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유화학이 아시아나항공의 금호터미널 매각 등 금호아시아나그룹 지배구조 변화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금호석유화학은 아시아나항공에게 금호터미널 주식 매각과 관련된 사항들의 질의와 자료제공 요청 공문을 발송했다고 9일 밝혔다. 금호석화는 아시아나항공 지분 12.6%를 보유한 2대 주주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달 29일 금호터미널 지분 전량을 금호기업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매각 대금은 2700억원이며 유동성 확보를 통한 재무건전성 강화가 목적이다. 이후 지난 4일 금호터미널은 금호기업을 흡수합병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 그래픽 = 김용민 기자 |
◇ 금호석화, 매각 방식 법률위반 가능성 지적
우선 금호석화는 우량 기업인 금호터미널을 아시아나항공과 합병하지 않고, 이 회사 지분을 금호기업에 매각한 뒤 금호터미널이 금호기업을 흡수합병하는 것에 대해 지적했다. 이렇게 되면 금호터미널이 보유한 현금을 금호기업 차입금 상환에 이용할 수 있어서다.
금호기업은 박삼구 회장이 금호산업을 인수하기 위해 설립한 회사다. 박삼구 회장과 박세창 금호산업 부사장은 각각 보유 중이던 금호산업 지분 9.85%와 금호타이어 지분 7.99%를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해 1521억원을 마련, 금호기업에 출자한 후 최대주주가 됐다.
이와 함께 박삼구 회장은 NH투자증권이 주선한 신디케이트론(금융기관이 차관단을 구성해 제공하는 중장기 대출)과 상환전환우선주(RCPS; 주주 선택에 따라 일정시기가 되면 보통주로 전환하거나 이익 배당을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지는 우선주)를 발행한 자금으로 금호산업을 인수했다. 이번 금호터미널 지분 매입 자금도 NH투자증권 증 제2금융권에서 조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금호산업은 누적 이익잉여금이 270억원 수준이고, 부채비율이 500%에 육박해 배당과 차입금 상환이 힘든 상태다.
금호석화 관계자는 “금호기업의 유일한 자산인 금호산업은 사실상 배당이 불가능한 상황이며 금호기업은 금호산업 외에는 다른 사업도 영위하고 있지 않다”며 “이를 타개하려고 금호기업과 금호터미널을 합병, 금호터미널이 보유한 현금을 이용해 금호기업 차입금을 상환할 계획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수년 동안 M&A 시장에서 법률적 문제를 야기했던 LBO(차입인수) 형태로 법원이 수차례 업무상 배임죄를 인정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금호터미널은 현금성 자산 약 3000억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전국 대도시에 위치한 터미널 부지의 수익 부동산과 금호고속 콜옵션을 갖고 있다. 이를 통해 안정적으로 창출되는 영업이익이 금호기업 원리금 상환에 이용되면 아시아나항공의 손실과 함께 금호터미널도 부실을 떠안게 된다는 게 금호석화의 주장이다.
◇ 금호아시아나 지배구조 정비?
금호기업 설립 후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기업→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금호터미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확립한 바 있다. 이번 금호터미널의 금호기업 흡수합병으로 금호터미널은 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금호터미널 측은 "협병을 통해 경쟁력 강화 및 효율성을 증대하고 사업 간 시너지 효과를 높여 주주가치를 제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금호기업의 금호산업 인수 후 금호아시아나그룹 지배구조(2015년 말 기준) |
그 동안 박삼구 회장은 아시아나항공은 물론 금호터미널 등 자회사 경영에 견제를 받아왔다. 박삼구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치렀던 박찬구 회장의 금호석유화학그룹이 아시아나항공 2대 주주인 까닭이다. 실제 금호석화는 지난 3월 열린 아시아나항공 주주총회에 법률대리인을 보내 경영상태에 대해 비판하고 사내이사 재선임안에 반대표를 던지기도 했다.
이에 재계에선 이번 합병을 통해 금호터미널이 금호석화의 견제에서 벗어남은 물론 금호타이어 인수를 위한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금호석화도 아시아나 대주주여서 아시아나를 통해 자회사를 경영하는데 불편이 있었을 것”이라며 “금호터미널을 금호기업이 직접 운영해 향후 금호타이어나 금호고속 등을 재인수하고 그룹을 재건하려는 포석으로 보인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금호석화 관계자는 “이번 인수합병은 박삼구 회장의 금호아시아나그룹 재건을 위한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이사아나항공이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으로 판단해, 2대 주주로서 관련 공문을 발송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