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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건설은 지금]②"프로젝트를 장악하라"-디벨로핑

  • 2016.03.15(화) 16:19

유럽-아시아 잇는 이스탄불 '유라시아 해저터널'
사업 제안부터 금융조달, 장기 운영까지 총괄

오일머니에 힘입어 도약하던 해외건설이 저유가 여파로 위기에 봉착했다. 글로벌 건설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가격 경쟁력 중심으로 입찰에 뛰어드는 단순 도급방식 사업은 수익성이 뚝 떨어졌다. 국내 건설사들이 집중하고 있는 사업 형태다. 불확실성이 커진 해외 건설사업의 현주소를 짚어보고 앞으로 가야할 길을 찾아본다. [편집자]

 

터키 이스탄불은 유럽과 아시아 대륙에 걸쳐있는 인구 1400만명의 고도(古都)다.

 

한강이 서울을 강남·강북으로 나누듯, 보스포러스 해협은 이스탄불을 상업지구가 밀집한 서쪽 유럽 지역과 주거 중심의 동쪽 아시아 지역으로 가른다. 그러나 양쪽을 오갈 수 있는 교통은 고작 다리 2개(보스포러스 1·2교)와 카 페리뿐이다. 한강에 30여개의 교량이 있는 것과는 딴판이다. 차로 5분이면 닿을 거리가 출퇴근 시간에 2시간씩 걸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SK건설은 지난 2012년부터 이 보스포러스 해협 사이를 연결하는 '유라시아 해저터널' 공사를 수행하고 있다. 총 사업비는 12억4000만달러로 연결 도로 등을 포함해 총연장 14.6㎞에 달하는 프로젝트다. 이 중 5.4㎞ 구간은 보스포러스 해협을 가로지르는 복층 터널이다. 현지에서는 이 사업으로 이스탄불 시내 교통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

 

◇ 교통수요 파악해 역제안..26년간 운영

 

▲ 유라시아 해저터널 위치도(위) 및 해저 100m TBM(터널보링머신) 터널에서 콘크리트 벽체를 운반하는 모습(자료: SK건설)

 

유라시아 해저터널이 국내 건설업계에서 관심을 받는 것은 그 규모나 공사 난도(難度) 때문만이 아니다. 핵심은 국내 건설사가 정해진 발주 조건 속에서 입찰에 참여해 따낸 사업이 아닌, 발주처에 사업을 역(逆)제안해 성사시킨 수주 구조의 특수성에 있다. 이른바 '투자개발형' 디벨로핑 사업이다.

 

SK건설은 이스탄불 현지의 교통수요 등을 먼저 파악하고 프로젝트를 발굴한 뒤 계열사 지분 참여, 금융 조달까지 갖춰 현지 업체와 합작으로 공사를 따냈다. SK건설과 SK가스, SK MENA(중동-북아프리카법인) 등 SK그룹 계열사가 사업 지분의 50%를 출자했고, 현지업체인 야피 메르키지(YM)를 지분 50%로 끌어들였다. 8년 전인 2008년의 일이다.

 

수익형 민자사업의 일종인 BOT(Build-Own-Transfer) 방식으로 준공후 약 26년 간 해저터널의 운영까지 맡는다. 사업 제안부터 운영까지 아우르는 이 회사 특유의 '토털 솔루션 프로바이드(TSP)' 형태다.

 

지난 2012년말에는 어려운 금융환경 속에서 한국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유럽투자은행(EIB),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등 세계 10개 금융기관이 참여한 대주단으로부터 총 9억6000만달러의 사업비를 확보했다. 이 프로젝트가 터키 정부의 채무인수보증까지 받아낸 이 나라 최초의 민관협력사업(PPP)이었기에 금융 주선도 가능했다.

 

SK건설 관계자는 "내년 해저터널이 개통되면 하루 약 12만대의 차량 통행이 가능한 데다 터키 정부가 하루 6만8000대까지 수익을 보장하는 구조"라며 "운영 수익도 안정적으로 낼 수 있는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 EPC 전후방 확대..리스크 줄일 지원 필요

 

▲ 건설산업 전후방 가치 사슬 개요. /그래픽 = 김용민 기자 kym5380@

 

투자개발 방식의 해외 디벨로핑 사업은 프로젝트를 통한 자원 개발이나 인프라 확보에 대한 현지 정부의 의지를 이끌어내야 하고, 자금 부족을 메워줄 돈줄(금융주선)도 확보해야 한다. 감당해야할 리스크가 적지 않은 셈이다. 

 

그러나 건설 경기가 둔화되는 최근 상황에서 전체 해외건설 사업의 25%를 넘는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사업 규모가 커진 만큼 놓칠 수 없는 사업형태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인식이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2000년대 중반 이후 유럽·일본 등 선진 건설사의 투자개발 방식 사업 비중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글로벌 건설시장 추세에 발맞춰 국내 건설사들이 투자개발형 사업 시장에 뛰어들려면 우선 각 업체들이 프로젝트 전반을 기획하고 운영까지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 산업적 가치사슬(Value Chain)을 확대하는 것이 핵심이다. 종전의 설계·구매·시공(EPC) 중심 사업 구조를 전후방으로 넓혀야 하는 것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사업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PM(Project Management) 인력을 확보하고, 또 사업 초기 기본설계와 FEED(FEED, Front End Engineering and Design), 자금조달 능력까지 동시에 개선해야 성공적인 투자개발형 사업을 이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지원과 협조도 요구된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투자개발형 사업은 엔지니어링부터 유지관리까지 긴 기간 동안 공들여야 하는 사업인 만큼 복합적 리스크가 있다"며 "정부가 건설사에 수주목표 달성만 채근할 것이 아니라 정부와 공공기관을 통해 다각도로 지원해야 성과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김민형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의 경우 자이카(JICA·일본국제협력기구), 네덜란드는 네데코(NEDECO·네덜란드 엔지니어링 컨설턴츠 재단) 등이 개발 정보를 수집하고 사업 타당성 검토까지 지원한다"며 "우리나라도 개별 회사 차원이 아니라 국가적으로 해외건설 사업 발굴을 담당할 역량 있는 기관을 두고 업계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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