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이른바 '형제의 난' 이후 골이 깊어진 형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동생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 사이가 아시아나항공 주주총회장서의 날선 공방으로 재확인됐다.
28일 금호석유화학은 금호아시아나 계열인 아시아나항공 주주총회에 참석해 2대 주주(지분 12.6% 보유)로서 이 회사 경영상태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쏟아냈다. 특히 금호석화는 박삼구 회장의 '오른팔'로 여겨지는 서재환 금호아시아나 전략기획실 사장이 아시아나항공 사장을 겸하는 안에도 반대표를 던졌다.
◇ 금호석화, 변호인 보내 "경영 실적 실망"
아시아나항공에 따르면 이날 오전 서울 오쇠동 아시아나 본사에서 열린 이 회사 주주총회에는 금호석화의 위임을 받은 변호사 3명이 법률 대리인 자격으로 참석, 작년 이 회사 실적 악화를 공개적으로 지적했다.
금호석화 측 대리인은 "작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유럽 테러 등으로 사업 환경이 어려웠던 점은 이해가 가지만 매출 감소에 비해 이익 등이 너무 많이 줄었다"고 지적했다.
아시아나항공 개별 재무제표 기준 작년 매출액은 5조2043억원으로 전년대비 6.3%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94억원으로 78.8% 줄었다. 순손실도 1519억원으로 작년 952억원보다 59.5% 늘어난 상황이다.
금호석화 측은 또 이 회사 부채 총계가 재작년말 7조925억원에서 작년말 기준 8조4412억원으로, 부채비율은 같은 기간 715.4%에서 991.5%까지 늘어난 것과 관련해서도 "단기 부채 금액과 비율이 급증해 자본 잠식이 심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감사보고서상 지급수수료 1500억원과 관련한 언급이 있는데 사용처가 불분명하다"며 이에 대한 명확한 설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아시아나는 주총 직후 "이는 신용카드수수료, 예약대행수수료, 시스템사용료 등 정상적 영업활동 과정의 일반비용"이라고 해명했다.
금호석화 측은 이어 "빚을 내서 빚을 갚는 식의 미봉책을 반복하면 안된다"며 "아시아나항공은 근본적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하며 비핵심자산 매각과 같은 자구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경영 실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 "오른팔 잘라라"..칼 끝은 박삼구 회장에
특히 금호석화 측은 '경영책임' 차원에서 서재환 금호아시아나그룹 전략경영실 사장의 아시아나항공 사내이사 재선임에 반대 의사를 밝히고, 투표에서도 반대표를 던졌다.
2012년부터 아시아나 사내이사를 겸하고 있는 서 사장은 박삼구 회장 뜻에 따라 그룹 계열사 경영을 총괄하는 인물이다. 최근 퇴임한 기옥 금호그룹 대외협력담당 사장에 이어 박 회장의 '오른팔'로 꼽히고 있다.
금호석화 측 대리인은 이날 주총장에서는 발언시간 제한으로 서 사장 재선임 반대 배경에 대해서는 설명을 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금호석화 관계자는 "서 사장이 그룹 내 약 10개의 계열사에서 겸직하는 것이 비효율적이고, 아시아나 경영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지적하려 했다"고 전했다.
다만 이날 주총에서 서 사장 재선임안과 재무제표 승인 등의 안건은 거수 투표를 통해 모두 가결됐다.
김수천 아시아나 사장은 주총에서 "작년 이윤 창출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해 주주들에게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올해 반드시 누적부진을 극복해 기업으로서 책임과 역할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박삼구-박찬구 형제간 갈등 '진행형'
아시아나 주총이라는 공개 석상에서 보인 금호석화 측의 질타는 작년말 박삼구 회장의 금호아시아나 재인수 이후에도 형제간 갈등이 전혀 누그러지지 않았음을 보여준 것이라는 것이 재계 해석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박삼구 회장이 외부에는 '동생(박찬구 회장)과 화해할 것'이란 뜻을 비쳤지만, 정작 당사자 간에는 따로 오간 얘기가 없는 것으로 안다"며 "금호석화가 주총에서 목소리를 높인 것도 둘 사이 갈등이 여전히 진행형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이날 서울 강서구 국제청소년센터에서 열린 금호산업 주주총회에서는 박삼구 회장의 장남인 박세창(왼쪽 사진) 금호아시아나 전략경영실 사장이 사내이사에 선임됐다. 금호산업은 금호아시아나의 실질적 지주회사로 아시아나항공 지분 30.08%를 보유하고 있다.
박 사장은 금호타이어 부사장을 역임하다 지난 2월 승진했으며 아시아나의 항공예약시스템 자회사인 아시아나세이버 대표이사도 맡고 있다.