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책은 전세에서 월세로 이동하는 세입자들의 주거 부담을 낮춰주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정작 아파트 전세를 선호하는 세입자들의 수요를 줄이거나 아파트 전세 공급을 확대하는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그래서 당장 전셋값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를 거두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다세대·연립 전세물량 도심 공급
정부는 일단 전월세 불안 우려 지역에 대해 즉시 입주가 가능한 다세대·다가구 중심의 매입·전세 임대를 집중 공급키로 했다. 올해 총 4만가구로 계획된 매입·전세임대의 잔여물량 1만4000가구는 올 11월말까지 조기에 공급하고 추가로 연내 3000가구를 공급하기로 했다.
내년에는 매입·전세 임대 계획 물량을 현재 4만가구에서 5만가구로 1만가구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집중된 재건축 추진단지들의 이주시기를 1년 이내에서 조정, 분산해 전세 수요가 몰리지 않도록 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단기 전월세 수급 불안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또 공공건설 임대주택도 공사기간이 짧은 다세대· 연립으로 짓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연 2017년까지 연 7만가구씩 계획된 공공건설 임대주택의 일부를 공사기간이 1년 이내인 다세대·연립으로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다세대·연립주택에 대한 대출 이자율을 낮추고 싸고 빨리 지을 수 있는 조립식 모듈러 주택의 활성화 기반도 마련키로 했다.
아울러 민간의 다세대·연립주택 건설을 유도하기 위해 주택기금에서 지원하는 자금의 금리를 시중 수준(연 3.8%∼4.0%)으로 낮추기로 했다. 30가구 이상으로 사업계획을 승인 받을 경우 금리를 1%포인트 추가 인하해줄 계획이다.
◇ 취약계층 월세 비용 지원
정부는 이와 함께 점점 늘어나고 있는 보증부 월세(반전세) 가구 지원을 위해 사회취약계층에 대한 월세자금 대출제도를 도입키로 했다.
취업준비생과 자활의지가 있는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연 2%의 금리로 매월 30만원씩 2년간 720만원까지 대출한 후 3년 유예 후 대출금을 갚도록할 계획이다. 이 제도는 우선 내년 한시적으로 500억원 한도 내에서 시행된다.
지원대상은 ▲학교 졸업생으로서 취업 준비생 ▲근로중인 기초생활수급자로서 '희망키움통장' 가입자 ▲EITC(근로장려세제) 가입자 등이다. 취업준비생의 경우 부모소득이 연 3000만원 이하로 부모와 따로 사는 만 35세 이하로 조건이 정해졌다.
또 주택기금의 근로자서민·저소득가구 전세자금을 하나로 통합(가칭 버팀목 대출)해 소득과 보증이 낮을수록 금리를 낮게 적용할 계획이다. 내년 한시로 연소득 2000만원 이하인 생애최초주택구입자에 대한 대출 금리를 0.2%포인트 낮추기로 했다. 저소득 세입자의 내 집 마련 기회를 확대한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전세임대 시 보증금이 적을수록 월세를 산정하는 지원금리를 낮춰 세입자 월세 비용을 줄이기로 했다.
◇ '전세→월세화'에 무게..정작 전셋값은?
아울러 정부는 기업형 임대사업자 육성을 위해 규제를 개선해 활성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준공공임대 사업 지원을 강화키로 했다. 의무 사업기간을 10년에서 8년으로 줄이고 지원 금리도 2.7%에서 2.0%로 낮출 예정이다. 영구임대주택 순환율을 높여 입주 대기기간을 단축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또 공공임대리츠를 2017년까지 1만가구 확대하고 미분양 주택을 매입해 5년 이상 임대사업을 하는 경우 양도세 50%를 깎아주고 민간이 건설하는 10년 공공임대 건설자금 지원을 강화키로 했다.
이번 대책에서 정부는 전세에서 월세로의 구조적 변화에 따른 주거비 경감에 무게를 뒀다. 전월세 전환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주거비 부담이 커지는 사회취약계층이나 보증부 월세 가구를 보호하는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재정 국토교통부 주택정책관은 "임대차시장 구조변화로 주거비 부담이 증가하고 있는 저소득 월세가구나 비자발적 보증부 월세가구에 대한 맞춤형 지원방안을 마련했다"며 "도심내 저렴한 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해 저소득 임차가구의 주거 안정성을 높여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대책에 대해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정부가 단골 단기대책인 전세자금 저리 대출 등의 방안에서 벗어나 비자발적 보증부 월세 지원 등 다양한 방안을 내놨다"며 "하지만 현 상황에서 전세시장 수요 압박을 덜어 임차시장의 불안을 해소할 만한 내용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