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가격이 높아지고 서민 주거비용이 증가하면서 정부가 이를 완화하기 위한 대책을 내놨다. 다세대를 중심으로 전세 공급량을 늘리고 월세 비용을 지원해 부담을 덜어주는 내용이 골자다.
하지만 이번 대책은 새로운 내용 없이 기존 정책을 강화하는 수준이고, 월세 대책 중심이어서 실질적으로 전셋값을 잡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란 평가다. 따라서 특정 계층을 제외한 대다수 서민들은 정책효과를 체감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이 전월세대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 이명근 기자 qwe123@) |
◇ 임시방편에 불과, 큰 그림 없어 아쉬워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을 큰 그림 없이 전셋값이 급등하자 내놓은 임시방편으로 평가했다. 매매 수요를 늘려 전세수요를 분산시키겠단 ‘9.1부동산대책’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은 데 따른 후속 조치일 뿐이란 것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경기둔화로 자산시장을 바라보는 수요자들의 인식이 달라졌고, 저금리가 임대인의 월세전환을 부추기는 등 구조적 변화가 일어났다”며 “하지만 정부는 전세시장 불안을 잠재울 묘수를 찾기 보단 작은 퇴로부터 만들겠다는 계산인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김규정 우리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부동산 매매시장에 집중했던 정부가 임대차시장에 다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유의미하다”면서도 “임대차시장 안정화를 위한 정책 방향성이나 장기 플랜을 제시하지 않은 채 눈 앞에 보이는 문제와 관련된 정책만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임대주택 등 공급을 확대한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느 지역에 몇 가구의 주택을 공급하는지 등 구체적인 방안이 없다는 것이 아쉽다”고 덧붙였다.
◇ 월세 정책은 신선..전셋값 잡긴 힘들 듯
이번 정책은 월세 세입자에 대한 다양한 지원을 포함하고 있다. 취업준비생과 사회취약계층 등에게 월세대출을 해주거나 보증부 월세가구 주거비 부담을 낮추기 위한 대한주택보증의 월세납입(임차료지급) 보증 범위 확대 등이 그것이다.
함영진 센터장은 “한시적으로 시행되는 것이지만 취준생을 위한 월세대출 보증 상품은 신선한 정책 시도”라며 “전세시장의 단골 대책이었던 전세자금 저리 대출이 아닌 비자발적 보증부 월세가구에 대한 지원 강화 등은 정부가 월세시대를 위한 기초를 다지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다만 정책을 체감할 수 있는 대상이 적은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함영진 센터장은 “취준생을 위한 월세대출 보증 상품은 ‘한부모가정’이나 부모의 연소득 3000만원 이하 등 대출조건이 까다롭다”며 "문턱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번 대책이 월세 세입자를 위한 대책에 치중된 탓에 전셋값을 잡긴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임대주택 공급 확대책이나 준공공임대 활성화 등이 당장 이뤄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상영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급량을 늘려 전셋값을 떨어뜨리겠다는 것인데, 실제 임대주택이 수요자에게 공급되려면 시간이 걸린다”며 “확실한 주택 공급정책이 없어 전셋값을 잡긴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