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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심대담]①"전세난 풀려면 주거복지예산 풀어라"

  • 2015.03.25(수) 15:59

'30년 주택통' 한만희 서울시립대 국제도시과학대학원장
"임대주택 공급 루트 다양화 해야"
"전월세 상한제 실효성 없어"

전셋값 고공행진에 비명이 터져나온다. 전세난은 뉴스뿐 아니라 TV 예능 프로그램의 풍자 소재가 될 정도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올 들어 석달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2.5% 상승했다. 이대로라면 올 한해 서울 전셋값 상승률이 두 자릿수를 넘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만성적인 전셋값 상승의 주 요인은 저금리와 매매수요 부진이 꼽힌다. 금리가 낮으니 월세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그 만큼 전세 공급은 줄어든다.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 집을 사려는 사람이 적다보니 전세 수요는 차고넘친다.

 

정부는 이를 '구조적'이라고 말한다. 전세에서 월세의 전환이 급격하게 나타나는 과도기의 필연적 현상이라는 건데, 풀어 말하자면 '뾰족수가 없다'는 얘기다. 그러다보니 매번 전세 대책을 내놔도 여론은 지청구 일색이다. 

 

우리나라 주택정책을 30년 동안 주무르던 '주택통' 한만희 서울시립대 국제도시과학대학원장에게 답을 물었다. 현직 부담을 털어낸 때문일까? 한 원장은 "후배들이 잘 하고 있는 데 내가 무슨 할말이 있겠냐"고 하면서도 이내 주택시장, 주거복지에 대한 소신발언을 쏟아냈다. 대담은 남창균 비즈니스워치 부국장 겸 산업1부장이 진행했다.

 

▲ 그래픽 = 김용민 기자
 
- 전월세 시장은 요동치고 있는데 전월세난을 해결할 해법은 딱히 보이지 않는다
 
▲ 주택공급이 더 늘어나야 한다.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었다지만 아직 부족하다. 인구 1000명당 주택수가 370채 수준인데 440채 정도는 돼야 한다. 주택이 충분해야 전셋집도 월셋집도 쉽게 구할 수 있다. 장기공공임대 재고도 현재 5% 수준인데 10%는 돼야 한다. 다만, 주택 공급을 늘리는 데는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때까지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없는 셈이다.
 
- 전셋값을 올려주고 셋집을 구하려 해도 원하는 곳에서 전셋집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 전세에서 월세로 바뀌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 그러다보니 전세수요만큼 전세공급이 못 따라간다. 세입자들은 월세보다 주거비용이 덜 드는 전세를 선호한다. 반면 집주인들은 집값 상승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수익을 보전하기 위해 월세로 방향을 바꾸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그나마 전세에서 순수월세로 바로 바뀌는 것이 아니라 반전세를 거쳐 가는 게 다행이다.

 

- 이러다가 전셋집 씨가 마르는 거 아닌가

 
▲ 머지않은 장래에 월세가 전세보다 많아지겠지만 전셋집이 아예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주거비용면에서 전세가 유리하기 때문에 전세수요가 꾸준하고, 목돈이 필요한 집주인도 많기 때문이다.
 
- 전셋집이 없다보니 어쩔 수 없이 월세를 택하게 되는데 세입자 입장에서는 부담이 너무 크다
 
▲ 정부도 바우처(주거급여)를 도입해 세입자를 도와주려 하고 있다. 또 연말정산 때 소득공제 혜택도 주고 있다. 추가적인 혜택을 주려면 주거복지 예산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 과거 부동산 경기가 좋을 때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개발이익으로 공공임대를 늘리는 게 가능했지만 지금은 이마저도 어려운 상황이다.
 

 
- 재정이 부족하다고 공공임대 확대 정책을 포기할 수는 없지 않나
 
▲ 그렇다. 전체 주택의 10% 정도는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5% 남짓한 수준이다. 하지만 과거처럼 지어서 늘리려고만 하면 안 된다. 비용도 많이 들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기존주택을 활용하는 매입임대·전세임대 방식을 확대하는 게 좋다. 건설 공공임대의 경우는 금융기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공공임대 리츠(REITs, 부동산투자신탁) 같은 방식을 통하면 민간자본으로도 공공임대를 늘릴 수 있다.
 
- 저소득층 뿐 아니라 중산층의 전세 부담도 크다. 정부가 '기업형 임대' 정책을 내놨지만 당장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
 
▲ 기업형 임대는 다양한 수요자들에게 다양한 형태의 임대주택을 공급한다는 측면에서 필요한 상품이라고 본다. 선택의 폭을 넓혀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민간임대나 준공공임대처럼 공급 측면을 강화하다 보면 중산층에게도 혜택이 돌아갈 것이다. 전세를 놓는 다주택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자는 얘기도 나오는데, 이처럼 전셋집 공급 루트를 다양화 할 필요가 있다.
 
정말 중요한 것은 주거복지 예산 확보다. 주거복지를 말로만 부르짖을 게 아니라 이에 대한 예산을 배정하고 집행해야 한다. 복지 가운데서도 가장 기본적인 게 주거복지인데 지금은 너무 후순위에 밀려 있다. 전세난을 해결하고, 주택시장을 정상화하려면 예산부터 제대로 배정해야 한다.
 
- 전세난을 잡는 방법으로 일각에서 전월세 상한제 같은 직접 규제책도 거론한다
 
▲ 전월세 시장처럼 대규모 시장을 규제로 컨트롤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집집마다 제각각인 가격을 과연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을까. 참여정부 때 도입한 주택거래신고제의 경우는 투기를 잡는다는 명분이 있었지만, 집주인이 받는 월세에 일일이 간섭하는 것은 실효성이 없을뿐더러 설령 시행한다고 해도 행정력이 따라가지 못한다.
 
또 집주인이 전월세 가격을 한꺼번에 올릴 수 있고, 아예 매물을 거둬들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규제보다는 인센티브 방식을 택하는 게 좋다. 예컨대 전월세금을 일정 수준 이하로 올릴 경우 세제혜택을 주는 방식이다.

 

■ 한만희 원장은

 

행정고시 23회로 공직을 시작해 30여년을 건설부·건설교통부·국토해양부에서 근무한 대표적인 주택·도시 전문가다. 분당·일산 등 신도시, 국민임대, 보금자리주택 등 대다수 주택정책이 그의 손을 거쳤다. 국민임대주택단장, 국토정책국장, 주택토지실장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을 역임하고 국토해양부 제1차관을 끝으로 공직에서 물러났다. 2013년 8월부터 서울시립대 국제도시과학대학원장으로 재직중이다.

 

시립대 국제도시과학대학원(ISUS)은 짧은 기간 산업화와 도시화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낸 한국의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전문성과 실력을 갖춘 글로벌 도시 및 건설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설립된 대학원이다. 내국인 외에도 개발도상국 중심 18개국 40여명의 공무원이 참여하는 국제도시개발프로그램 등이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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