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이 금호터미널 지분 100%를 금호아시아나그룹 지주사 격인 금호기업에 매각했다.
아시아나항공으로서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비핵심 자산을 매각한 것이지만, 그룹차원에서는 금호기업→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금호터미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에도 작지 않은 변화가 생기게 됐다.
아시아나항공은 29일 이사회를 열어 보유 중인 금호터미널 지분 100%를 금호기업에 매각하는 안건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금호기업은 아시아나로부터 2700억원에 금호터미널 지분을 사기로 했다.
아시아나는 이와 함께 보유 중인 금호아시아나플라자사이공(KAPS) 지분 50%에 대한 매각도 결정했다. 인수한 곳은 한 외국계 부동산투자회사이며 매매금액은 1224억원이다. 아시아나와 함께 이 회사 지분 50%를 갖고 있던 금호산업도 이날 지분을 매각키로 했다.
아시아나 측은 이번 매각이 재무구조 개선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아시아나 관계자는 "금호터미널은 2011년 인수 이후 배당이 없었던 무수익 자산이며 KAPS는 공급 포화로 2014년부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정체돼 있었다"며 "회사와 사업연관성이 적고 시너지가 없는 비핵심 사업에 대한 구조조정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아시아나는 매매금액이 회계기관의 공정한 가격 산정을 거쳐 정해졌으며, 이번 매각으로 총 561억원의 매각 이익을 얻게 된다고 밝혔다. 이번 매각을 통해 연결 기준 부채 비율을 현재 991%에서 778%까지 낮아지고, 금융비용 감소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다.
다만 이번 매각으로 금호아시나아그룹의 지배구조에도 변화가 일어나게 되기 때문에 자산 매각이 그룹 지배구조의 정비에도 목적이 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금호터미널 지분을 인수한 금호기업은 작년 말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이 금호산업을 인수할 때 만든(박세장 금호산업 부사장 등 특수관계인 포함 지분 60%) 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다. 이번 계열사간 지분 매매로 금호터미널은 금호기업의 증손회사에서 자회사로 편입하게 됐다.
지금까지 금호터미널의 모회사였던 아시아나의 경우 금호산업이 30.08%의 지분을 가진 1대 주주지만, 박 회장과 형제간 경영권 분쟁을 치렀던 박찬구 회장의 금호석유화학그룹도 지분 12.6%를 보유한 2대 주주로 있다.
금호석화 측은 지난 달 아시아나 주주총회에서도 법률대리인을 보내 경영상태에 대해 비판하고 사내이사 재선임안에도 반대표를 행사한 바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금호석화도 아시아나의 대주주이기 때문에 금호산업이 아시아나를 통해 자회사를 경영하는 데 불편이 있었을 것"이라며 "금호터미널을 금호기업이 직접 지배하도록 해 향후 금호타이어나 금호고속 등을 재인수하고 그룹을 재건하는 계획에 다가서려는 포석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한편 금호기업은 금호터미널의 인수자금을 금호터미널 및 금호산업 지분 담보 등을 통해 금융권에서 차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말 박삼구 회장이 금호기업을 통해 금호산업을 재인수하던 당시 금호아시아나그룹 지배구조 ▲ 그래픽: 김용민 기자/kym538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