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 금호산업 주식을 6% 가량 사모으면서 업계와 시장의 관심을 끈 중견 주택건설사 호반건설이 예상치 않은 시점에 보유주식 일부를 팔았다. 채권단의 금호산업 매각을 앞두고 주가 상승세가 나타나던 시점이라 판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증이 쌓이고 있다.
호반건설은 지난 21~22일 금호산업 주식 34만8000주를 장내매도해 금호산업 지분율이 6.16%에서 4.95%로 낮아졌다고 23일 공시했다.
이에 따라 호반건설의 금호산업 보유 주식은 204만8000주에서 170만주로 줄었다. 지분이 1.21%포인트 줄면서 낮아지면서 지분 추가 처분 공시의무 하한선인 5% 아래로 내려갔다.
◇ 1.2% 팔아 81억 회수..현재 투자수익률 76%
전날 시장에서는 미래에셋 창구를 통해 30만주 규모의 금호산업 주식 기타법인 매도 물량이 나온 것을 두고 매도주체가 호반건설일 것이라는 추정이 제기됐다.
호반건설은 이날 공시를 통해 지난 21일 금호산업 주식 1만7000주를 평균 2만1812원에 매도했고, 22일에도 33만1000주를 평균 2만3471원에 팔았다고 밝혔다. 호반건설은 이번 매도를 통해 81억3000만원을 회수하게 됐다.
호반건설이 금호산업 주식을 사들이는 데 들인 돈은 약 254억원으로 주당 매입가격은 최초 5.16% 매입 때 평균 1만1926원, 이후 1% 추가매입 당시는 1만4500~1만5800원이었다.
호반건설이 보유한 금호산업 잔여물량은 23일 장마감가(2만1550원) 기준 366억3500만원이다. 매매차익과 평가차익을 합산하면 총 447억6500만원으로, 현재까지 76% 가량의 투자수익률을 거두고 있는 셈이다.
◇ 금호 주가 띄운 호반건설..왜 지금 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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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반건설은 금호산업 지분 매입 때 '단순 지분 투자'라고 목적을 밝혔지만 시장에서는 '금호산업 인수 의도설', '박삼구 회장 백기사설' 등 관측이 분분했다.
금호산업과 같은 호남지역을 기반으로 한 호반건설이 주택사업 급성장을 발판으로 금호산업 인수에 나설 수 있다는 가능성, 박삼구 회장이 가진 금호산업 우선매수청구권을 감안할 때 자금력이 부족한 박 회장의 인수를 도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 등이 제기돼 왔다.
이 때문에 이번 지분 매도를 두고도 다양한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주가 상승에 따른 단순 차익실현이라는 게 표면상 매도 배경이지만, 채권단 지분 매각 전 주가 상승폭을 줄여 박 회장의 향후 지분매입 부담을 줄여주려는 것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주식투자로 이익을 내기 위해 단기매매를 한 것이라면 주택업체로서의 신뢰도에 손상을 입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금호산업 주가가 크게 오른 것은 호반건설이 5% 보유 공시를 하면서부터였다"며 "주가를 띄운 뒤 갑자기 포지션을 매도로 옮겨 차익을 실현하면 '먹튀'라는 인상을 줄 수 있고 이는 주택 브랜드 이미지를 망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