이 좋은 곳은 주거 선호현상은 강해 전세가격이 상승, 전세가율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 자료: 부동산114 |
실제 서울 성북구 돈암동 한진한신아파트는 입주 20년차지만 4호선 성신여대역, 한성대입구역과 가까워 도보로 이동이 가능해 인기를 끌고 있다. 고양시 행신동 샘터주공2단지는 서울 접근성이 좋아 수요가 많다.
행신동 O공인 관계자는 "샘터주공2단지는 오래되긴 했지만 서울 접근성이 좋아 전세수요가 끊이지 않는다"며 "최근에는 마포 디지털미디어시티역 주변이 발달하면서 이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에서 전세가율이 가장 높은 인천 부평구 삼산주공1단지 역시 지하철 7호선 굴포선역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는 역세권 단지다. 삼산동의 P공인 관계자는 "삼산타운주공1단지는 비교적 새 아파트이고 교통은 물론 주거환경이 좋아 전세 수요가 많다"고 말했다.
전세가율 상위 15개 주택 중 13개가 84㎡ 이하 중소형일 정도로 중소형 주택 선호현상이 두드러진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출퇴근이 쉬운 역세권과 생활 인프라가 좋은 대단지, 선호도가 높은 중소형 주택으로 전세 수요가 집중되면서 매매가를 위협, 전세가율이 높아지는 것"이라며 "이런 단지들은 주택경기가 회복됐을 때 집값 상승 가능성이 높아 임차인 입장에선 전세보증금 반환 리스크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 70.6%
KB국민은행에 따르면 2월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은 70.6%를 기록하며 1월(70.2%)에 이어 두 달 연속 70%를 웃돌았다. 1998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서울 평균 전세가율은 66.8%로 집계됐다. 성북구가 73.8%로 가장 높았고 성동구(70.2%)와 강서구(70%), 구로구(70.2%) 등은 처음으로 70%를 넘어섰다. 경기도와 인천의 전세가율은 70.1%와 67.2%를 기록했다. 광역시 중에는 광주 전세가율이 78%로 전국 평균을 크게 뛰어 넘었다. 대구(75.9%)와 울산(72%) 등도 상위 지역에 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